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은 겨우 1981년 생인데 <오베라는 남자>부터 어르신 이야기들을 연작으로 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 책에서도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아들과 손자의 이야기를 예쁜 그림과 그 만큼 예쁜 문장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내 경험으로는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은 모습의 치매라는 질병을 아, 이렇게 예쁘게 바라볼 수 도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나 자신, 가족 모두에게 닥칠 노화와 그에 따른 질병. 피할 수 없고 즐길 수도 없지만, 절망하고 우울해하기 보다 인생은 공평하구나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겠구나 생각하게 된다.
단조로운, 조분조분한 나레이션에도 지루하지 않은 이유?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대단히 창의적인 플롯에 있겠다. 같은 사람이 여러번 죽는 경우는 봤어도, 증조할머니부터 시작해, 살면 대가 이어지고 그래서 소설이 이어지고. 죽으면 대가 끊어져 읽는 사람을 안타깝게 만들고, 완전 새로운 경험이었다. 문체는 <피아노치는 여자>엘리크? 비슷한 느낌의 현재형, 독자에게 통고형. 배수아씨 선택이니 만큼 개성은 만점! 다만, 내 취향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