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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평점 :
의사가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 드라마, 영화는 무수히 많다. 대개는 달콤하게 지구를 구할 것 같은 비장한 절세 미남 미녀가 나오고, 양념처럼 쓴 맛을 조금 넣어주는 수준에서 수술을 다루는 경우가 태반이다. 수술 자체를 주제로 삼아, 그것도 외과의사 본인이 저자가 되어 다루는 책은 많지 않다. 아니, 처음 본다.
네덜란드 출신의 외과의사가 외과의사들이 보는 학술지에 역사상 의미가 큰 수술들을 연재한 글의 모음집이다. 번역자도 이 분야와 무관하지 않은 경력을 갖춰 번역도 무난한 편이다.
역사상 중요 인물들도 인간인지라 질병과 사고를 피해 갈 수 없었고 그래서 수술을 많이도 받았구나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재미나기로는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의 수술이다. 아하, 총상을 입은 미 합중국 대통령이 실려온 응급실 외과의사는 달랑 2개월 경력의 젊은이였다. 이 젊은 의사는 얄궂게도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 암살범인 리 오스왈드의 총상도 치료해야 했고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도 리 오스왈드도 알다시피 유명을 달리했다. 이 젊은 외과의사가 미숙해서라기 보다는 그만큼 치명적인 총상을 입은 환자를 수술로 살려내기까지의 과정이 어렵고 하늘이 도와야함을 알 수 있다.
책 커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게, 아는 사람은 아는 수술 도구들을 떡 배치하다 보니, 수술방 들어가 본 사람들은 책을 집어 들게 되어 있다. 다만, 검정바탕은 안 그래도 어려워 보이는 수술 이야기를 더 어려워 보이게 하니 좀 더 가벼운 터치의 바탕이 좋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