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콜린 더브런 지음, 황의방 옮김 / 마인드큐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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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고 약간은 오글거리는 그 꿈을 때때로 추억한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조금씩 희미해진 그 꿈은 여러모로 적합한 어떤 이가 여행작가로서 명성을 떨쳐나갈 때 일렁이며 불쑥불쑥 얼굴을 들이밀고는 한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여행작가라 불리우는 '콜린 더브런'은 여행작가가 갖추어야 할 모든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그의 해박한 역사 지식과 글, 풀어내는 이야기의 매력까지 더없이 완벽한 작품을 보며 조물주에 대한 배신감이 들었다.

한국의 경제가 좋아지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으나, 워라밸, 소확행 등이 화두로 떠오르듯 개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라, 여행 또한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여행을 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를 텐데 작가는 무려 100가지의 여행을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 많은 이유를 버려두고 여행을 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괴로울까. 그래서 작가는 여행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실크로드>를 들으면 중고등학생 때 공부했던 역사가 떠오를 것이다. 초록창에 검색을 해보면 고대중국과 서역 각국 간에 비단을 비롯한 여러 가지 무역을 하면서 정치·경제·문화를 이어 준 교통로의 총칭이라고 명하고 있다. 작가는 무려 240일간을 중국 시안에서 터키 안티오크까지 1만2천키로에 달하는 지역을 여행했는데 그 노선이 맨 앞 장에 지도로 그려져 있다. <실크로드>는 여행작가라면 능히 갖춰야만 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진을 찾아볼 수 없는데 그래서인지 그의 글이 주는 존재감이 더 눈부시게 다가왔던 것 같다. 특히 실크로드 즉 비단길이라 불리우는 역사적인 이 길은 화려하고 흥했던 시기를 지나왔다. 역사적으로 어떤 역할을 한지는 알고 있으나, 지금 현재 그 땅이 어떤지는 사실 모르는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크로드를 여행하는 건 유령을 따라가는 것이다.

실크로드는 아시아의 심장부를 관통하지만, 그 길은 공식적으로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분명하지 않은 경계선,

지도에는 등재되지 않은 민족들 같은 그 희미한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지고, 따라서 어디서건 헤매기 일쑤다.

길이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 여럿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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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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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배달부 키키>를 매우 좋아하는 나로서는 작품의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를 그린 저자는 누구일까? 그 저자의 삶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그런 설레는 마음으로 꺼내 든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는 제목만큼 알록달록한 표지가 설렘을 더욱 증폭시켰다. 1935년생인 가도노 에이코는 84살이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화사하고 발랄한 백발과 딸기색이 정말 잘 어울리는 분이었다.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작가란 것이 느껴졌는데 자신을 대표하는 딸기 이 있다는 것도 디자인이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색상들을 좋아하는 모습까지도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국제 안데르센상을 받을만한 개성있고 순수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게했다.

 

  에이코 할머니의 일상부터 일상적 식생활, 개성있는 패션철학과 그녀의 삶까지를 다룬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에는 개인적으로 공감가는 내용이 있었는데 바로! 책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살아가는데 책은 최우선 순위이며, 그렇게 정해두면 아주 편하다고 이야기하는 에이코 할머니의 집에는 부엌 선반의 그릇 수를 줄여서 책을 꽂아 넣고 화장실 선반마저 책에게 자리를 내줄 정도로 책을 사랑한다.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처음부터 마음이 훅 움직였는데 집 정원에서 감귤나무를 심어 매일 아침마다 주스나 과즙을 넣은 드레싱을 만들어 먹는 사진과 포목점에서 천을 떼어 단골집에서 옷을 지어입는다는 그녀의 심플하면서도 단정한 라이프 스타일을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자신만의 스타일, 개성, 색깔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자신을 구축하는데 주요하고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때론 그 사람을 설명할 수 있거나 한 눈에 그 사람이 연상되는 것 그런 자신만의 라이프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코 할머니는 40살이 넘어 딸기색을 자신의 색으로 규정했다고 하니 자신만의 색이란 것은 켜켜히 쌓이는 시간만큼 진하게 물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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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 -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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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의 책답게 주인공인 니체 외에도 헤겔, 하이데거, 마르크스, 부처와 예수까지 다수의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 철학이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을 깨닫기에 철학은 늘 어려웠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는 철학자뿐 아니라 듣도보도 못한 철학용어도 꽤 등장하지만 피할 수 없는 내 운명을 사랑하는 법을 알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본문에 인용된 니체의 글 대부분을 저자가 직접 번역하여 신뢰도가 꽤 높았을 뿐 아니라 어려운 이야기는 저자 본인의 흔적들을 가지고 와서 그 뜻을 좀 더 쉽게 설명해주기 때문이다. 

 

  대학생때부터 어떤 선택 및 행위를 할 때마다 의미를 부여하는 편이었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되면 무가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런 나의 습관성 의미찾기에 큰 타격을 주었던 글이 있었다. '의미를 찾지 않을 때 의미 있는 삶이 된다' 지금까지 살아 온 인생이 거부당하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충격적인 글이었다.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인 낙타를 지나 냉소적인 분노하는 사자가 되어 니힐리즘에 빠지다가 새로운 활력을 회복하며 아이의 단계로 발전해간다고 본 니체는 염세주의의 극적인 형태의 니힐리즘의 출현이 가장 본질적인 성장, 새로운 존재 상태로의 이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자는 '아이의 정신'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삶의 의미를 묻게 되는 것은 삶이 더 이상 재미있는 놀이가 아니라 그저 자신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으로 느껴질 때'라며 때론 '인생의 의미'가 제기될 필요도 없이 삶을 유희처럼 살아가면 무거운 짐 같은 마음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 말한다. 

 

  삶을 사는데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새로운 자극을 받으며 그 동안 굳건하게 지켜왔던 신념들을 의심하고 깨보는 것도 한 단계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사는 게 힘드냐고 니체가 물었다>에서의 10가지 질문문에 대한 이야기들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꼭 들어볼법한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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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민은 채식주의자 짧아도 괜찮아 4
구병모 외 지음 / 걷는사람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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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집에 도착하기 전, 직장 동료에게서 "무민은 채식주의자를 보니까 육식을 못하겠어"란 이야기를 들었다. 일시적인 감정이겠지만 <무민은 채식주의자>에 수록된 단편소설들은 동물권을 제기하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전해주고 있었다. 총 16명의 작가가 쓴 16편의 소설은 각기 다른 내용이지만 하나 같이 진지하고 깊이 있는 글들이었다. 한 편의 소설은 10장이 채 되지 않는 짧은 내용이라 페이지는 금방 넘어갔고 전쟁터 의료 실험견, 병사견의 폭파임무, 보호자를 잃을 위기에 처한 노묘, 번식력이 엄청난 햄스터와 토끼를 대하는 사람의 태도, 70일령이 되면 도축되는 농장의 닭 이야기 등이 담긴 글은 어릴 적 기억이 떠올라 마음을 무겁게 했다.

<오늘의 기원>에 등장하는 어린 닭은 70일령이 되면 자신이 도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자신의 어미는 산란계로 살아 400일령을 넘게 살았고 그런 어미의 시간을, 누군가의 어미가 된다는 것을 부러워한다. 자신은 70일령이 되면 죽어야하기에. 농장 주인은 찾아오는 구경 온 사람들에게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인증을 받은 농장이라 닭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생활한다고 어필한다. 도축 또한, 마취 가스를 주입한 뒤 도축하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첨언까지 한다. 그 말을 들으며 곧 도축될 어린 닭은 '정말 고통 없는 죽음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소름이 끼쳤다. 동물복지도 결국 인간을 위한 기반일 뿐, 인간은 그 기반 위에 서서 끝없이 동물을 생산해내고 도축한다. 애완동물은 또 어떠한가. 나 역시 어릴 적 토끼, 햄스터, 병아리, 개를 키웠었다. 90년대 한참 미니토끼가 인기를 끌 때였다. 엄마는 청계천의 한 가게에서 미니토끼 두 마리를 사왔고 그 토끼가 커져서 케이지가 비좁아 질 때쯤 다시 청계천에 들고 가 다른 미니토끼와 바꿔오곤 했었다. 그럼 케이지에는 새로온 미니토끼가 귀를 쫑긋하며 나를 보았다. 그 뒤에 그 토끼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관심이 식었을 것이고 청소는 엄마의 몫이 되었을 것이고 그렇게 토끼는 없어지지 않았을까. 값싸게 살 수 있는 작은 동물들에 대한 생명을 우리는 얼마나 자각하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작은 생명까지도 직시할 수 있다면 사회에 만연한 부끄러운 일들이 조금은 해소될 수 있을테지만, 우선은 나부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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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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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타인의 일은 모두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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