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사 열린책들 세계문학 264
레오 페루츠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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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순간 레오 페루츠란 이름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

운명이 엇갈려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두 남자에게서 인생의 희비극과 기막힌 반전을 읽게 되는 작품!

 

 

 

내 아버지 스웨덴 기사는 영원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한밤중에 잠을 깨우던 작은 노크 소리도 다시는 들리지 않았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스웨덴 군대에서 열심히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던 그 시기에, 또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던 그 시기에, 아버지는 어떻게 그리도 자주 한밤중에 내 방을 찾아와 창문을 두드릴 수 있었을까? 만약 아버지가 죽은 게 아니라면, 왜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을까? 그것은 내 평생 풀리지 않는 어둡고 슬픈 미스터리로 남았다. / 14p

 

 

 

  레오 페루츠의 소설 『스웨덴 기사』는 마리아 크리스티네 폰 블로메라는 한 여인의 미스터리한 고백으로부터 시작된다. 18세기 초, 스웨덴의 왕 칼 12세가 이끄는 군대의 장교로 있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스웨덴 기사라 불리던 그는 무려 5백 킬로미터나 되는 먼 거리에서 왕이 이끄는 전투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한밤중에 자신의 방을 찾아와 자주 창문을 두드리곤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던 그 시기에, 어떻게 아버지는 자신을 만나러 올 수 있었던 걸까. 소설은 바로 이 수수께끼 같은 의문으로부터 출발해 독자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한다.

 

 

 

엇갈린 운명의 두 남자 그리고 또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

 

 

 

  소설의 진짜 이야기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701년 초의 몹시 추운 겨울날, 농가의 헛간에서 만나 친구가 된 두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장터를 떠돌며 닥치는 대로 훔치다가 붙잡혀 교수형을 당하기 직전에 도망친 이름 없는 도둑과 군사 법정에서 사형을 언도받자 이에 탈영하여 도주 중인 스웨덴 귀족 청년이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동행하게 된 두 사람은 탈영한 병사를 쫓는 용기병들을 피해 달아나면서 연일 거친 눈보라와 지독한 굶주림을 겪느라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지만, 함께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겨우 버려진 물레방앗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도둑은 귀족 청년 토르네펠트로부터 한 가지 부탁을 듣는다. 란켄 마을의 클라인로프 장원으로 가서 자신의 대부를 만나 이곳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돈과 옷, 말 한 마리를 보내달라고 전하라는 것이다. 혹시나 자신의 부탁을 의심하면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보여주고 대부의 딸과 유년 시절에 함께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면 될 것이라 덧붙이면서. 그렇게 도둑은 용기병들한테 붙잡히면 즉각 처형당할지도 모를 위험한 여정이 되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시험해보기로 하고 길을 나선다.

 

 

 

그곳은 종교 재단의 영지로, 그 안에는 대장간과 쇄광장, 채석장, 용광로, 소성로 등의 시설물이 있었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 소성로의 불꽃이 혀를 날름거리는 게 보이는 듯했다. 예전에 그가 도망쳐 나온 곳이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불길뿐인 곳. 시뻘건 불길과 시커먼 연기가 자옥한 곳. 그곳에서는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사람들, 도둑들, 떠돌이들이 쇠사슬에 묶여 고통스러운 신음을 토하며 수레를 끌었다. 교수대를 피해 달아났다가 지옥에 떨어진 그의 형제들이었다. / 27p

 

 

「맙소사, 스웨덴 왕이라고!」 방앗간 주인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맞아, 어쩌면 타타르인과 중국의 황제를 물리치는 방법에 대해 네 충고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자는 어찌나 겁쟁이인지, 명예를 지키지 못하면 다리가 부어오를까 봐 두려워하고 있거든. 넌 그런 데 들어가 출세해 보려는 거냐? 거기서는 일당으로 4크로이처를 준다더군. 하지만 분필과 파우더, 구두약, 연마제 같은 것을 사고 나면 남는 게 하나도 없겠지. 병사의 운은 가난한 농부의 척박한 땅에서 나는 곡식과 같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 병사의 운은 절대 무럭무럭 자라지 않는다는 말이야.」 / 40p

 

 

 



 

 

 

 

  영민한 독자들이라면 이쯤에서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이들의 엇갈릴 운명을 예측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귀족 청년 토르네펠트를 대신해 클라인로프 장원에 도착한 도둑은 그곳에서 아랫사람들한테 속아 빈털터리나 다름없게 된 가난하고 어린 영주이자 토르네펠트의 약혼자인 마리아 아그네타에게 한 눈에 반하게 된다. 도둑은 비열한 고리대금업자와 게으르고 이기적인 하인들에게 둘러싸인 이 가련한 아가씨를 보며 자신의 운명을 뒤바꿀 놀라운 계책을 떠올리게 되고, 토르네펠트에게로 돌아가 장원은 빚더미에 올랐으며 아가씨는 자신의 약혼자를 기억하지도 못한다고 거짓말을 한다. 결국 스웨덴 왕 밑으로 들어가 큰 공로를 세울 것이라고 허세를 부렸던 토르네펠트는 주교의 지옥이라 불리는 곳에서 강제 노역을 하게 되고, 반대로 도둑은 성물을 훔치는 도적단의 대장이 되어 약탈한 돈으로 클라인로프 장원을 산 뒤 토르네펠트의 이름을 사칭해 마리아 아그네타와 가정을 이룬다. 신분이 바뀌어버린 두 남자, 그렇게 두 사람의 운명이 엇갈리게 된 것이다.

 

 

 

「저 아가씨는 그 애송이 귀족을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군. 따뜻한 난로 앞에서는 허세를 부리지만, 칼바람 속에서 산길을 걸을 때면 끊임없이 징징대며 훌쩍이는 그 허약한 귀족 소년을. 아가씨는 자신을 까맣게 잊은 그 멍청한 귀족을 위해 여태 정절을 지키고 있어! 머릿속은 스웨덴 칼 왕이 일으킨 전쟁에 참가할 생각으로 가득하고, 그곳에 가는 것을 도울 털모자와 돈이 든 지갑, 비단 양말, 콧물을 닦을 호박단 손수건을 얻어 낼 생각뿐인 그 멍청한 귀족을 위해서!」 / 83p

 

 

 

「그게 무슨 황당한 소리지?」 방앗간 주인이 소리쳤다. 「나랑 같이 편안한 인생을 살러 가지 않는다고? 이 멍청아! 지금 이 지방에는 온통 전쟁과 살인, 화재, 페스트가 창궐했지만 주교님의 땅만은 평화로워.」

「내가 원하는 건 평화가 아니에요.」 도둑이 대답했다. 「저는 세상으로 들어가 제가 자유인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싶어요.」 / 95p

 

 

 

  떠돌이 도둑에서 성물 도적단으로, 그리고 스웨덴 기사로 자신의 운명을 바꿔가며 이제는 어엿한 영주이자 사랑스러운 딸의 아버지가 된 도둑에게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 같지만 운명은 그를 쉽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저택과 농장, 사랑하는 아내와 애지중지하는 딸아이 등 그가 제 것이라고 믿는 것들은 단지 누군가에게서 잠시 빌린 것일 뿐, 때가 되면 다시 돌려줘야 할 것 같은 우울한 기분이 그를 괴롭히는 까닭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한 때는 도적이었으며 진짜 토르네펠트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이 그의 목을 서서히 조여 든다. 마침내 턱밑까지 추격해 들어온 이들로 인해 궁지에 몰린 도둑은 자신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진실이 만천하에 드러나 사랑하는 아내와 딸의 이름을 더럽히느니 차라리 스웨덴 군대에 가는 것을 자청하고 전쟁터에서 명예로운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를 또 다른 운명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게 하고, 다시 한 번 토르네펠트와 재회하는 기막힌 반전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앞부분에서 도둑의 딸이 남긴 수수께끼 같은 고백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소설은 초반부터 내내 품고 있었던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질주한다. 그러다 이내 엇갈린 두 남자의 운명이 극의 말미에 다시 교차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수수께끼 같은 의문에 대한 놀라운 반전을 던진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같은 유명한 대사처럼, 독자들은 그간 모호했던 것들이 마지막 문장에 이르러 한순간에 재정비되면서 실은 매우 정교하고 철저한 계산 끝에 완성된 영민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도 귀족이었군. 그런데 문장이 새겨진 방패까지 가진 남작이라는 자가 하는 짓이 어찌 저리 비열할까. 고리대금업자는 귀족의 명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모르는 건가? 저런 비열한 귀족이 되느니, 차라리 지금처럼 시궁창에서 뒹구는 쪽을 택하겠어.」 / 59p

 

 

「그들은 악당이 아니라 불쌍한 백성일 뿐이에요.」 소녀의 칭찬에 우쭐해하며 덥수룩한 수염을 쓰다듬는 대장을 보며 도둑이 중얼거렸다. 「하루에 빵 한 조각과 허름한 지붕이라도 좋으니 몸을 누일 곳만 있었다면 그들도 성실하게 살았을 거예요. 하지만 세상은 늘 불공평한 법이죠. 여기 이 집에 있는 하인들은…….」 / 78p

 

 

<쳐라 쳐!> 도둑은 이를 악 물고 쇳소리를 냈다. <내 비록 고귀한 귀족의 피는 타고나지 못했지만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는 아니야. 쳐라 쳐! 내 비록 천민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돈과 마차와 말을 빼앗지는 않아. 쳐라 쳐! 귀족이라며 뽐내던 콧수염 남자는 대장의 검을 보고 꽁무니를 내뺐고, 토르네펠트는 전쟁에 참가할 거라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손가락이 동상에 걸릴까 봐 겁을 먹지. 쳐라 쳐! 나는 그런 자들과 달라. 나는 그들보다 훨씬 나은 귀족이 될 거야!> / 88p

 

 

 

  『스웨덴 기사』는 역사와 종교, 선과 악, 현실과 환상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마치 대중소설처럼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게 잘 읽힌다. 고전 작품에서 흔히 보게 되는 관념적이고 모호한 문장이 아닌, 간결한 문장과 이야기 중심의 전개는 독자를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참 오랜만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푹 빠져서 읽었다. 무엇보다 가난한 천민들의 성실함을 믿을 줄 알고, 능력도 없으면서 허세만 가득하거나 몰염치한 귀족에게 냉소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작가의 시선이 묵직해서 더 좋았다. 재미와 의미, 고전의 가치를 동시에 갖춘 작품을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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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1-27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니까 읽고싶어지네요. 잘 읽고 갑니다🙂

투콤마 2022-01-28 22:26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이예요. 추천 드려요^^ 즐거운 설 연휴 보내세요~~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 - 고사성어로 준비하는 미래형 인재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0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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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을 기회로 만드는 방법!

고사성어의 힘을 통해 불안한 미래 시대를 준비하는 법을 배우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어느 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 앞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 전체의 미래를 더욱 예측할 수 없게 만들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은 특히 십대 청소년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미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뿐더러,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현존하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두렵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격변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이후 또 발생하게 될지 모를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청소년들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하고 불안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은 바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나가는 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다섯 가지 능력

 

 

 

  인문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자기 삶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전 헬퍼’ 임재성은 아무리 예측이 불가능하고 불안한 시대가 다가와도 그것을 이겨낼 능력이 준비되어 있다면 더 이상 불안에 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에서는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우리 곁에 남아 삶의 지혜를 선물하는 고사성어의 힘을 빌려와 십대 청소년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배우는 온고지신과 같은 마음으로, 고사성어에 얽힌 일화와 메시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역량을 익히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역량을 단 하나라도 실천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어느 순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인재로 거듭나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책에서 강조하는 다섯 가지 힘은 ‘질문의 힘’, ‘생각의 힘’, ‘쓰기의 힘’, ‘창조의 힘’, ‘태도의 힘’으로 요약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첫 번째인 ‘질문의 힘’에서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내가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는가, 내 삶의 선택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와 같이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기 위해 필요한 질문들과 마주하게 한다. 이를 테면 지피지기 백전불태와 같은 고사성어를 통해 인생의 갈림길에 서거나 삶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현재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독려한다.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주위의 시선과 강요에 의해 선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계륵이라는 고사성어를 빌려오기도 한다. 다시 말해 인생에서 진짜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왜 그것을 하고 싶은지, 왜 그것이 중요한지 질문을 던짐으로써 자기 내면을 바라볼 것을 조언한다.

 

 

 

심리학이든, 철학이든, 문학이든, 인문학에서 추구하는 것들은 모두 위와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원하는 인생은 무엇인지 답을 찾는 과정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접근해 풀어나간다. 그런데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열쇠는 바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느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자신을 사랑해야 진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오롯이 자신을 만나야 한다.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조차 미봉책을 쓴다면 희망찬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미봉책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걸 명심하자. / 30p

 

 

 




 

 

 

 

  4차 산업혁명은 주입식 암기가 아니라 스스로 알아내는 힘을 갖춘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생각의 힘’에서는 생각의 근력을 키우는 법을 강조한다. 알아내는 힘은 단기간에 강화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의 근력이 단단해지고 향상돼야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근력은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독서를 꼽는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창의적인 생각은 책을 제대로 읽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진짜 무기가 될 ‘쓰기의 힘’ 역시 잘 읽는 것이 핵심이다. 좋은 책을 읽고 다른 사람과의 토론을 통해 대화와 질문을 나누는 과정을 거쳐볼 것, 그런 다음 발췌와 요약 혹은 자신의 생각을 적어보는 글쓰기 훈련을 통해 생각의 근력을 탄탄히 길러낸다면 반드시 알아내는 힘은 강화될 것이라 조언한다.

 

 

 

배움의 진정한 목적은 지식과 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에 있다. 문제를 알아보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여기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 의문과 질문 그리고 답을 찾는 과정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미래에 어떻게 펼쳐질지 의문이 생긴 사람은 그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알고 싶고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물음으로 이어진 것이다. 물음을 그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의미 있는 답을 찾기 위한 과정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선순환 고리가 형성되면 어둠 속에서도 더듬어 찾아내는 능력이 갖춰진다. / 71p

 

 

기본적인 글쓰기 기술만 익혀 몸에 장착해도 든든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첫째, 일단 써야 한다.

둘째, 문법 오탈자보다 글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문장은 되도록 짧게 쓴다.

넷째, 단락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쓴다.

다섯째, 보여주는 글을 쓴다.

여섯째, 글을 읽을 사람을 생각하고 쓰면 좋다.

일곱째, 마지막으로 자신이 쓴 글을 잘 고쳐야 한다. / 102p

 

 

 

  이어 미래형 인재에게 반드시 요구되는 ‘창조의 힘’을 통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굽히지 않고 도전하는 정신에서 창의적인 산물이 탄생한다는 의미로 백절불요의 정신을 강조한다. 모든 분야에 능통하기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고 그 분야에서 특출한 능력을 발위하면 창의적인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뜻에서 백미라는 고사성어를 찾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미래 시대를 받아들이는 유연하고 현명한 사고를 이끄는 ‘태도의 힘’이야말로 다섯 가지 힘 중에 가장 중요히 생각해야 할 게 아닐까 싶다. 저자 역시 사회지능, 즉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요소라고 설명한다. 무엇보다 인성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마침표와도 같다는 저자의 말은 인상적이다. 실리콘밸리에서 세운 싱귤래리티 대학교에서 강조하는 것도 인류에게 선한 영향을 끼치는 사람, 즉 바람직한 인성을 품은 사람이 인공지능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인간을 초월하는 기술을 의미 있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고장난명, 십시일반의 의미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되길 기대하는 이유다.

 

 

 

10대 시기에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수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기 마련이다. 실수와 실패는 부끄럽거나 실력 없는 것이 아니다. 무엇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따라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수나 실패를 대하는 태도다. 실수하고 실패할 때 그것을 대하는 생각과 자세가 창의성을 향상시키거나 없앨 수 있다. 실수하거나 실패할 때마다 때로는 뻔뻔하게, 또 어떤 경우에는 담대하게, 저돌적인 자세로 무장해야 한다. 무례함을 무릅써야 할 때도 있다. 어떤 경우에도 시도하고 도전하겠다는 마음만 있다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다. / 127p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떤 신기술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하도록 이끈다. 어제의 삶과 태도와 오늘의 삶의 태도를 완전히 달리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런 급변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려면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 과거의 선입견과 편견이 아니라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유연한 자세가 준비돼야 한다. 새로운 상황에 부딪힐 때마다 유연하게 대처하며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에게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변화에 적응하려는 유연한 태도만 준비돼도 미래는 불안이 아니라 희망으로 다가온다. / 156p

 

 

 



 

 

 

 

  이렇듯 『십대, 4차 산업혁명을 이기는 능력』은 인공지능과 첨단 기술의 입지가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속에서 어떻게 하면 십대 청소년들이 불안에 떨지 않고 적극적으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걸맞은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지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갖고 있는 역량은 무엇이고 무엇을 갖추어야 하는지 궁금한 청소년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아직 일곱 살에 불과하지만 내 아이를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배울 점이 많았던 책이기도 하다. 이 책으로 하여금 많은 독자들이 복잡하고 불안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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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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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르지 않고 진솔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 고양이들에게서 배우게 되는 것들!

 

 

  앗!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매일 주차장 담벼락 위에서 오고 가는 행인과 차들을 주시하곤 하는 녀석은 길고양이라기에는 제법 토실토실한 몸매에 고운 빛깔의 털을 지니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께느른한 표정으로 일광욕을 하고 있던 녀석이 돌연 이쪽을 응시하며, “어서 와. 오늘은 또 어디를 바삐 가려고?” 마치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추궁하는 듯한 녀석의 눈길을 받고 있자니 왠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서 어디론가 설렁설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상만사 대수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저 태무심한 뒤꽁무니라니. 나는 녀석의 느릿한 걸음걸이를 바라보며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꽤 복잡한 생각과 걱정거리를 떠안고 있느라 잔뜩 경직되어 있었는데, 녀석 특유의 나른함과 여유로움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두고 참 묘하다고 하는가 보다. 별 거 아닌데 퍽 위로가 되는 걸 보면.

 

 

 

하루하루가 버거운 우리들에게 고양이가 전하는 따스한 글귀들

 

 

  도도하면서 앙큼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섬세한 고양이들. 영특하고 때로는 교활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이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고양이란 참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의 저자 제이미 셸먼은 많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그들의 행동과 표현에게서 인생의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일레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을 통해 탄생한 책 속의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면 담담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중한 것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을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치 알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듯 특별한 이 고양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해답들은 단순하지만 꽤나 명쾌하다. 아직도 세상 사는 게 서툴기만 한 어른이들을 위해 때로는 능청스럽게 충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처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

이 대답만은 하지 말아줘.

네가 원하는 것을 먹어.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명심해.

이건 아주 중요하니까. / 24p

 

 

제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따윈 하지 마.

네 대신 나설 사람도 없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명심해. / 35p

 

 

 




 

 

 

 

  착하고 편안한 사람이란 의미는 타인에게 맞춰주는 데 익숙해진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뭔가 해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기 보다 타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쪽이 세상을 사는 데 더 편리한 법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진짜 내 생각은 무엇이고, 내 목소리를 내본 게 언제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란 말 따위에 길들여지고 만 것이다. 그런 나에게 고양이들은 말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먹어.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꾸미려 들지 말고, 타인의 목소리에 숨어들려 하지 말고 나의 생각을 나다운 목소리를 내어보는 것. 이건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거라고 말하는 고양이의 조언이 마음에 쿡, 하고 박힌다.

 

 

 

지금부터는 한곳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해봐.

아니, 아니. 틀렸어.

바로 코앞을 보라는 게 아니라 멀리 보란 말이야.

더 멀리. 그렇지!

어때? 성공한 네가 보이지? / 72p

 

 

크크크. 내 작전이 통했어!

봤어? 그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순간을?

맞아. 난 관심을 받고 싶어서 TV 앞에 앉았어.

너도 그래 봐.

네게 눈길 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지 마.

그의 흥밋거리를 찾아서 그 앞에 턱 나타나는 거야.

어쩌겠어, 그럼 널 볼 수밖에! / 195p

 

 

 

  고양이들은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거나 품에 와락 덤벼들면서 애정을 갈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의 흥밋거리를 찾아서 자신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이게 바로 현명한 관계의 기술이 아닐까. 하던 일이 잘못되었을 땐 의기소침해하지 말라고, 어쨌든 해봤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다만 아직 모를 뿐 해결 방법은 꼭 있을 거라고 그렇게 응원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들키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네 마음부터 사랑해주라고 도닥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나라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나답게 살라고 격려해준다. 이 모두가 거창한 말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줄 알고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게 조언할 줄 아는 이 고양이들에게서 인생의 중요한 노하우를 얻게 된다.

 

 

 




 

 

 

 

  한 치 앞도 내어다보기 힘든 세상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이 고양이들에게서 배웠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명쾌하고 단순한 이 조언과 격려들이 힘이 되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지친 하루를 위로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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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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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대표 사상가들로부터 배우는 생각의 기술!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질문 그리고 해답!

 

 

  검색어와 해시태크만 입력하면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디지털 시대. 발달된 미디어와 다양한 플랫폼의 성장은 원하는 정보를 누구나 쉽고 빠르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삶을 보다 윤택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구현한 지식이나 문제 해결 전략을 유일한 정보로 받아들임으로써 발생되는 편협한 사고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윤리와 가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타인과 사회가 그렇다고 인정하는 일반적인 생각들이 곧 나의 생각이 되어버린 시대, 오랜 고민과 치열한 사고 끝에 내린 결과가 아닌 검색창의 입력값에 의지하고 답습하는 시대. 그런 시대 속에서 ‘진정한 나’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에 우리는 스스로를 제대로 관찰하고 분석하는 연습, 나만의 생각과 행위를 이끌어냄으로써 스스로 무엇인가를 생산해내는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예측할 수 없는 불완전한 미래 속에서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각종 갈등과 위기를 극복하며 타인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진정한 지적 독립과 자기 경영을 위한 생각의 기술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의 교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해답과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기 위한 지적 도구이자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들기 위한 인문 교양서다. 소크라테스에서부터 공자, 사마천, 마키아벨리, 뒤플로에 이르기까지 동서양을 대표하는 사상가 혹은 거장들을 통해 우리 시대에 필요한 조언과 삶의 격을 높이는 데 필요한 생각의 기술을 얻고자 한다.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5가지 개념으로 넓히는 생각의 기술

 

 

  생각하는 대로 사는 법이고 경험한 만큼 세상을 보는 법이라고들 하지만, 자신들이 보고 믿는 것이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줄 모르는 사람들, 질문할 줄 아는 사람을 불온하다고 탄압하는 사람들이 있는 사회에는 희망이 없다. 경험 운운하며 나를 따르라고 떠드는 꼰대들이 넘쳐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반드시 물어야한다. ‘너 자신을 알라’. 어쩌면 지긋지긋할 정도로 뻔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소크라테스의 이 말은, 내가 경험한 것이 지극히 편파적일 수 있다는 의심과 기존의 가치를 추종하지 말고 스스로에게 물음을 가져야만 한다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메시지가 아닐까. 또한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다 잘될 거라고 애써 희망을 갖거나 근거 없는 환상에 도취되기보다 건설적인 비관과 대비가 훨씬 더 건강하다고 말한 세네카의 ‘전략적 비관주의’도 때로는 용의하다. 이 외에도 남의 인정을 갈구하느라 비굴해진 ‘인싸’로 사느니 과감하게 ‘아싸’가 되기를 독려한 니체의 사상도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다. 이렇듯 1부 ‘철학’ 편에서는 소크라테스, 헤겔, 세네카, 니체 등을 통해 같은 것을 보고도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깨달을 수 있을지 본질을 꿰뚫는 판단의 기술을 살펴본다.

 

 

 

니체는 디오니소스의 자세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그는 엄청난 파괴와 몰락을 앞두고도 모든 과정을 삶의 한 과정을 삶의 한 장면들로 받아들인다. 쓰디쓴 잔을 계속해서 들이켜야만 하는 인생이지만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 자체를 감사하게 여긴다. 또 자기 삶의 주인은 오직 자신이기에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는다. 환경에 종속되지 않는 것이다. 사회의 통념, 계율, 제재로부터도 완전히 해방되어 있다. 비탄과 분노의 감정이 자아를 잠식하게 내버려 두지도 않는다. / 니체 편 중에서 35p

 

 

자신을 섬으로 삼고, 귀의처로 삼아 머물고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우리의 삶이 고달픈 이유는 타자의 욕망을 모방하고 소비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단지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삶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실현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 삶의 기준은 남에게 두고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고 자위하려니 인지 부조화가 생기고 마음이 괴롭다. 석가모니가 가장 안타깝게 여겼던 모습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자신을 지배하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진짜 내 것이 아닌 것들을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 참된 행복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들을 조금이라도 실현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 석가모니 편 중에서 54p

 

 

 




 

 

 

 

  2부 ‘예술’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바라볼 것인지 바흐, 클림트, 셰익스피어, 르코르뷔지에와 같은 거장들을 통해 알아본다. 그 중에서도 이미 존재하는 기술에 의존해 대상을 복제하지 않고 철저히 자기만의 기법으로 대상을 강하게 붙들어내는 호크니는 단연 인상적이다. 특히 80세가 되어서도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며 태블릿 PC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도전에까지 나서고 있다. 이렇듯 나이를 초월하여 어떻게 하면 자신만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대중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그의 당당하고 거침없는 행보는 우리가 배워야 할 자세가 아닐까. 이어 3부 ‘역사’ 편에서는 나만의 흔적을 남길 것을 보여준 사마천, 갑질에 굴복하지 않기를 바랐던 루터, 믿음을 끝까지 밀고가기를 독려했던 마르크스, 미래를 염려하는 습관이 역사를 바꾼다는 것을 보여준 베버 등을 통해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르게 극복할 것인지 일상의 갈등을 해결하는 되새김의 기술을 살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불확실 투성이다. 다양한 이들이 모여 사회를 이루고, 그들의 행동은 이성 못지않게 감정에 많은 지배를 받는다. 따라서 무슨 일을 추진하든지 평범한 사람들의 감정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절차를 고민해야만 한다. 미디어와 SNS를 통해 수많은의견이 금세 표출되고, ‘대세’가 쾌속으로 만들어지는 세상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사실’보다 ‘합의’다. / 로베스피에르 편 중에서 121p

 

 

오늘을 즐기는 데에 바쁜 권력자들이 조직과 공동체를 더 큰 실패로 몰고 가는 것을 막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감시, 분권화와 견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능동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 관료나 자본가와 같이 미래를 염려하며 발전을 추구했던 사람들에게 같은 논리로 쓴소리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건강한 수준의 합리적 의심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불가능한 사회라면 이미 희망이 사라진 곳이다. / 베버 편 중에서 137p

 

 

 

  다음 4부 ‘정치’ 편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인지 적도 내편으로 만드는 관계의 기술을 알아본다. 이를 테면 공자는 자신이 제사 전문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옛 군주들의 사당에 가서 제례에 참석할 때 항상 물어보았다고 한다. 상대방의 생각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와 함께 합의를 얻어가는 절차였다. 또 매사에 물음을 통해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한다. 즉, 훌륭한 말과 물음은 자기 혁신을 위한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강력한 수단이 된다. 질문에 인색하고, 상대방으로부터 물음을 당할 때는 그가 어떻게 내 주장에 동의하게 만들지를 염려하느라 점점 꼰대가 되어가는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이 꼭 염두해야 할 자세가 아닐까. 끝으로 5부 ‘경제’ 편에서는 자신의 부를 창출하기 위해 이용하고 도움을 받은 공동체의 자원을 생각해서라도 공정성에 더 많이 신경 쓸 것을 강조한 스미스, 경제학자에게 의존하지 말고 경제 이외의 것들을 더 많이 읽고 집중하기를 강조한 뒤플로 등을 통해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지 않는 경쟁의 기술에 대해 살펴본다.

 

 

 

제대로 된 정치는 정치인들에게 맡겨놓는 방식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는 일상에서 다양한 정치적 관계에 끊임없이 직면한다. ‘블레어의 실용주의’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람들의 뇌리에 박힌 고정관념에 복무하기보다는 계속해서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 문제를 정의하는 것, 그리고 이념을 막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관심을 모으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 블레어 편 중에서 188p

 

 

만일 인간이 매우 합리적이고, 순간순간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도 완벽히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존재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은 매우 감정적이고, 미래에 대해 걱정이 많고, 실제 손해를 보는 것 이상으로 손해를 본다는 느낌을 회피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실러는 경제 당국이 전통적인 자료의 총합에 기반한 수치를 생산하는 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SNS나 각종 온라인 포털과 같은 공간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을 복합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잣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실러 편 중에서 202p

 

 

이제 경제학에서도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전통 경제학자들은 가볍게 취급하던 인간의 심리는 이제 경제활동 분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 되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학 연구들은 고전경제 이론이 깊게 다루지 않았던 심리적 요소들이 다른 경제적 변수보다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하고 있다. 경제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발생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 카너먼 편 중에서 210p

 

 

 




 

 

 

 

  이렇듯 『어른의 교양』은 30인의 사상가 혹은 거장들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생각의 기술을 익힐 수 있는 유용한 교양서다. 저자는 갑작스런 코로나로 인해 많은 것들이 멈추고 억제되는 경험을 한 현재의 인류에게 외부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영토’를 만드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만의 영토는 세계를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키우고 내면의 힘을 채워나가는 과정을 통해 더 단단해지고 넓어지리라 믿는다. 이 책으로 그간 나의 영토는 얼마만큼의 크기였는지, 무엇으로 나의 영토를 키워나갈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작지만 알찬 교양서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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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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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에 관한 기나긴 사유, 그것이 전하는 삶의 다양한 질문들!

읽기가 쉽지 않지만, 거듭 읽는다면 반드시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

 

 

  소설가 최수철은 카뮈의 작품을 이해하려면 “행간의 숨은 의미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뮈의 작품은, 특히 『시지프 신화』는 문장의 흐름대로 의식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기존의 독서법으로는 쉬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어가면서도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는 수고로움을 번번이 겪어야 했던 참 까다로운 독서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끝까지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삶의 부조리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명철한 의식과 반항에의 열정을 집요하게 추구했던 예술가이자 한 인간의 고뇌가 묵직한 밀도로 다가오는 까닭이었다. 신의 형벌로 인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했던 시지프에게서 ‘비록 삶은 비극적일 수는 있어도 절망적이지는 않으리’라고 믿었던 카뮈의 신념이 이토록 절실하게 다가오는 때가 또 있을까 해서 말이다.

 

 

 

부조리에 대한 반항 그리고 열정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부조리란, ‘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다.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 철학의 주요 용어로, 실존주의의 대표 작가로 잘 알려진 카뮈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부조리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과 비합리성의 세계 사이에 존재하는 대립을 다룬 『이방인』, 『페스트』에서는 특히 부조리에 대한 그의 저항 의식이 잘 드러난다. 『이방인』과 같은 해에 발표된 『시지프 신화』 또한 마찬가지다. “참으로 진지한 철학적 문제는 오직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살이다. 인생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하는 것이야말로 철학의 근본 문제에 답하는 것이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삶이란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으로부터 출발하는 부조리에 관한 철학적 고찰이다. <부조리의 추론>, <부조리의 인간>, <부조리의 창조>에 이르기까지, 10장 분량도 채 되지 않는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 이야기에 다다르기 위해서 우리는 부조리에 관한 이 기나긴 사유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만 한다.

 

 

 

부조리는 자신의 한계를 확인하는 명철한 이성이다 / 76p

 

 

 

  카뮈의 부조리 철학을 위해서는 우선 그의 생애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913년 11월 7일, 카뮈가 태어난 해의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상태였다. 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아버지가 전투에서 전사함으로써 문맹인 어머니는 빈약한 종신 연금을 받으며 가정부로 일했다. 이에 카뮈는 “나는 마르크스를 통해 자유를 배운 것이 아니다. 가난을 겪으면서 자유를 배웠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한 바가 있을 만큼 지독한 가난과 질병을 뚜렷하게 의식했다. 훗날 아내 시몬에게 마약을 공급해 주는 의사가 그녀의 정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폐결핵이 재발하여 이에 대한 후유증으로 철학 교수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던 계획이 좌절되는 등 그의 삶에 있어서 ‘부조리’는 내내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다.

 

 

 

설사 시원찮은 이유를 대고서라도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세계는 낯익은 세계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돌연 환상과 빛을 박탈당한 세계에서 인간은 자신을 이방인으로 느낀다. 이 낯선 세계로의 유배에는 구원이 없다. 그에게는 잃어버린 고향의 추억도 약속된 땅의 희망도 다 빼앗기고 없기 때문이다. 인간과 그의 삶, 배우와 무대 장치의 절연, 이것이 다름 아닌 부조리의 감정이다. / 19p

 

 

인간 자신의 비인간성 앞에서 느끼는 이 불안, 우리의 됨됨이가 보여주는 이미지 앞에서 경험하는 측량할 길 없는 이 추락, 우리 시대의 어느 작가가 말한 바 있는 ‘구토’, 이것 또한 부조리다. 마찬가지로 어떤 순간 거울 속에서 우리와 마주치는 그 이방인, 우리 자신의 사진들 속에서 다시 만나는 친근하면서도 음산한 형제, 이것 또한 부조리다. / 32p

 

 

 



 

 

 

 

  그러나 카뮈는 ‘이 세계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고 말한다. 또한 ‘산다는 것은 곧 부조리를 살려 놓는 것이다. 부조리를 살린다는 것은 무엇보다 부조리를 주시하는 것이다. 에우리디케의 경우와는 반대로, 부조리는 오직 우리가 그것을 주시하던 눈길을 딴 데로 돌릴 때 죽어 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유일하게 일관성 있는 철학적 태도는 곧 반항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카뮈는 부조리 앞에서 우리 모두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반항하는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현실을 벗어나 종교적, 형이상학적으로 시선을 돌릴 것이 아니라, 삶의 다른 가능성을 모두 살고자 하는 열정으로 나아가 죽음을 내 방식대로 재창조하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몰두한 것이다. 그렇게 ‘정복 혹은 연기, 무수한 사랑, 부조리한 반항 같은 것들은 인간이 미리부터 패배한 전장에서 자신의 존엄성에 바치는 경의’라고 표현한 그는 자신의 문학적 성취를 통해 이를 증명해낸 셈이다.

 

 

 

자명한 것은 은폐한다거나 방정식의 한쪽 항을 부인함으로써 부조리 자체를 제거해 버리자는 것이 아니다. 부조리로 살아갈 수 있는가, 아니면 논리가 부조리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다고 명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철학적 자살이 아니라 그냥 자살 그 자체다. 나는 다만 자살에서 감정적인 내용을 걸러 내고 그것의 논리와 정직함을 알고 싶을 따름이다. 그 외의 모든 태도는 부조리의 정신에는 속임수요, 정신이 명백히 드러내 보여 주는 것 앞에서 뒷걸음질하는 것에 불과하다. / 77p

 

 

인간 조건 속에는 근원적인 부조리성과 동시에 움직일 수 없는 위대함이 깃들어 있다. 이는 모든 문학에 빈번히 등장하는 주제다. 부조리와 위대함 이 두 가지는 마치 당연한 일이기라도 하듯 서로 일치한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하거니와 이 두 가지는 우리 영혼의 과도한 야망과 소멸하고 말 육체의 기쁨을 서로 갈라놓는 어처구니없는 절연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처럼 측량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육체를 추월하는 것이 바로 그 육체의 영혼이라는 사실, 바로 이것이 부조리다. / 193p

 

 

중요한 것은 부조리와 더불어 살아 숨 쉬는 것, 그것이 주는 교훈을 인정하고 그것의 살을 되찾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부조리한 즐거움의 전형은 바로 창조다. “예술, 오로지 예술. 우리는 예술을 가지고 있기에 진리로 인하여 죽지 않을 수 있다.”라고 니체는 말했다. / 144p

 

 

 

  때문에 카뮈는 그리스 신화 속의 시지프를 의식의 차원으로 끌어온다. 그는 ‘시지프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저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신의 저주에 의해 영원히 산 밑에서 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는 삶을 살아야 하는 시지프. 카뮈는 시지프에게서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고 표현하며 이 부조리한 영웅의 끊임없는 투쟁에서 우리의 삶을 투영한다.

 

 

 

  작가 사르트르가 발표한 소설 『구토』의 서평을 쓴 카뮈는 그 속에서 “삶의 부조리를 확인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고 오직 시작일 뿐이다. 그것은 거의 모든 위대한 정신이 출발점으로 삼은 진실이다. 관심거리는 부조리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이끌어 내는 귀결들과 행동 규율”이라 한 바가 있다.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향해 돌아가는 시지프의 저 투쟁처럼 부조리는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서 이끌어내는 삶의 귀결과 행동 규율이라는 카뮈의 말은, 오늘날 우리가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삶의 부조리 앞에서 어떠한 정신과 행동으로 나아가야하는지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이미 시지프가 부조리한 영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그의 열정뿐 아니라 그의 고뇌로 인해 부조리한 영웅인 것이다. 신들에 대한 멸시, 죽음에 대한 증오 그리고 삶에 대한 열정은 아무것도 성취할 수 없는 일에 전 존재를 바쳐야 하는 형용할 수 없는 형벌을 그에게 안겨 주었다. 이것에 이 땅에 대한 정열을 위채 지불해야 할 대가다. (…) 경련하는 얼굴, 바위에 밀착한 뺨, 진흙에 덮인 돌덩이를 떠받치는 어깨와 그것을 고여 버티는 한쪽 다리, 돌을 되받아 안은 팔 끝, 흙투성이가 된 두 손의 온통 인간적인 확실성이 보인다. / 182p

 

 

“이 세계 자체는 합리적이지 않다. 이것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전부다. 그러나 부조리한 것은 바로 이 비합리와,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열망의 맞대면이다. 그 명확함에 대한 호소가 인간의 가장 깊은 곳에서 메아리친다. 부조리는 인간과 세계에 똑같이 관련된다. 지금으로서는 부조리만이 그들과 세계를 똑같이 관련된다. 지금으로서는 부조리만이 그들을 이어 주는 유일한 매듭이다. / 253p

 

 

 




 

 

 

 

  개인적으로 『시지프 신화』는 반드시 재독이 필요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부조리한 인간> 편에서 부조리에 대응하는 인간으로 제시된 ‘돈 후안주의’는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비롯해서 행간에 숨은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에 여전히 나는 미숙한 까닭이다. 그럼에도 삶의 부조리를 인정하되 그것을 끊임없이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를 치열하게 고민한 이 작가의 정신만큼은 오롯이 전달된다. 이제껏 카뮈 하면 『이방인』과 『페스트』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그의 사상적 단초가 되는 『시지프 신화』를 읽어보시라 추천 드린다. 마침 JTBC에서 방영될 드라마 <시지프스>가 시지프를 모티브로 시작된 이야기라고 하니 이 책도 참고해보시면 좋을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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