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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동생 싸게 팔아요 ㅣ 콩깍지 문고 3
임정자 지음, 김영수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6년 6월
평점 :
어른이 되어서 동화를 쓰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가 자못 궁금하다. 특히 작가 임정자씨는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그 아이와 씨름하며 골머리를 앓는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를 동화로 풀어내야겠다는 사명감을 띄고 이야기를 쓰는 것 같아 꿈과 낭만을 주는 동화 본연의 색채보다는 수필이나 수기의 색채를 훨씬 강하게 느껴지는 엄마작가이다.
이 전에 발표했던 <당글공주>에서는 홍역의 문제를 실제 아이가 홍역을 앓게 되면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며 어떻게 정확하게 대비하며 약을 써야하는 지를 용감한 당글공주와 괴물을 등장시켜 매우 자세하면서도 스릴있게 그려냈고 또,<어두운 계단에서 도깨비가>에서는 좁은 아파트 계단과 복도에서 쿵쾅거리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소음문제를 심각한 불화와 전쟁으로 그리지 않고 대신 아이들의 놀이터로 그려서 오히려 어른들에게 자신도 어린 시절 무수히 어른들의 꾸지람과 눈을 피해 다니며 밤늦도록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놀았던 시절을 상기시키며 권리찾기문제로 다투지 말고 조금 더 삶에 여유를 가지라는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그런데 이 책 <내 동생 싸게 팔아요>는 제목부터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분명 사랑과 평화대신 부글부글 끓는 갈등이 있으리란 것은 쉽게 예견할 수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펼쳐보니 집 안에서 다투는 모습대신 누나가 어린 남동생을 자전거에 태우고 집을 떠나 시장으로 향하는 것이 시작이었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읽기에도 무척 속도감 있는 빠른 진행이었다.
누나가 시장에 도착해서 가장 처음 만난 장난감 가게 언니에게 동생을 팔려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 동생은요, 얼마나 얄미운데요.
나한테 대들고 나쁜 말도 하면서
엄마 아빠 앞에선 이쁜 척해요."
즉, 동생과 자신이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동생을 아랫사람이라 여기고
동시에 엄마 아빠의 사랑을 나눠가져야 하기에 동생이 밉다는 것이다.
또, 꽃가게 할아버지에겐 이렇게 설명했다.
"내 동생은요, 고자질쟁이예요.
세게 때리지도 않았는데 징징 짜기나 하고
엄마한테 일러서 나만 야단맞게 하잖아요."
동생을 때린 자신의 잘못은 인식도 못한 채 오히려 맞아서 우는 동생이 크게 운다며 밉다는 것이다.
그리고 빵가게 아주머니를 만났을 땐 이렇게 주장했다.
"내 동생은요, 욕심꾸러기 먹보예요.
자기 거 다 먹고
내 거 엄마 거 다 달라 그래요."
동생이 달라고 했을 때 엄마는 자신의 몫을 더 나눠주었겠지만 자신은 매몰차게
거절했을 텐데 그럼에도 엄마가 자신보다 동생에게 맛있는 것을 더 책겨주는 것이
몹시 질투가 나는 것이다.
이야기를 여기까지 듣다보면 자꾸 그럴듯한 억지를 부리는 누나가 우습다. 대신 동생은 한 마디 말도 못한다. 아예 말을 못하는 아기로 나왔는지 아니면 힘이 없어서 감히 누나의 이야기에 반론을 제기하지도 못하는 지 동생도 무어라고 한 마디 정도는 하겠지라는 나의 기다림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는 전환을 맞는다.
누나가 자신의 친구-순이를 만났을 때 동생을 거저주어도 안 받겠다는 것에 약이 잔뜩 올라 이제는 반대로 동생의 자랑을 하기 시작했을 때가 흥미롭다.
"그래도 잘 땐 이뻐"
이 한마디…….
눈을 뜨고 자신과 티격태격하며 엄마 아빠의 사랑과 관심, 맛있는 간식을 나눠가져야 하는 경쟁자로서의 동생이 아닌 그냥 있는 그대로의 자연인 아기로서는 한 없이 순하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누나도 모를 리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대결구도가 누나대 순이로 굳어지면서 계속해서 동생의 자랑을 공격적으로 하던 누나는 자신의 말에 자신이 설득당하기 시작했다.
'순이에게는 이런 예쁜 동생이 없는데 나에겐 있다.'
'엄마놀이를 할 때도 동생과 함께하면 훨씬 재미가 있고 심부름도 잘 한다.'
' 밤에 혼자 있을 때도 동생이랑 같이 있으면 훨씬 덜 무섭다.'
갑자기 만약에 동생이 없어진다면 이란 상상을 하니 이 번엔 반대로 동생을 사겠다는 사람들로부터결사적으로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투철하며 비장한 누나로 변했다.
책 속에 나온 누나는 혼자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그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동생을 미워했다가 반대로 사랑했다가 하는 '변덕스러움'을 보여준다. 반대로 동생은 힘이 없는 자로서 단 한 마디도 자신을 변호하는 말이나 누나의 말에 반박하는 말이 없다. 단지 그냥 누나가 하는 대로 나둘 뿐이다.
나는 부디 이 책을 세상의 동생들은 모른 채 누나와 형들만 읽기를 간절히 바란다. 먼저 태어났다는 그 천부적으로 주어진 기득권 때문에 얼마나 동생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게 만들었는지는 괴팍하다느니, 자기 말만 맞고 다른 사람의 말은 모두 틀리다고 생각하는 독재자라느 둥 내 뒤에서 자기들끼리 한탄하는 소리를 두 동생으로부터 많이 들어온 만큼 비례하기 때문이다. 똑부러지고 제 입장만 생각할 줄 아는 말 많은 누나를 주인공으로 삼은 줄 알았는데 그런 자신의 입장에서 동생을 바라 본것을 전환하여 동생 그 자체를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뜨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고 또 그 과정에서 스믈스믈 배어나오는 동생에 대한 '애증의 감정'이 훌륭하게 묘사되어 누나와 동생이 얼마나 서로에게 특별한 가를 일찍부터 알게 해 주는데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