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결론을내렸다. 행복과 불행은 전적으로 나의 책임, 그저 나에게 달려있었다. 이를 깨닫는 데 무려 육십 년이나 걸리다니. 나는 버림받았고, 고독하고, 당신을 너무나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은 나의 정신적인 지주다.  - P11

그는 타인을 돕고 교회에 봉사하고 싶은 깊은 갈망에 이끌려 도미니크회 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도 그 결심을 막을 수는 없지. 다만 실질적인 방법으로 교회에 봉사해야 해. 케케묵은 문서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면서 ……..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덧붙여 말했다. 등등등. 둘은 동시에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카롤리나가 곁을 지나갔는데 둘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 P31

정오를 알리기까지 십 초가 남았다. 베르사유에서는 몇몇 풋내기들이 종전을 선언했다. 그들은 온갖 생색을 내며 정전에서명하면서 몇 년 후의 영광스러운 새 전쟁을 위한 장치들을조심스럽게 심어 두었다. 더욱 많은 피를 부르고 더욱 악에 가까워질 그 전쟁을 신이라면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펠릭스 아르데볼 이 기테레스는 초록색 상자를 열었다. 그는멈칫하며 붉은 리본을 걷어 냈다. 첫 번째 종소리가 울렸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 (라틴어))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 P45

다시 말해 나는 영재성을 발굴하고자 하는 열성적인 부모로부터 관찰당하는 외동아들이었다. 내 어린 시절을 요약하자면 마치 높은 허들을 넘는 것과 같았다.  - P85

입회를 위해 문을 두드렸을 때 그는 이미 안전지대를 떠나 도망자의 충실한 동반자인 공포의 세계로 깊이 들어간 지 오래였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지 모른다는 의구심이 들었다. 예수는 우리에게 사랑과 신의를 이야기했는데 자신은그것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는 이를 수행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종교재판장인 니콜라우 에이메리크3) 신부가 상관이었고, 신의 이름과 교회의 번영, 진실한 믿음을 위해 모든 일을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수는 나에게 너무나도 먼 존재였기 때문에나는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미켈 수사,
감히 멍청한 세속 수도사 주제에 예수의 거처를 묻다니? 우리주님은 우리의 아무런 조건 없는 완전한 복종 속에 존재하십니다. 주님은 나와 함께 계세요. 미켈 수사.
- P102

한번은 아버지가 스토리오니를 손에 쥐고서 나에게 말했다. 다소 망설이는 듯했지만 악기를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조심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건이야. 내 손에 들어온스토리오니는 마치 살아 있는 듯했다. 부드럽고 친밀한 심장박동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버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 바이올린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월을 거쳐 왔단다.
우리도 모르는 콘서트 홀, 그 누군가의 집에서 소리를 울렸을것이고, 악기를 섬기던 모든 연주자의 환희와 고통을 함께했을 거야. 이 악기가 목격했을 대화의 순간들, 이 악기가 경험했을 음악들.……. 아마도 수많은 사연을 우리에게 들려줄 수있을 테지. 아버지는 당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마어마한 비관주의로 설명을 마무리했다.
- P126

이 소식에 아드리아는 가장 먼저 안도감을 느꼈다.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더 이상 나한테 잔소리할 사람은 없겠군. 하지만곧 이런 생각을 한 자체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또 하늘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는 비참한 죄인 같은 마음이 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이 내 탓이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카르메 보스크 데 아르데볼 부인은목이 잘린 펠릭스의 신분을 확인하는 고통스럽고 괴로운 절차를 견뎌야 했다. 모반이 저기에…… 네, 그 모반이 맞아요. 네, 점이 두 개가 있어요.
차가워진 시신은 더 이상 누구에게도 잔소리를 할 수 없었다.
- P207

나는 아직도 그장면들을 마치 호퍼의 그림처럼 떠올릴 수 있다. 유년 시절 그 집에 관한 모든 기억은 호퍼의 
그림처럼 불가사의하고 
질척한 외로움으로 내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어질러진 침대,앙상한 의자 위에 널브러진 책들 사이에서 창밖을 내다보거나 말끔히 정리된 책상 옆에 앉아 벽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람들과 마찬가지 모습을 한 내가 그 가운데에 있었다. 집에서는 모든 것이 속삭임으로 해결되었고, 가장 분명하게 들리는소음은 내가 바이올린으로 연음을 연습할 때를 제외하고는 어머니가 외출을 위해 굽 높은 구두를 신을 때였다. 그리고 호퍼가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이 있기에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면 나는 글을 쓴다. 나는 그림을 볼 수 있지만 그릴 수는 없기때문이다. 나는 항상 호퍼처럼 광경을 본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창문 혹은 문을 통해서 말이다. 또한 몰랐던 것을 결국에는 알게 된다. 알 수 없는 것은 이야기를 지어내고, 그럼 그것이진실이 된다. 당신은 나를 이해하고 용서하리라고 믿어. - P219

아드리아는 어쩌면 바이올린 연주를 할 줄 아는 게 인생, 고독이라는 수수께끼, 자신의 욕망이 절대 현실과 합치할 수 없다는 분명한 증거, 아버지의 죽음이 무엇 때문인지를 밝혀 대고자 하는 갈망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 P307

아르카디아에도 나는 있다. (라틴어) 비록 푸생이 그림을 그릴때 이문장의 주어는 죽음이며, 따라서 도처에 죽음이 
있고,심지어 행복의 공간에도 죽음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언제나 문장의 주어가 ‘나‘로 해석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다.
나는 아르카디아에 있었으며, 아드리아는 자신의 아르카디아가 있었다고 말이다.  - P357

곧 비가 오기 시작해 그들은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거리 한가운데에서 아무개 씨에게 수고비를 지급한 후 헤어졌다. 수백만 명의 사망자가 나오고 도시가 파괴되었을 뿐 아니라전쟁의 잔혹함은 사람들을 평소 예절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오래된 골목길 구석에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 익숙해졌다. 그게 한 명 이상의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르는 거래라도 말이다.  - P383

기차표를 손에 쥐었을 때 학업을 위해 튀빙겐으로 떠나는게 미래를 그리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유년 시절과의 작별이었다. 나의 아르카디아에서 멀어지는 것이었다. 그랬다. 나는 외롭고 불행한 아이였다. 부모는나의 재능과 관련된 것 이외에는 무신경했고, 내가 동전을 넣으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을 보러 티비다보 놀이동산에가고 싶은지 물어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오염된 진흙 속에서 빛나는 꽃을 찾아 냄새를 맡을 줄 알았다. 그리고 마분지로 된 모자 상자를 바퀴 다섯 개짜리 큰 트럭이라고 상상하며 기뻐할 줄 알았다. 슈투트가르트행 표를사며 나는 이러한 순수의 시절이 끝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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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0-15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시는군요!

페넬로페 2021-10-15 13:24   좋아요 1 | URL
네,, 시작했습니다
생각보다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책이네요~~
이 책으로 또 많이 배울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1-10-15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인용문, 첫문장이 좋네요.
잊어버리고 있다가 가끔씩 생각날 것 같은 느낌이예요.
페넬로페님, 바람이 많이 차가워졌어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10-15 22:16   좋아요 1 | URL
이 문장이 이 책의 첫페이지의 문장인데 아마 이 책의 주제가 아닐까해요^^
날씨가 갑자기 왜이리 추워지는지 모르겠어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세요^^

레삭매냐 2021-10-1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고서점에 이 시리즈가 중고
서점에 출현하기만을 학수고대하
고 있는 중이랍니다. 사냥꾼의 마음
으로다가.

페넬로페 2021-10-16 21:32   좋아요 0 | URL
좀 지나면 중고로 나올것 같아요^^
이 책 초반 지났는데 아유 완전 초집중해서 읽어야 하네요~~
몇 번 앞으로 돌아갔어요^^

서니데이 2021-10-17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날씨 일기예보에서 말한 것처럼 차갑네요. 이런 날이 책 읽기는 더 좋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따뜻한 오후가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1-10-17 23:15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추우니 문 꼭 닫고 책읽기 좋은 계절이 되었나봐요.
낼은 마트에 가서 귤을 좀 사야겠어요, 귤 먹으며 책읽기 ㅎㅎ
서니데이님!
시작되는 한 주도 행복하시길 바래요^^

han22598 2021-10-19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페넬로페님도. 드뎌 이책을 영접하셨네요 ㅎㅎ

요 책. 저는 사실. 다 읽긴 읽었고 잘 읽었는데,
먼가...100프로 소화해내지 못한 느낌이 들어서.
독서 내공을 좀더 쌓고 난후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페넬로페 2021-10-19 08:59   좋아요 0 | URL
네, 1권 다 읽었어요.
1권의 내용만으로도 워낙 방대해서 나머지 내용은 무엇으로 채워질지 궁금해요^^

서니데이 2021-10-19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낮에는 조금 덜 추웠는데, 저녁이 되니 다시 공기가 차가워집니다.
내일 아침도 기온이 많이 낮다고 해요.
일교차가 큰 차가운 날씨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1-10-20 01:11   좋아요 1 | URL
며칠간 추워 밖에 나가지 않았는데 오늘은 멀리까지 산책을 다녀왔어요.
좀 추운데 땀이 안나서 좋았어요^^
점점 추위에 적응해 가나봐요*
서니데이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