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페스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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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 는 작가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쓴 작품이다. - 우리가 읽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작가 본인이 직접 책으로 출간한 것이 아니기에 추측할 뿐이다. -

권력에 눈 먼 동생에 의해 모든 것을 잃고, 딸 미랜더와 외딴 섬에 유배되어 온 밀라노 대공, 푸로스퍼로는 마술로 태풍을 일으켜 복수할 대상들을 섬으로 끌어들인다. 정령 에어리얼의 도움으로 그들을 응징하려고 하지만 결국은 모두를 용서하고 그들은 화해한다. 거의 죽음으로 끝나는 다른 비극 작품과는 달리 '템페스트'에는 누군가 죽지 않고 결말이 해피엔딩이다. 이러한 모습들을 지켜본 미랜더는 말한다.

 

미랜더- "참, 찬란한 신세계로다!

푸로스퍼로- "너에게는 신세계이지.-p120, 5막 1장

미랜더에게 신세계로 여겨지는 것이 푸로스퍼로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하다.

 

태풍으로 배가 난파되어 뿔뿔이 흩어져 섬에 도착한 여러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왕이 되려 한다. 각자의 방법으로 멋진 신세계를 건설하고자 한다. 욕망에 물든 권력욕으로 나폴리의 왕 알론조를 죽이려하고, 힘이 없는 이들은 술의 힘을 빌려 폭력적인 계획을 세운다. 섬의 유일한 여성인 미랜더를 겁탈하려고도 한다. 서로 권모와 술수를 부추기며 한자리를 차지하려고 한다. 정직한 노대신 곤잘로만이 시종일관 현명하고 따뜻하다.

 

억울하게 권력에서 밀려난 밀라노 대공 푸로스퍼로는 평생 공부하고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매진한 그것이 원인이 되어 섬으로 유배되지만, 또한 그것이 무기가 되어 복수의 대상을 응징할 수 있다. '마술'로 표현되는 푸로스퍼로의 재주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마술' 이라는 것에 국한시키면 이것은 인간의 나약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섬에서 복수를 하든, 용서를 하든 뭔가 강력한 것이 있어야 한다. 에어리얼의 도움을 받고, 폭풍을 일으킬 수 있는 마술을 부려야 한다. 왕의 아들인 퍼디넌드를 그의 일행들과 떨어뜨려 미랜더와 먼저 사랑에 빠지게 한다. 환타지 같은 것이라도 있어야 잃은 것을 복구시키고 그들과 화해할 수 있다. 이것 역시 또하나의 권력이다. 무대에서 상연되는 연극을 보려고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이것을 셰익스피어는 작품에서나마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존재하지 않는 신세계와 욕망으로 물든 인간들의 화해를 꿈꾸면서 말이다.

 

그 모든 것을 이룬 푸로스퍼로는 평생토록 자신을 지탱해온 마술책을 바다에 던져버린다. 고향으로 낙향하기 전의 셰익스피어도 푸로스퍼로가 마술책을 던진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평생 희곡을 쓰며 온갖 것을 다 겪었을 노작가는 템페스트의 내용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다. 욕망과 미움의 인간적인 감정들을 용서와 화해의 미덕으로 변화시키는 노년의 지혜로움을 알려준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글의 형식은 거의 대부분이 '약강 오보격 무운시' 의 형태이다. 소네트도 간간이 있고 각운도 맞춰져 있다. 이러한 영어의 형식을 우리 말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문학동네판 번역자는 어렵다고 아예 선언한다. 그 선언에 의해 셰익스피어 운문은 우리말로 살아나지 않는다. 어렵지만 그래도 번역자이면 그 운문을 조금은 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 별 다섯개는 온전히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에게 바치는 나의 존경의 의미다.

 

푸로스퍼로가 말한다.

이제 저의 마술을 다 던져버렸습니다.

저 자신의 힘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이건 지극히 약합니다, 이제는

저를 감금하든지 나폴리로 보내든지

당신들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제

저의 공국도 회복하고 사기꾼도 용서하였으니

당신의 주문으로 이 섬에서

살지 않도록만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박수갈채로 저를

이 무리들로부터 떼어주십시오.

여러분의 너그러운 숨결로

저의 돛들이 채워지지 않는다면

여러분을 즐겁게 해드리는

저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간 것입니다.

이제 저는 부릴 정령도 없고

걸 수 있는 마술도 없고 해서

기도로 구원되지 않는다면

저의 마지막은 절망이 됩니다.

기도는 뚫고 들어가 자비로 움직여서

온갖 잘못들을 용서합니다.

      여러분도 범죄를 용서받으시려거든

      관대하게 저를 놓아주십시오.      (퇴장)-p131~132,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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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7-05 22: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모든 번역이 섬세한 작업이겠지만, 특히 시 번역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여겨집니다. 의미 전달과 운율의 상충조건 속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그나마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가장 좋은 길은 독자가 스스로 느끼는 것인데 이 역시 쉽지 않아 보입니다^^:)

페넬로페 2020-07-05 22:04   좋아요 3 | URL
네, 정말 그런것 같아요^^
번역작업이 쉽지 않죠~~
책을 읽으며 아쉬움을 많이 느끼지만 번역자 역시 많은 고충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겨울호랑이님!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7-06 11: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구잡이 독서인이라...
그런 디테일은 잘 모르고 넘어
가는데 - 정말 대단하십니다.

원서로는 넘사벽인지라 :>

페넬로페 2020-07-06 13:03   좋아요 2 | URL
아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설서에 의존해서 대충 알고 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읽으면 읽을수록 좋네요**

scott 2020-07-22 21: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맥베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작품 ‘템페스트‘는 이번에 코로나로 공연을 못하게 된 stratford 페스티벌 측이 유트브에 약 2주동안 올려놨을때 봤는데 맥베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작품이 되었어요. 배우들 연기도 훌륭했고 시대를 관통하는 고전 중에 고전이 셰익스피어 작품들이라는것! ^.^

페넬로페 2020-07-22 22:18   좋아요 2 | URL
저도 영상으로 보고 싶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요즘 계속 셰익스피어 작품 읽고 있는데 고전의 힘을 알겠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