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에 완전 매료당한다♡♡






일단 독서병에 걸리면, 몸의 기관이 약해져서 쉽사리 다른 재앙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잉크 병 안에 숨어 있고, 깃털 펜 속에서 풀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병자는 글을 쓰기시작한다. 이것은 가진 것이라고는 비가 새는 지붕 아래 놓인 의자 하나와 테이블뿐이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는 가난뱅이에게도 문제려니와, 집이 있고, 가축이 있고, 하녀들이 있고, 나귀들과 리넨이 있으면서 글을 쓰는 부자의 경우에는 그 입장은 참으로 딱 하다. 이런 물건들을 즐길 수 없다. 그는 온몸에 뜨거운 인두질을 당하고, 해충에게 물리게 된다. 그는 작은 책 하나를 쓰고 유명해지기 위해, 전재산을 탕진한다(그만큼 이 해충은 질이 나쁘다). 그러나 페루의 금을 모조리 다 쓴다고 
해도, 그는 한 줄의 멋진 표현이라는 보석을 살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탈진해서 병이 들고, 권총으로 뇌를
날려버리거나, 절망 끝에 얼굴을 벽으로 향한다. 
어떤 자세를 하고 있었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이미 죽음의 문을 지나 지목의 불길에 태워진 뒤니까.
- P69

"명성이란 말하자면"이라고 그가 말했다.
(이제 닉 그린의 만류도 없고 보니, 그는 마음 놓고 이미지를 차례로 주워섬겼는데, 그중 얌전한 것으로 한두 개 예를 들면), 사지의 자유로운 운신을 방해하는 끈 장식이 달린 코트, 가슴을 옥죄는 은 재킷, 허수아비를 가리는 색칠한 방패다" 등등. 그가 하려는 말의 요점은, 명성은 우리를 방해하고 구속하는데 비해, 무명은 우리를 안개처럼 둘러싸며, 무명은 어둡고, 넉넉하며, 자유롭다는 것이다. 
무명은 우리로 하여금 갈길을 거침없이 가게 해준다. 
무명인의 머리 위에는 어둠의 자비가 풍족하게 내린다. 
그가 어디로 가고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진리를 탐구하고,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만이 자유롭고,그만이 진실되며, 그만이 평화롭다.
그리하여 그는 참나무 아래서 조용한 기분에 잦아들 수 있었으며, 땅 위로 노출된 참나무의 단단한 뿌리가
그에게는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 P94

그는 오랫동안 깊은 바다로 되돌아오는 파도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의 가치와 무명의 즐거움에 대해 생각했다. 무명은 인간의 시샘과 앙심의 짐을 벗겨주고, 우리의 혈관 속으로 관용과 아량이 자유롭게 흘러넘치게 하며, 고맙다는 말이나 칭찬하는 말없이도 주고받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모든 위대한 시인들이 틀림없이 그처럼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비록 그의 그리스어 지식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는아니었지만), 셰익스피어가 틀림없이 그렇게 작품을 썼을 것이고, 교회를 짓는 사람들도 그렇게 지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듣거나, 이름이 알려질 필요도 없이, 오로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아마도 약간의 맥주를 마시고 -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라고 그는 참나무 아래서 사지를 뻗으면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당장 이런 생활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생각이 총알처럼 그의 머리를 스쳤다. - P94

자기 글에 대한 겸손, 자기 용모에 대한 자부심, 자신의 안전에 대한 공포 따위 이 모두가, 조금 전에 남자로서의 올랜도올랜도와 여자로서의 올랜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했던 조금 전의 말이, 전적으로 진실일 수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우리는 옷이 팔이나 가슴의 형태를 갖도록 만들지만, 옷은 우리의 가슴, 두뇌, 혀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다. - P166

그렇다면 불별 있는 한 귀부인을
이토록 흥분시키기 위해 사교계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분명하게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보아도, 이튿날 올랜도는 의미 있는 단어 하나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O 경은 용맹스러웠다. A 경은 정중했다. C 후작은 매력적이었고, M 씨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들의 어떤 점이 용맹스럽고, 정중하고, 매력적이고, 재치 있었는가를 생각해내려고하면, 어김없이 그녀는 기억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것 하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그랬다. 하루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는데도, 그 순간의 흥분은 강렬했다. 그렇다면 사교계란 노련한 주부들이 크리스마스 때 따끈하게 내어놓는 음료의 일종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데, 
그 맛은 10여가지의 서로 다른 성분들을 제대로 섞어 흔들어서 얻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성분 그 자체는 맛이 없다. O 경이나, A 경이나, C 경이나 혹은 M 씨를 따로 떼놓고 보면 별 매력이 없다. 이들을 모두한데 넣고 흔들어 섞으면, 더없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맛과 더없이 매혹적인 향기를 풍긴다. 그러나 이 도취, 이 매혹을 분석한다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다.
따라서 사교계는 최고의 것인 동시에 최저의 것이다. 
사교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품이지만, 전혀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다. 이런 괴물은 시인이나 소설가만이 다룰 수 있다. 그들의 작품은 대단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이런 것으로 가득 차,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오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맡기겠다.
- P171

그녀의 통증의 근원은 왼쪽 손가락같았으나, 그녀는 몸 구석구석에 독이 퍼지는 것을 느꼈고, 마침내 가장 필사적인 치료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시대정신에 무조건 항복하고, 남편을 하나 얻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녀의 성미에 도통 맞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대공의 마차 바퀴 소리가 사라졌을 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외침은 "인생! 연인!" 이었지 "인생! 남편!" 이 아니었고, 앞 장에서처럼 그녀가 런던에 나와 세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도 이목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대정신의 본성은 단호해서, 누구든 맞서려는 자는 순종하는 자보다 더 
효과적으로 때려눕히는 것이었다. 올랜도는 천성적으로 엘리자베스 시대 정신, 왕정복고 시대정신, 18세기 정신이 더 기질에 맞았으며, 그 결과 한 시대로부터 다른 시대로의 변화를 거의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19세기 정신은 
그녀의 성미에 전혀 맞지 않았으며, 그것은 그녀를 붙잡아 망가뜨렸고, 그녀는 그 손에 걸려 전에 없는 패배를 맛보았다. 인간정신은 스스로에게 맞는 할당된 장소가 있는 것 
같았고, 사람은 각각의 시대의 소산이다. 이제 올랜도는 사실상 서른을 한두 살 넘긴 여인으로 성장했으니까, 성격의 윤곽도 정해졌고, 그것을 그릇된 방향으로 구부리는 일은 견딜 수 없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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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10 1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올랜도>...
중고서점에 떴을 때 당장 읽지
않아도 가서 사두었어야 했는데
... ...

그것도 솔출판사의 바로 저 버전
으로.

에밀 졸라가 좀 정리가 되면 그
어렵더라는 울프도 도전해 보렵니다.

페넬로페 2021-07-10 23:53   좋아요 3 | URL
지금 계속 읽고 있는데 쉽지는 않아요. 이왕 시작했으니 작품 많이 읽어보고 끝내려고 햐고 있어요~~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7-11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알려주신대로 하니 잘되네요 정말감사합니다!ᵔᴥᵔ

새파랑 2021-07-13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야 페넬로페님의 울프 완독을 완전 응원드려요~!! 솔출판시 시리지 완전 탐나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1-07-13 17:5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전집이라는 이유로 야금야금 구매하고 있어요. 울프의 소설은 한 권당 책 2 권씩은 있어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7-13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신 거예요? 와.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 어려운 울프를. 전 울프를 아주 좋아하진 않는데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7-13 17:55   좋아요 1 | URL
네, 어렵게 읽었어요~~저도 울프가 최애작가는 아닌데 떨칠수 없는 매력이 있어 계속 읽어나가는 중입니다^^책읽기님, 올랜도 꼭 완독하시기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