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
브리기테 슈바이거 지음, 박광자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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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제목이 흥미로웠다. ‘소금이 왜 바다에 있지라는, 너무 당연해 평소에는 생각지도 않던 문장에 소설의 내용도 특별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본문에서 어린 화자가 바다에 왜 소금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녀의 아버지가 사람들이 소금을 싣고 와서 바다에 뿌렸다고 얘기해주고 어머니는 그 말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이 문장은 상징하는 것이 많고 소설 전체의 주제를 압축해 보여준다. 바닷물에 소금이 들어있어 짜다는 과학적 사실마저 가부장적인 남자의, 말도 안 되는 농담 섞인 한 마디로 무시될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명제를 끝까지 인정하지 못하는, 태생적으로 우울하고 창작물이 없는 예술가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과 고통을 대변하는 말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사이, 또는 양 대전 후의 오스트리아 린츠 부근과 빈이다. 지방 소도시에서 존경받고 꼭 필요한 존재인 의사의 딸로 태어난 화자(끝까지 이름을 알 수 없다)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살아 온 삶을 똑같이 되풀이만 하면 중산층의 기득권과 소속감이 있는 낙원의 안정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 아버지의 말과 표정으로 행과 불행을 오가는 어머니, 끊임없는 핀잔을 들으며 얌전과 순종을 강요당하는 화자는 강한 가부장제의 그늘아래에 있다.

 

나치를 아무 저항 없이, 당연히 받아들이는 그 당시 중산층을 대표하는 아버지는 너무 전형적이다. 화자가 어릴 때 만나 결혼하게 된 남편 롤프도 마찬가지다. ‘남자는 싫으면 싫다고 해도 되고, 싫은 것은 안 해도 된다(p.23)’라는 사고방식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된다.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그것을 당연히 생각하면서도 그들의 입방아에 오르지 않기 위해 위선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가식적이다.

 

롤프와 오랫동안 연애를 했지만, 결혼에 확신을 가지지 못한 화자는 떠밀려, 부모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결혼하게 된다. 대학 졸업을 하지 못하고 비서로 일하며 타자만 칠 수 있는 화자는 잘 난 남편을 모시며 전업주부의 역할을 잘 해내야 한다. 자신이 칠칠치 못하고 부당하고 고마워할 줄 모르고 쓸모없고 비현실적이며 우울하고 불만투성이에 게으르고 뻔뻔하다고(p.42)' 생각하는 화자는, 남들처럼 살 수 없는 여자다.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전개하는 삶의 진행을 받아들일 수 없다. 예민하며 겉으로 보이는 내가 자신이 아닌 것 같고,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기고, 창작물이 없지만 예술가 기질을 가진 그녀는 가부장적인 남자가 원하는 내조를 할 수 없다.

 

그런 화자의 결혼 생활은 당연히 불행했고, 그녀는 의사인 친구 알베르트와 외도를 한다. 롤프와 화자는 알베르트와 힐데 부부와 친구 사이이다. 하지만 알베르트 역시 롤프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화자를 섹스파트너로 여기며 그의 아이를 임신한 화자에게 피임하지 않았다고 비난하며 바로 중절 수술을 해준다. 힐데는 두 사람의 외도를 알지만 아이 때문에, 관습으로 그냥 알베르트와 살아간다. 알베르트와의 관계를 롤프에게 고백하고 그들은 이혼하고 갈 곳 없는 화자는 다시 부모님의 집으로 들어간다.

 

작가 브리기테 슈바이거의 자전적 내용이 담겨있는 이 소설은 따옴표를 쓰지 않고 대화체를 서술형 문장 사이에 넣어 형식을 파괴했지만 앉은 자리에서 다 읽힐 정도로 가독성이 좋다. 화자를 완전히 이해한 것은 아니지만 읽는 내내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수많은 소설에서, 특히 여성 작가가 쓴 소설에서 많이 본 한 여자와 그 가족에 얽힌 이야기지만, 이런 에피소드는 읽을 때마다 새롭다. 작가가 발표할 당시 페미니즘 소설로 엄청 관심을 모았지만, 지금 사람들은 언제 적 얘기를 되풀이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과연 이러한 내용이 지나간 구닥다리에 불과한 것일까?

 

대학 동기인 A, B1년에 서너 번 만난다. 서로 하는 일이 비슷해 대화가 잘 통하지만 한 가지만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다. 싱글인 B의 전업주부론이다. 나와 A는 결혼했지만 전업주부는 아니라 B가 우리들에게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B의 말을 들으면 거북하고 기분이 나쁘다. B는 전업주부인데 남편에게 그 역할을 다하지 않는 여자를 싫어한다. 밖에서 돈 벌기 힘든데, 집에 있는 여자가 당연히 가사일과 육아를 전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특히 퇴직한 남편을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전업주부도 비난한다. 평생 돈 버느라 힘든 남편이 이제 집에서 좀 쉬어야 하는데 구박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B의 말이 전부 틀린 건 아니지만 들을 때마다 반감이 생긴다. B의 생각에는 여성의 가사노동에 대한 경제적 환산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단지 경제적인 것이 권력과 권위가 되는 것의 무시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물론 지금의 MZ세대는 B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젊은 남성들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극우화 되다시피 하는 젊은 남성들이 걱정된다. 그들에게 서로 같이 간다는 의지가 존재하는지.....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준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처럼 화자에게 남겨진 삶 역시 녹록치 않아 보인다. 부모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계속 정신과를 전전할 화자가 말한 누구나 스스로 돌보아야 한다(p.156)'는 의지가 실천되지 못한 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도 한다. 일요일에 점심을 먹으며, 저녁은 뭐 먹지라는 생각을 하는 나 자신도 화자와 닮아 있다. 마음이 무겁고 우울해진다.

 

[내가 필요한 것을 인정하면서 당신은 왜 날 떠나려는 거야, 라고 롤프가 묻는다. 그래야 하니까내가. 그리고 카를도 그렇게 말했다카를이 당신을 돌봐 준대? 아니, 카를이 누구나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했어. 길에 관해, 여행에 관해 글을 쓰면서 카를이 그랬어.

 

사람은 길을 가는 중이다. 어딘가로 여행 중이다, 라는 말을 하려고 내가 롤프를 깨운다. 도로 표시가 되어 있고 아스팔트 깔린 길을 가는 사람들이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소리치고 있어. 나는 목적지 이름도 몰라. 아는 것이라고는 나 외에 아무도 거기서 날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거야. 카를이 그러는데, 나는 예술가 타입이래. 창작도 안하는데? 일생 동안 창작하지 못하는 예술가 기질의 사람이 있다고 카를이 말했어. 정말이지 카를이 진실을 말한 것 같아. 당신도 카를처럼 되고 싶은 거야? 자유롭고 별나게 살다가 카를이 어떻게 됐는지 봤잖아. 카를이 그러는데....이제 그만 자. 롤프가 말한다.

-p.15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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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전쟁 - 근대 유럽의 탄생, 개정판 KODEF 세계 전쟁사 4
그레고리 프리몬 반즈.토드 피셔 지음, 박근형 옮김, 한국국방안보포럼 감수 / 플래닛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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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기 위해서는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배경지식이 필수적이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그 흐름을 거의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폴레옹과 여러 인물들, 역사적 사건, 연대기적 전쟁의 전개뿐만 아니라, 다른 흥미롭고도 풍부한 내용을 그림과 지도를 통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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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45
레프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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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부터 평화와 전쟁을 오가며, 실제와 가상의 인물이 섞인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톨스토이는 담백한 문장으로 그 시대 러시아 상황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욕망, 사랑, 사상을 담아낸다. 또한 정치, 사교계, 개인에게까지 그림자처럼 붙어있는 보나파르트는 1812년을 향한 비장한 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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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니콜라이 고골 지음, 이항재 옮김,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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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러시아에서 시민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외투‘는, 물질을 넘어 수 만 가지의 상징과 욕망으로 변해간다. 생명력 넘치게 솟구치는 외투 속에 갇힌 듯한 “작은 인간”은 초라함과 패배자의 모습뿐만 아니라, 전진하지 않고 안주하는 아카키도 보여준다. 그렇지만 어떻게 나아갈 수 있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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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영국에서 출생한 데미언 허스트는 어머니와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간다.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데미언도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그곳에서 미래에 자신의 주요 작품 주제가 될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앨러튼 그레인지 스쿨과 리즈 예술 대학을 거쳐 런던의 골드 스미스 대학에 진학해 그림을 배운다. 1970년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았던 시기에, 데미언과 그의 동료들은 런던 항만 구역의 창고에서 <프리즈>라는 전시를 연다. 자신들의 힘으로만 전시를 기획해야 했지만, 이 전시를 계기로 데미언은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의 자질을 배웠고, 젊은 영국 예술가 그룹인 'yBa'를 탄생시킨다.

 

데미언 허스트는 예술가로서 자신의 작품 속에서만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이 적극적으로 큐레이팅의 전 과정에 참여한다. ‘공간, 사물 및 전시회 자체를 매체로 사용하여 자신의 아이디어와 관심사를 시각과 예술적 실천 의지에 맞춰 큐레이팅(p.35)'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컬렉터인 찰스 사치는 데미언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 그를 후원한다. 남다르고 기발하며 파격적인 데미언의 작품은 사회적 관심과 함께 상대적으로 많은 비판도 받는다.

 

어렸을 때부터 데미언은 돌멩이나 광물, 책 등을 수집했다. 머더미(murderme-데미언의 수집 전반을 지칭하는 용어) 컬렉션으로 포름알데히드 동물, 곤충 캐비닛과 같은 작품으로 표현했다.

 

[데미언의 수집품 머더미는 그의 주된 관심사였던 과학과 예술, 자연사, 죽음과 그 죽음을 이해하려는, 또는 그것을 피하려는 인간의 염원을 수집하고 정리한 행위로 보인다. 그렇기에 그의 수집벽은 불멸의 숭고함을 추구한 인간의 욕망과 절대로 죽음을 이길 수 없는 현실 사이의 간극을 얘기하고자 한 생각을 대변한다. 이런 일관적 태도가 머더미 컬렉션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데미언의 삶의 지도를 그대로 보여준다. -p.47~48]

 

데미언은 나비와 곤충, 해골과 동물 등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이를 통해 삶에서의 죽음이라는 개념을 자연의 역사에 대한 시각으로 조명하는 데 전념해 왔음을(p.52)' 보여준다. 데미언 작품의 특이성은 그가 창립한 회사인 사이언스를 통해 조직적인 차원에서 창작을 하는 것이다. 체계적 시스템이 움직이는 곳에서 예술과 돈이라는 두 개의 목표에 가치를 둔다. 약국 레스토랑 운영도 하고 비지니스 매니저를 고용하여 그의 작품의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놓았다. 이런 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지만 예술 창작에 돈이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간과하기 어렵다.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에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는 것이 많다.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오랫동안 의지한 것이 종교였다면 현대의 인간에게는 과학이 신앙을 대체한다는 사실이 그의 수많은 작품 속에 들어 있다. 이런 작품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데미언은 해골, 시신 머리, 약병과 각종 수술 도구, 소머리, 파리, 상어와 소를 포름알데히드에 담는 것, 박제된 나비 등을 이용한다. 그런 오브제를 통해 죽음을 직면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다. 죽음은 외면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삶의 일부라는 사실과 생명이 들어있는 육신은 죽으면 결국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약장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의 의학과 과학도 비판한다. 진열장 속의 수많은 약병에서 죽음을 멀리하고 생명 연장을 실현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한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가 신을 섬기면서도 약을 신줏단지처럼 모시는 태도(p.75)’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약은 약 자체로의 효능도 있지만, 형태와 포장에서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데미언의 스팟 페인팅은 제약회사가 약을 제조하듯, 동그라미를 반복적으로 그리며 약을 맹신하며 죽음을 멀리하는 인간의 생각을 풍자하고 있다. 또한 약과 포장 용기의 세련됨과 심미적인 것들이 사람을 기분좋게 해 그것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스핀 페인팅‘, ‘팩트 페인팅’, ‘다이아몬드 해골 작업을 통해서도 계속적으로 죽음, , 예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내가 만난 데미언 허스트는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이 집필한 책이다. 데미언 허스트의 연대기적 삶과 그에 따른 작품 세계를 설명했고,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한 데미언 허스트에 전시에 맞춰 먼저 출간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 실려 있는 작품이 이번에 전시된 작품에 맞춰 잘 설명되어 있다. 마로니에 북스의 여러 화가에 대한 책은 보통 번역된 것이었는데 이번엔 한국인이 집필한 책이어서 반가웠다. 한국어로 쓰여진 책이라 읽기에 어렵지는 않았지만 김성희 관장의 문장은 많이 아쉬웠다. 또한 이 책은 화가에 대한 객관성이 부족했다. 화가의 예술론과 작품에 대한 설명만 있다. 데미언 허스트가 굉장히 사회적으로 비판받는 예술가라는 언급은 그 어디에도 없다. 화가의 이름을 계속 데미언으로 표기하다 마지막 작가 소개 페이지에 데미안‘으로 표시되었다. 데미언이나 데미안이나 그 어떤 발음도 가능하다는 뜻인지?

 

[데미안 허스트는 1980년대 후반부터 설치미술, 조각, 회화, 드로잉을 통해 현대사회가 의식적으로 외면하거나 놓치면서 만들어낸 고정관념/신념 체계를 고찰하며, 미술과 과학, 종교, 그리고 대중 문화의 전통적인 경계에 도전해 왔다. 그는 특히 죽음속에 있는 강렬한 생명의 아름다움과 그 일시성의 불가피한 부패 등 삶의 이면에 담긴 숭고한 관념에 주목하며, 이를 관객 개개인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물과 물질의 기발한 조합으로 표현한다. -p.222]


-<미다스와 무한>, 나비, 큐빅, p.151


-<신만이 아신다>, 유리, , 포름알데히드 용액, p.155


-<신의 사랑을 위하여>와 함께 한 작가, p.18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전시되는 <데이미언 허스트전>을 보러가기 위해 작가와 작품에 대해 먼저 알고 싶었다. (이번 전시는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데미언 허스트를 데이미언 허스트로 표기했다.) 책을 읽고 인터넷 검색을 했다. 책에 비해 다른 매체에서는 이 작가에 대한 비판이 많았다. 너무 상업적이라는 것과 그것을 위한 작가의 비도덕적인 사건도 있었다. 특히 예술을 표현하기 위해 인골이나 곤충의 박제,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구는 동물을 이용하는 것에 많은 비판이 있었다.

 

이런 이유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논란도 많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관람료를 8000원으로 저렴하게 책정했고, 오디오 가이드도 무료로 제공해 다른 미술관에 비해 상업적인 것을 지양하는 인상을 주었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비용이 충당되었는지, 아니면 부족분을 국민의 세금으로 상쇄시켰는지는 잘 모르겠다.

 

데미언 허스트 작가의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너무 돈을 밝히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양가감정으로 전시회 관람을 시작했지만, 완전히 그의 작품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데미언의 창의력에 놀랐고, 그가 추구하는 예술적 의미에 공감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아이러니를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주제가 작가 자신에게 머물지 않고 사회적 문제와 철학으로 확대되는 것에 생각할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 작가의 메시지가 잘 이해되는 것이 좋았다. 지난겨울 관람한 <장 미쉘 바스키아>의 작품은 너무 어려워 하나도 이해하지 못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데미언 허스트는 현대 미술의 판도를 뒤바꿔 놓았지만, 가장 논쟁적인 인물 중 하나이다. 이번 전시의 여러 섹션 중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는 그의 20대 시절에 제작한 작품을 모아 놓았다. 회화의 소재가 너무 많은 것에 길을 잃은 허스트는 콜라주 시리즈 돌파구를 찾는다. ‘스팟 페인팅은 한 화면 안에 같은 색을 반복하지 않으며 점 사이에 똑같은 간격을 유지한다. 여기에서 나중에 알약 시리즈로 확대해 나간다. ‘스핀 페인팅1994년부터 연작 시리즈로 시작했으며 모터를 이용해 캔버스를 회전시키며 그 위에 물감을 뿌린다. 스팟 페인팅이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면 스핀 페인팅은 우연성과 즉흥성을 표현한다.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이 유리 상자는 20톤이 넘고 길이 4m가 넘는 상어가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겨있다.


-’천년

이 상자 앞에 서면 뭔가 썩어가는 냄새가 난다. 두 개로 나뉘어진 부분 중 한 쪽은 죽은 소의 머리와 피가 있고, 다른 쪽은 구더기들이 파리로 부화한다. 두 쪽의 가운데에 나 있는 구멍으로 부화한 파리는 죽은 소의 머리로 갈 수 있다. 거기에서 영양을 섭취한 파리는 빛에 이끌려 위쪽의 보라색 전기 살충기로 가 죽는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우리는 이 상자를 통해 보게 된다. 애써 잊으려고 하는 죽음을 적나라하게 나타내고 죽음으로 인해 또 누군가는 생명을 얻으며 그 또한 허망한 죽음을 향해 질주한다.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는 거대한 유리 상자 안에 내용물을 넣어 관객을 철저히 관찰자적인 입장에서만 작품을 감상하게 한다. 여기서는 주로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준다. 우리는 누구나 죽는 줄 알지만 그 실체에 대해 경험하지 못한 채 마치 그것이 없는 듯 살아간다.




-‘신의 사랑을 위해

18세기에 실제 살았던 사람의 두개골을 백금으로 주조하고 8601개의 다이아몬드를 붙였다. 치아는 원래의 것을 살리기로 해 전문적인 세척을 거쳐 다시 이식했다. 두 개의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죽음을 화려하게 치장했지만 결국 우리는 죽을 수밖에 없고 죽으면 누구나 해골의 상태로 남을 뿐이다.



-사람과 동물의 겉모습은 매끄럽고 아름답지만 피부를 한 꺼풀만 벗기면, 뼈와 혈관, 근육으로 이루어진 물리적 조직체에 불과하다. 하나의 작품에 안과 밖의 두 가지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역시 죽음을 상기시킨다.


-‘벚꽃 시리즈

데미언의 어머니가 좋아했던 벚꽃


<침묵의 사치> 섹션은 이전에는 종교와 신을 숭배한 인간이 현대에는 의학과 돈을 맹신한다는 의미의 작품들이 있다. 종교와 과학이 만난 인간의 욕망의 허망함을 보여준다.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은 오디오 가이드중 일부분을 인용했다.


전시회장을 나와 뜨끈한 수제비와 기름진 빈대떡을 먹었다. 데미언 허스트의 작품과 그가 말해주는 죽음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쨌든 죽을 수밖에 없는 내가 왜 이리 온갖 감정과 고통을 가지고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지 많이 허망했다. 그 헛헛함을 일단 따뜻한 국물과 기름으로 채워야 할 것 같았다. 돌아서면 언제 죽음을 생각했냐는 듯 다시 욕망 가득한 삶을 살겠지만, 그럼에도 전시회장에서 잠시 겸손했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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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6-02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시장에 사람 많았나요? 왠지 삼청동 수제비 집에 더 많았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6-06-02 15:24   좋아요 0 | URL
관람객이 엄청 많아요. 특히 MZ세대가 많더라고요.
삼청동 수제비가 맛집이라 그런지 여기도 줄을 길게 섰어요.
수제비 맛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맛있었습니다.

단발머리 2026-06-03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만 봐도.... 무척 강렬하네요. ‘
‘신의 사랑을 위해‘ 특히 더 그래요. 백금에 다이아몬드를 둘렀어도 결국.... 해골인 것을.
전시회 관람 후에는 수제비집에 꼭 가야겠군요. 전시회만큼 수제비도 끌려요~~

페넬로페 2026-06-03 11:39   좋아요 1 | URL
데미언 허스트의 죽음에 대한 메시지가 정말 강렬했어요.
작가의 천재성도 특별했는데 여기서 호불호가 나눠질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좋더라고요.
수제비도 한 번쯤은 드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삼청동 산책과 북촌 쪽 카페도 갈 곳이 많은데 날씨가 더운게 복병입니다^^

카리나 2026-06-06 0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요일 오후에 가서인지 시간예약을 했는데도 입장줄이 너무나길었고, 전시작품 앞도 관람객들이 북새통이라 작품감상을 제대로 하지못해 아쉬웠어요.

작가의 삶과 죽음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이 의미는 있었지만, 실제 사람의 해골이나 나비의 박제 등을 이용한 예술작품들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가 실체를 알면 섬뜩함으로 바뀌는 기이한 느낌을 경험하게 했어요.
자극적인 작품들로 젊은 세대들의 호기심을 일으켜 입소문이 난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구요.
현대인들에게는 의학과 약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며 종교를 대체하는 역할을 한다는 메세지도 생각해보지못했던 부분이라
과연 그럴수있는지..
그건 다른 영역이지않을까 하고 깊게 생각해보게되더라구요.

삼청동 수제비를 못먹고와서 더 아쉬운가봅니다ㅎㅎ

페넬로페 2026-06-06 07:03   좋아요 1 | URL
관람객이 너무 많죠! 입소문으로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다른 전시에 비해 젊은 세대들이 많던데 그들이 작가가 전하는 죽음의 메시지를 다 이해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작가가 사용한 오브제에 더 관심이 있는 것도 같고요. 저는 상어와 해골에 대해서는 정보를 알고 갔는데 나비에서 많이 놀랐어요. 처음에 스테인드 글라스인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수많은 박제된 나비라서 허걱 했어요. 파리도 그렇고요.
현대인들이 의학과 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것에는 완전 동의했어요. 신에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이 절대적인 것은 맞는 것 같기도 하는데 그것들 역시 자본주의의 끝판왕 같아서 암울하기도 해요

가을에 은행잎 노랗게 될 때 같이 삼청동 산책하고 수제비 먹어요.

카리나 2026-06-06 0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좋아요^^
삼청동 수제비먹고,
두번째로 잘하는
단팥죽도 먹으러가요~~ㅎㅎ

페넬로페 2026-06-06 07:35   좋아요 0 | URL
네네.
두번째로 잘하는 단팥죽
기대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