다시 들어도 이 에피소드는 좀 화 난다.
사실 선생님께서도 인스턴트 커피 주 소비자층을 잘은 모르시는 것 같은데 그래도 경험해보지 못한 거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렇게나 모른다고 하는 건 다시 들어도 좋았다.
커피의 90%가 인스턴트 커피로 판매된다는 걸 이해 못하는 부류에 대해서, 다른 사람을 모르는데 어떻게 인문학 수업을 듣고있는거지, 답답한 마음만 든다.
그리고 인스턴트 커피를 저렴하고 저급하게 보는 인식이 깔려있는 거 같은데, 인스턴트 커피를 만들기 위해 볶는 원두 향은 장난이 아니다. 원두. 말이다. 원래 콩들. 진짜 원두라고. 인스턴트도 원물에서 오는 거다. 어찌나 향이 좋은지 동서식품 근처에 스타벅스 생기면 진짜 비교가 확 될텐데. 실제로 주변에 제대로된 카페가 잘 안생긴다. 공단이기도 하고. 그나마 최근에 케냐 더블에이에 브라질 산토스 블렌드로 커피파는 집이 생겼는데 동서식품에서 콩볶는 타임에는 그집 향도 밋밋해진다. 인스턴트로 가공하고 몇개월씩 포장된 채로 있으면서 냄새가 인스턴트스러워지는 거지. 산패가 되는 것도 맞지만 산패 되기 전에 먹는 거지. 아 답답해.
최근 인스턴트 다시 마시면서 느끼는 건데 그것도 다 연구팀이 맛을 연구해서 내놓는 거라고. 다들 미식가처럼 구는데, 누구에게나 엄마가 해준 밥이 제일 맛있고 그 엄마밥이 남의집에선 더럽게 맛 없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이상, 역시 각자가 각자의 경험치 이상을 넘어설 수가 없나보다. 그렇게 배우고 배워도. 함부로 충격에나 빠지고.
이 에피소드는 들을 때마다 실망이다. 쌤말고 쌤 수강생들한테.
커피믹스를 즐겨 마시는 계층과 원두커피 마시는 계층을 분리해 말씀하시는 것도 좀 그렇다.
문화자본/커피의 낭만을 즐기는 사람/오피니언 리더들은 원두를 내려마셔?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까 의문.
우리회사만 봐도 전혀 아닌데. 대학가만 보더라도 공대에서 밤샐땐 커피믹스 많이 마셨고 문과생일 땐 스벅을 엄청 갔고. 커피믹스 자주 마신다고 문화권력없고 스벅 자주 간다고 해서 커피의 낭만을 즐기는 게 아닌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카페에서 커피 마시면 사회계급이 한 두등급 올라가고 내가 회사 지하에서 커피믹스 마시면 두등급 정도 강등되나?? 물론 말씀하시려는 건 그게 아니었지만.
그렇다. 이렇게나 모른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도 잘 모르겠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