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는 저자가 있게 마련인데 내게는 서경식 선생님이 그렇다. 서양회화에 전혀 문외한이던 내게 그림을 바라보는 기쁨을 알려준 책이 바로 <나의 서양미술순례>이다. 대단한 지식을 전해주지도 않고 화려한 감상평도 없지만 그림을 기쁘게 만나러 다니는 중년의 진솔한 여행기라서 한 줄 한 줄 아껴가며 읽게 되었다. 이후 그림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어가며 지식을 조금씩 갖춰가게 되었고 그럴수록 그림 보기에 매료되었었다. 삼 개월 간의 독일 체류기간 동안, 피렌체, 마드리드, 뮌헨, 베를린의 미술관을 주말마다 섭렵하면서 피곤할 줄도 모르고 넋을 잃고 서 있게 되었다. 그림, 아직도 잘 모르지만, 말 그대로 바라만 봐도 좋다. 무엇보다, 건강에 자신 없고 지갑이 얇은 장년 인생도 그림을 찾아 여행하며 행복해질 수 있다는 롤모델을 보여주는 저자에게 감사드리고 싶다. 이번 여행기도 마음을 다하여 그림을 바라보는 노년 여행객의 감회가 솔직하고 소박하게 담겨 있다. 계속 글 써주시고 건강하시길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