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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에두르지 않고 진솔한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이 고양이들에게서 배우게 되는 것들!
앗! 녀석과 눈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매일 주차장 담벼락 위에서 오고 가는 행인과 차들을 주시하곤 하는 녀석은 길고양이라기에는 제법 토실토실한 몸매에 고운 빛깔의 털을 지니고 있어 시선을 사로잡았다. 께느른한 표정으로 일광욕을 하고 있던 녀석이 돌연 이쪽을 응시하며, “어서 와. 오늘은 또 어디를 바삐 가려고?” 마치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추궁하는 듯한 녀석의 눈길을 받고 있자니 왠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잠시 머뭇거리고 있으려니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서서 어디론가 설렁설렁 걸어가기 시작했다. 세상만사 대수로울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저 태무심한 뒤꽁무니라니. 나는 녀석의 느릿한 걸음걸이를 바라보며 어디로 사라지는지 그 자리에 서서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러고 보니 하루 종일 꽤 복잡한 생각과 걱정거리를 떠안고 있느라 잔뜩 경직되어 있었는데, 녀석 특유의 나른함과 여유로움에 마음이 누그러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고양이를 두고 참 묘하다고 하는가 보다. 별 거 아닌데 퍽 위로가 되는 걸 보면.
하루하루가 버거운 우리들에게 고양이가 전하는 따스한 글귀들
도도하면서 앙큼하고, 무심한 듯하지만 섬세한 고양이들. 영특하고 때로는 교활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랑스러운 이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고양이란 참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동물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의 저자 제이미 셸먼은 많은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그들의 행동과 표현에게서 인생의 교훈을 배우기도 한다. 일레스트레이터인 저자의 그림을 통해 탄생한 책 속의 고양이들은 어떻게 하면 담담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소중한 것들을 더욱 사랑할 수 있을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마치 알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한 듯 특별한 이 고양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해답들은 단순하지만 꽤나 명쾌하다. 아직도 세상 사는 게 서툴기만 한 어른이들을 위해 때로는 능청스럽게 충고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처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
이 대답만은 하지 말아줘.
네가 원하는 것을 먹어.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명심해.
이건 아주 중요하니까. / 24p
제발,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말 따윈 하지 마.
네 대신 나설 사람도 없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명심해. / 35p



착하고 편안한 사람이란 의미는 타인에게 맞춰주는 데 익숙해진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뭔가 해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기 보다 타인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쪽이 세상을 사는 데 더 편리한 법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진짜 내 생각은 무엇이고, 내 목소리를 내본 게 언제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무거나” “네 맘대로” “난 상관없어”란 말 따위에 길들여지고 만 것이다. 그런 나에게 고양이들은 말한다. “네가 원하는 것을 먹어. 너에겐 그럴 권리가 있어.” “네 목소리가 필요해. 그것도 아주 큰 소리. 그것만이 현재를 바꿀 수 있어.” 꾸미려 들지 말고, 타인의 목소리에 숨어들려 하지 말고 나의 생각을 나다운 목소리를 내어보는 것. 이건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거라고 말하는 고양이의 조언이 마음에 쿡, 하고 박힌다.
지금부터는 한곳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해봐.
아니, 아니. 틀렸어.
바로 코앞을 보라는 게 아니라 멀리 보란 말이야.
더 멀리. 그렇지!
어때? 성공한 네가 보이지? / 72p
크크크. 내 작전이 통했어!
봤어? 그의 시선이 내게 집중된 순간을?
맞아. 난 관심을 받고 싶어서 TV 앞에 앉았어.
너도 그래 봐.
네게 눈길 주지 않는 사람을 원망하지 마.
그의 흥밋거리를 찾아서 그 앞에 턱 나타나는 거야.
어쩌겠어, 그럼 널 볼 수밖에! / 195p
고양이들은 꼬리를 마구 흔들어대거나 품에 와락 덤벼들면서 애정을 갈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바라봐주지 않는다고 원망하지 않는다. 대신 상대방의 흥밋거리를 찾아서 자신을 바라보게끔 유도한다. 이게 바로 현명한 관계의 기술이 아닐까. 하던 일이 잘못되었을 땐 의기소침해하지 말라고, 어쨌든 해봤으니 그걸로 된 거라고, 다만 아직 모를 뿐 해결 방법은 꼭 있을 거라고 그렇게 응원하기도 한다. 또 누군가를 좋아할 때는 들키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는 네 마음부터 사랑해주라고 도닥여주기도 한다. 무엇보다 나는 나라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얽매이지 말고 나답게 살라고 격려해준다. 이 모두가 거창한 말들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욕망에 솔직할 줄 알고 에두르지 않고 솔직하게 조언할 줄 아는 이 고양이들에게서 인생의 중요한 노하우를 얻게 된다.



한 치 앞도 내어다보기 힘든 세상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이 고양이들에게서 배웠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명쾌하고 단순한 이 조언과 격려들이 힘이 되었다. 머리가 복잡하고 지친 하루를 위로 받고 싶을 때, 이 책을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