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로라 엘 마키.기욤 갈리엔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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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4,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안타까웠다. 나와 별로 연관이 없는 곳이었지만(물론 내가 가톨릭교도이지만) 우리의 남대문 화재가 발생했을 때처럼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들려온 소식에 나는 경악했다. 불과 며칠 만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구성금으로 1조 원의 돈이 모였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 사실을 믿지 못했다. 천억도 아니고 1조 원이 모이다니, 도대체 프랑스인들에게 노트르담 대성당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인지가 무척 궁금해진 순간이었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소식을 듣고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유시민 작가도 유럽도시 기행1’에서 노트르담이 도대체 뭐기에?”라고 쓰고 있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프랑스 역사의 격변기마다 노트르담 성당은 여러 차례 타격을 입어 부서졌고 19세기 초에는 너무 손상되어 철거시키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한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존폐의 기로에 선 노트르담을 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노틀담의 꼽추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1831)이 대중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시민들은 노트르담 복원 기금 조성 캠페인을 벌여 성당을 완전하게 복원했다.

-p.370/494, 유시민, ‘유럽 도시 기행 1’]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하나가 노트르담 대성당을 계속 존재하게 했다. 문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확인해준 셈이다.

 

몇 년 전에 읽은 파리의 노트르담은 어릴 때 읽었던 노틀담의 꼽추와는 너무 다른 소설이었다. 물론 카지모도도 등장하지만 위고는 지루할 정도로 건축 양식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시대에 따른 건축 양식의 변화와 대성당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특히 찬미할 정도로 고딕 양식을 사랑했다. 파리와 노트르담 성당에 대한 서술도 어찌나 매력적이든지 가지 않아도 내가 그곳에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 소설을 읽고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켜내겠다는 프랑스인의 선택은 너무나 당연했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뮤지컬로 감상한 레미제라블역시 빅토르 위고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가난, 민중, 인간의 본성, 혁명, 희생 등, 이 소설에도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왕정주의자였다가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나폴레옹 3)가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에 즉위하는 모습을 보고 공화주의자(보수진보)로 노선을 바꾸고, 반체제인사가 되어 19년 동안 망명생활을 했던 위고는 작가인 동시에 정치가였다. 위고는 민중과 가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그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다. 사형제도도 반대했다. 이러한 위고의 사상은 그의 앙가주망 문학, 연설과 담론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빅토르 위고는 너무나도 엄청난 바람둥이였다. 위고의 아내 아델 푸셰는 결혼 후 6년 동안 내리 5명의 아이를 낳는다. 위고의 형 외젠과 친구인 생트뵈브는 아델을 사랑했다. 외젠은 이러한 광기로 인해 나중에 정신병원에 간다. 위고의 막내딸 아델 역시 정신병을 앓았다. 위고 옆에는 평생 무수한 여자가 있었다. 정부 쥘리에르 드루에는 아델이 죽고 나서도 위고와 함께 했고, 위고와 불륜에 빠진 레오니 비아르6개월 동안 수녀원에 감금되기도 했다. 위고가 망명 시절에 적은 검은 수첩(p.68)’의 정체는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나의 리비도는 통제할 수 없다는 위고의 행적을 보면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어머니는 강하다라고 말한 사람이 빅토르 위고(출처-나무위키)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위고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지만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이다. 글뿐만 아니라 그림도 잘 그린 재능 많은 사람이었다. 소위 강남좌파(출처-나무위키)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식 네 명을 자신보다 먼저 보낸 아픔을 겪었고, 손주에게는 자상하고 따뜻한 할아버지였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프랑스에서 가장 위대한 시인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앙드레 지드가 한 말인 위고, 유감스럽게도!(p.197)”라는 말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위대하지만 유감스러운 면이 많은 사람이 빅토르 위고다

 

빅토르 위고와 함께하는 여름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를 제작한 라디오 방송국 PD로라 엘 마키의 작품이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이 프랑스 앵테르 방송에서 여러 패널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담은 책이라 이 책의 내용도 그렇게 방송에서 다루어진 것으로 추측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

 

43개의 짧은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빅토르 위고를 여러 모습으로 서술했다. 재미는 없었지만 작가의 다양한 모습을 알게 되어 좋았다. 4장인 에르나니논쟁은 그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았고, 우리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이다.

 

장 발장과 자베르 경감은 각자 다른 마음으로 신께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장 발장은 늙은 자신을 데려가고(죽게 하고) 젊은 마리우스를 집으로 보내달라고 기도한다. 자베르는 끝까지 죄수 장 발장을 쫓아가 단죄시키겠다고 신께 맹세한다. 자신의 신념대로 충직하게 움직이는 두 사람을 보여주며 세상에서 무엇이 옳은가를 위고는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유감스럽기도 한 빅토르 위고지만 이러한 면이 이 사람을 위대하게 한다.

 

 [위고를 읽는 건 하나의 약속이다.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요동친 세기 중 하나를 가로지르는 약속이고, 숭고함을 스치고 무한을 경험하게 해주는 약속이다. 우연이 구해낸 고아들을 만나게 해주는 약속이고, 절름발이들이 사랑을 만나는 걸 보게 해주는 약속이다. 그리고 정치적 용기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약속이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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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8-23 15: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국도 미술 전시장을 여러 용도로 활용해 기금을 상당히
모금한다고 알고 있는데 프랑스는 더 그럴 것 같아요.
유시민 작가의 말처럼 위고의 영향도 컸을 테고요 1조원이라니 놀랍네요!

장 발장도 자베르도 시대의 희생양으로 느껴졌었어요.
홍광호 노래 좋아해서 페넬로페님이 올려주신 곡 반갑게 잘 들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08-23 16:12   좋아요 1 | URL
그런면들이 사실 엄청 부러워요.
문화라는 부분만큼은 프랑스인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 같더라고요.
그때 1조원 모였다는 소식 듣고 정말 놀랍고 부러웠어요.

어떤 해석은 자베르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라고도 해요
가을엔 레미제라블 읽고 싶은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올해 최재림 배우 주연으로 뮤지컬 올린다는 소식이 있어요.
티켓팅 성공할지 모르겠지만 뮤지컬 다시 보고 싶네요^^

독서괭 2023-08-23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지만...˝ 뒤에 나오는 위고, 놀랍네요! 그렇게 매력이 있었을까요?? 바람둥이..
레미제라블 뮤지컬 영화 정말 좋아하는데, 공연은 아직 못봤어요. 보고 싶네요 ㅠㅠ 노트르담 대성당을 위해 1조원이라니!! 문학의 힘이란. 국민작가라 더 그렇겠죠?

페넬로페 2023-08-23 19:06   좋아요 1 | URL
˝그렇지만˝의 내용으로 봤을 때 프랑스인들은 그런면에서 엄청 관용적인 듯 해요.
레 미제라블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는 좋았는데 사실 노래가 좀 그랬어요. 동시녹음을 해서 그렇다더라고요.
1조원 넘, 놀랍죠~~

희선 2023-08-24 0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트르담 성당에 불이 났을 때 프랑스 사람이 1조원이나 모으다니 대단하네요 빅토르 위고 소설이 영향을 미치기도 했군요 빅토르 위고 소설은 거의 뮤지컬로 만든 듯하네요 뮤지컬뿐 아니라 다른 걸로도... 엄청난 바람둥이였다니 그건 이번에 알았네요 빅토르 위고와 불륜에 빠진 레오니 비라르만 수년원에 갇힌 것 같군요 여자한테만 잘못이 있는 건 아닌데... 그런 건 어디나 다르지 않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8-24 01:12   좋아요 1 | URL
몇 년전 뉴스에서 그 얘기 듣고 정말 놀랐어요. 그것도 거의 3, 4일만에 1조 원이 모였거든요.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레미제라블 뮤지컬이 저의 최애 뮤지컬이예요. 내용도, 넘버도 다 좋고 감동적이예요.
희선님 말씀처럼 위고는 무죄로 풀려났는데 레오니만 그렇게 되었어요. 불공평하지요^^

그레이스 2023-08-31 15: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함께하는 여름 시리즈 어떤가 궁금해요
호메로스와 함께 하는 여름 살까말까 고민하다 제게 있는 책이랑 내용이 겹치는듯해서 장바구니에서 덜어냈는데....

페넬로페 2023-08-31 16:12   좋아요 1 | URL
호메로스는 우리가 아는 내용이 더 많을 것 같아요.
저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어요.
여름동안 라디오에서 집중적으로 호메로스를 다룬다는 점이 부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