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 - 복합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삶을 되찾는 법
아리엘 슈워츠 지음, 김준기 외 옮김 / 수오서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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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상은 과거의 산물일 뿐, 미래를 결정짓지 않는다!

각종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 자기돌봄과 치유의 기회를 제공하는 책!





  꽤 오랫동안, 나는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타인의 시선에 민감한 태도, 착한 아이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이유라고 해봐야 그저 나의 타고난 기질이나 성격 탓이라고만 생각했다. 감정 조절의 어려움, 공황, 절망감, 만성적인 수치심, 타인에 대한 불신 등의 증상을 겪고 있는 현대인들 대부분 역시 이러한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아리엘 슈워츠는 우리가 다양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이유는 어린 나이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트라우마’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당신이 겪고 있는 대부분의 증상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한 트라우마의 결과물이다.” / 13p



  정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격렬한 감정적 충격을 트라우마라 일컫는다. 특히 현대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는 단발적인 사건이나 일시적인 충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반 트라우마와는 달리 어린 나이에 반복된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반응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불안정한 애착, 거부, 학대, 방임, 폭력과 같은 환경에서 자라나 신경계가 취약해지면, 장기간에 걸쳐 감정적이고 생리적인 고통의 패턴이 형성되는데, 이 패턴이 치유되지 않고 끊임없이 재생되어 성인기까지 이어지게 된 결과라는 것이다.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트라우마 사건에 대한 반응이다. 어린 시절에 일어난 트라우마 사건은 대개 예측할 수 없거나, 혼란스럽고, 두려운 경우가 많다. 부모나 보호자로부터 여러 차례 학대, 방치, 무시, 방임이 이루어졌거나 혹은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을 반복적으로 목격했을 수도 있다. 복합 PTSD에서 ‘복합’은 트라우마가 너무 어린 나이에 자주 반복되어 감정적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 8p


PTSD 주요 증상은 재경험, 회피, 만연한 위기감이다. 재경험 증상은 침습적 기억과 플래시백, 혹은 강렬한 감정이나 감각을 동반한 악몽을 말한다. 회피 증상은 특정 장소, 활동에 참여하는 것, 혹은 트라우마 사건과 관련된 사람을 피하는 것이다. 과거 생각을 회피하기 위해 과도하게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등 중독 위험이 큰 행동을 한다. 만연한 위기감은 실제 안전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위험 상황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데, 이것을 ‘과도한 경계’라고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쉽게 놀라고 매 순간 경계심을 느끼며 긴장을 풀지 못한다. / 22p








  『과거에 붙잡힌 사람을 위한 책』은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 더 이상 트라우마에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PTSD로 잘 알려진 ‘복합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주목하며, 복합 트라우마의 다양한 증상과 원인을 이해하고 또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책을 읽다보면 ‘이건 내 이야기야’, ‘나도 이런 증상이 있는데….’ 하고 나와 유사한 증상과 경험들을 떠올리게 되는 지점들이 있는데, 이 책을 자기돌봄과 치유의 기회로 삼아보시길 추천드린다. 아울러 다른 사람을 신뢰하거나 친밀감을 느끼기 어렵고,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극도의 불안과 우울감에 시달리는 분이라면, 혹은 그러한 가족이나 친구를 둔 이들이라면 이 책에서 제시하는 치료법에 도움을 받아보시길 바란다.



명상을 하면서 각각의 생각이 도움이 되는지, 도움이 되지 않는지에 주목하면서 관찰한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점은 생각을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로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어떤 생각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어떤 생각이 스트레스를 주는지 단순하게 구분한다. 이 연습의 목표는 마음을 선명하게 하는 것이다. 흐릿함이나 혼란을 만들어내는 모든 생각이 지나가도록 허용한다. / 96p


지속적으로 고통스러운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어린 시절의 특정 사건이 있다면, 그 사건으로 연습을 해보자. 잠시 동안 사건을 이미지로 떠올려보고 당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불러온다. 만약 당시의 사진이 있다면, 사진을 활용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사진 속 당신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가? 또 다른 무엇을 알아차릴 수 있는가? 이제 그 경험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 잠시 생각한다. 당시 어린 당신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무엇이었나? 또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나? / 162p


+ 내가 지금 어떤 어려운 감정을 느끼는지 알아차릴 수 있는가? 슬픔인가, 분노인가, 두려움인가, 실망인가, 혼란감인가, 아니면 수치심인가?

+ “내가 너무 예민했어”, “그냥 넘어가야 해”, “이런 감정은 어리석은 거야” 등 스스로를 판단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생각이 있는지 알아차려 보자.

+ ‘내가 언제부터 이런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지?’ 또는 ‘어떤 상황이 내 감정에 영향을 미쳤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해 감정의 원인을 찾아본다. / 177p











  고백하자면 나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내 안의 연약함을 드러내 보이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다. 내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알아차리거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나는 유년 시절에 슬픔, 상처, 분노라는 감정을 느끼고 표현해도 괜찮다는 것을 지지받은 적이 없거나 취약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충분히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제는 책의 조언대로 과거에 힘들었던 사건을 떠올리거나, 현재의 내 감정을 알아차려보는 연습을 많이 해보기로 했다. 옳다, 그르다로 내 감정과 표현을 판단하는 것을 멈추고, 힘든 일을 겪을 때 내 몸과 마음은 무엇을 느끼는지, 감정에 이름을 붙여봄으로써 포용하는 것을 우선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트라우마에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당신만의 고유한 과정’이며, ‘고통으로부터 의미를 찾는 것은 당신의 습관적인 생각과 행동을 탐구함으로써 지금 여기에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라던 이 책의 메시지를 꼭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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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톤 매트리스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양미래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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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랄하고 통렬하며 우아하다!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한, 여성에 관한 가장 강렬한 서사를 선사하는 작가!





  놀랍게도 마거릿 애트우드는 실제 역사 속에서 일어나지 않은 일은 쓰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책에서도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야기’는 사회적 리얼리즘의 경계 안에 머무는 단편 소설일 수도 있고, 우리가 대체로 이견 없이 ‘실제 삶’이라 부르는 것에 관한 실화일 수도 있다”고 밝힌다. 이것이 전작 『시녀 이야기』, 『증언들』, 『그레이스』 등의 작품을 비롯해 신작 『스톤 매트리스』 속 아홉 편의 이야기가 거침없고 괴랄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 깊이 발을 붙이고 있는 듯한 감각을 선사하는 이유다. 이 작품집에서도 그녀는 환상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남성 중심 사회와 ‘여성성’이라는 표상을 향해 가장 비범한 방식으로 복수를 단행한다.



아름다움은 일종의 환상이다. 또한 일종의 경고다. 아름다움도 독나비처럼 어두운 이면을 간직하고 있는 터다. / 「알핀랜드」 중에서 9p



  ‘처음에 버나는 아무도 죽일 생각이 없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표제작 「스톤 매트리스」에는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속은 대가로 일생을 뒤틀린 욕망 속에서 살아야 했던 중년의 여인, 버나가 등장한다. 강간은 어떤 미치광이가 수풀에 숨어 있다가 덮쳤을 때 벌어지는 일이지, 무도회 공식 파트너가 황량한 숲에서 겁박하다가 한 겹 한 겹 찢어발겨도 남자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버나는 우연히 북극으로 향하는 유람선에서 그날의 밥을 만난다. 하지만 밥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뿐더러 내내 평온한 삶을 살았던 것도 모자라 그녀에게 호감을 내비추기까지 한다. 어떻게 그 치욕스러운 과거를 지울 수 있단 말인가. 버나는 과거로부터, 상처로부터 도망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아주 은밀하고도 교묘한 방법으로 그에게 최고의 복수를 가하려 한다.



버나는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화장을 고치고 방수 기능이 있다지만 볼까지 번져 버린 마스카라 흔적을 지운다. 용기를 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이번만큼은. 힘겨워도 견뎌낼 것이다. 지금은 밥 다섯 명이 덤벼도 상대할 수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 「스톤 매트리스」 중에서 311p


바로 지질학 역사 초기, 그러니까 어류, 공룡, 포유류가 등장하기도 전에 화석화된 무려 19억 년 된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지구에서 최초로 보존된 형태의 생명체를 보는 특권을 누리게 되실 겁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뭘까요? 그가 눈을 번득이며 수사적인 질문을 던진다. 스트로마톨라이트라는 단어는 매트리스를 뜻하는 그리스어 스트로마에 돌을 뜻하는 리토스의 어원을 결합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스톤 매트리스, 즉 청록색 조류가 층층이 쌓여 둔덕이나 돔 모양을 형성한 화석화된 쿠션인 거죠. 이 청록색 조류는 지금 우리가 숨 쉬고 있는 산호를 형성한 것과 똑같은 조류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 「스톤 매트리스」 중에서 322p










  호색한인 시인 개빈과 그를 둘러싼 여성들의 이야기인 연작 단편 「알핀랜드」, 「돌아온 자」, 「다크 레이디」 역시 단연 눈에 띈다. ‘그 시절에 여자애들은 그렇게 살았다. 자기 몸이 녹초가 되도록 일해 가며 스스로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허황한 생각을 떠받쳤다.’던 「알핀랜드」 속 문장처럼, 개빈의 연인이었던 콘스턴스는 가난한 시인인 개빈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알핀랜드’라는 가상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된다. 하지만 개빈은 마저리라는 여성과 외도를 벌이고, 마저리는 ‘뮤즈’라는 그럴 듯한 말로 자신의 신체를 유린당한 뒤 버림받는다. 이제 세 번째 부인인 서른 살 연하의 여성 레이놀즈가 개빈의 말년을 지키고 있지만, 그녀 역시 헌신하는 아내로서의 존재감만 겨우 붙들고 있을 뿐이다.



“바보같이 굴지 마. 내 말 이해했잖아. 내 말은, 세상 모든 게 엉덩이와 관련된 건 아니라는 거야. 그 여자 이름은 너비나야. 존중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지.” / 「돌아온 자」 중에서 71p


이런 올림머리는 뭐랄까, 너무도 우아하고 단정하며, 너무도 처녀스럽다. 게다가 틀어올려진 머리를 풀고 헝클어뜨리면 머리칼이 자유롭게 흩날리며 스르르 어깨 아래로, 가슴 위로, 베개 위로 흘러내린다. 개빈은 머릿속으로 그런 광경을 하나하나 그려 본다. 내가 아는 올림머리들. / 「돌아온 자」 중에서 81p


하지만 조리는 틴의 팔을 놓더니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작은 목소리다.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모든 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제 삶 전체가요.” 우는 건가? 그렇다. 청동생과 금색으로 반짝반짝하며 흐르는 진짜 눈물이다.

“나도 고통스러웠어요.” 콘스턴스가 말한다.

“알아요.” 조리가 말한다. 두 사람은 누구도 방해할 수 없는 정신적 교감 속에 갇힌 채 서로의 눈을 응시하고 있다.

“우리는 두 가지 장소에 살고 있어요. 알핀랜드에는 과거가 없어요. 시간 자체가 없죠.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 있어요. 지금 우리가 존재하는 시간이요. 우리에게는 아직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어요.” / 「다크 레이디」 중에서 161p








  연작 시리즈의 말미에서 개빈의 장례식장에 모인 여성들은 각자의 과거를 용서하고 서로를 이해한다. 평생 마음속에 가둬두기만 했던 상처들로부터, 무력하고 연약했던 시간들로부터,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했던 사회적 시선과 통념들에 작별을 고한다. 어쩌면 이것이 마거릿 애트우드가 문학이라는 언어로 새기고픈, 우리가 기억해야 할 스톤 매트리스는 아닐까. 역시 마거릿 애트우드는 놀랍다는 말로는 부족한, 여성에 관한 가장 강렬한 서사를 선사하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녀의 이야기가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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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백 년째 열다섯 텍스트T 1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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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들이 어딘가에서 살아 숨 쉬고 있을 것만 같다!

단군 신화와 여우 전설의 이야기가 만나 완성된 매력적인 판타지!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세쌍둥이 자매의 전학 소식에 수석중학교 2학년 2반이 떠들썩하다. 슬로바키아에서 왔다는 세쌍둥이 모두, 긴 생머리에 얼굴이 창백할 정도로 하얀 데다 눈꼬리까지 살짝 올라간 것이 어쩐지 예사롭지 않다. 봄, 여름, 가을이란 이름의 이들은 사실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한 야호족(여우)으로, 삼 대에 걸친 모녀지간이다. 할머니인 봄, 엄마인 여름은 오랜만에 열다섯의 나이로 둔갑해 앞으로 펼쳐질 학교생활에 한껏 들뜬 모습이지만, 오백 년째 열다섯의 나이로 살고 있는 가을은 이제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다.




열다섯, 너의 순간들을 응원해



  오백 년째 열다섯의 나이로 산다는 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오백 년째 열다섯』은 인간으로 둔갑한 여우, 야호족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형 판타지 소설이다. 환웅이 인간 세계로 내려와 신단수 밑에 터를 잡았을 때, 인간이 되고 싶었던 곰과 범과 달리 인간이 되길 거부했던 여우가 단군을 도와 달라는 웅녀의 부탁으로 최초의 구슬을 받고 야호족을 이루었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야호족이자 오백 년 동안 열다섯 살로 살아온 한 여자아이의 비밀스러운 운명과 성장을 담고 있다.



  서희라는 이름에서 선화로, 이제는 89번째 이름인 가을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하기 마련인 청소년들의 불완전한 자아가 엿보인다. 가을은 오백 년 째 열다섯이고 앞으로도 영원히 열다섯일 자신의 운명을 끔찍하게 여긴다. 야호로 살면서 항상 누군가로 위장해야만 하는 제 삶은 그저 빈껍데기일 뿐이라고,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내어줄 수 없는 현실에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목숨과도 같은 구슬을 가을에게 남기고 떠난 령의 가을에 대한 확신과, 세상 전부가 등을 돌려도 신우만은 곁에 있어줄 거라는 믿음은 가을을 점점 변화시킨다. ‘나’는 누구일까, 내가 가진 가능성을 의심하고 고민하기 마련인 청소년 독자들에게도 가을이 느끼는 고뇌와 그 속에서의 성장은 든든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좁고 어두운 곳에서 계속 그렇게 문 닫고 살면 답답해. 문 열고 나와야지.” / 35p



“우린 껍데기야. 우리 삶은 없어. 항상 누군가로 위장하며 살아. 오백 년째 열다섯 살로 사는 거 진짜 끔찍하다고.”

가을이 소리를 질렀고 엄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좋았던 것도 많았잖아.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 100p



  ‘여우 누이’, ‘은혜 갚은 까치', '호랑이 형님' 등 우리 옛이야기와 단군 신화를 엮어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를 완성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몰입도 높은 전개에 누구나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아 마땅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메시지 또한 따듯하다. 청소년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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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건너 서로를 만났고 이 삶을 함께하고 있어 - 펫로스, 반려동물 애도의 기록
최하늘 지음 / 알레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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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온 우주를 건너 내게 온 선물 같은 존재야!

펫로스 심리상담가가 전하는 펫로스, 반려동물 애도의 기록!





  반려인이라면 누구나 반려동물에게 곁을 내어주고 교감을 나누었던 나날의 감각을 기억할 것이다.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보드라운 털, 품속을 파고드는 따스한 온기, 때로는 반려인의 기분과 마음까지 헤아리고 있는 게 분명한 듯한 눈망울까지. ‘반려’란 삶의 동반자를 의미한다. 우리가 가까이 두고 기르는 동물에게 ‘반려’라 이름붙이는 이유는 그만큼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긴밀하고도 각별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허물없이 나의 품을 내어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존재. 따라서 반려동물의 죽음은 누군가에겐 ‘매일 함께하던 일상의 상실이자 무조건적인 사랑의 상실’일 수 있다. 반려동물이 내 삶에 이토록 큰 자리를 차지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감당하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우리는 무한한 우주를 건너 서로를 만났고 이 삶을 함께하고 있어』에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내고 상실을 경험한 이들은 정상적인 일과를 제대로 해낼 수 없을 만큼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깊은 통증을 호소한다. 이를 펫로스 증후군(반려동물 상실 증후군)이라 하는데, 국내 최초의 펫로스 심리상담사인 저자는 슬픔 속에서 애도의 시간을 보내는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엮으며 소중한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고통을 어떻게 견디는지, 슬픔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세밀한 과정을 기록한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났거나 반려동물의 죽음과 이별을 앞두고 있는 분들이라면 치유와 회복이 모두 담긴 이 책을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네가 내 삶에 남긴 자국을 잊지 않을게



  소중한 존재를 잃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이지만 반려동물과의 사별은 사람과의 사별과 유사하면서도 분명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 그 중 하나가 동물의 죽음을 슬퍼하는 일은 사회적으로 여전히 공감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네가 예민해서 그래.” “자식 앞세운 부모도 있어.” 같은 표현들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감정을 과장된 것이라 치부하기도 한다. 때문에 반려인들은 치료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애도 반응에 혼란을 느끼거나 슬픔을 소화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 한편, 반려동물의 죽음에 대해 강한 책임감도 반려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이유다. 이 책에서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심한 죄책감과 자책으로 자신을 쉽게 용서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슬픔을 숨기지 않고 자신의 감정과 반응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듯하다. 우리는 슬픔을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과정’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렇게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애도의 과정을 통과함으로써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재조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때,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 앞에서 조금 더 성숙해질 수 있지 않을까.



“난 아직 괜찮지 않아요.”

상담 선생님이 ‘힘들다는 걸 부인하지 말고 느껴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고 했다. 그 순간 나 자신을 받아들이며 편해졌다. 슬픔을 숨기려고 했던 나를 발견했다. 괜찮지 않다는 확인이 역설적으로 힘들 때마다 위안이 됐다. 다시 말해, 괜찮지 않다고 받아들인 것인 나를 괜찮게 만들어주었다. / 69p


자신의 소중한 존재를 끝까지 지켰고 강한 책임감을 발휘했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평생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해왔기에 이러한 자아상의 변화는 획기적인 성과였습니다. 그 출발이 무엇이었든 간에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리라 다짐하고 실천하는 것은 굉장한 일입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이 모든 것의 시작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 105p


살면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의식하고 인생에 더 큰 가치를 두게 되었습니다. 주경진 님은 좋은 일을 계속해나가며 살아가겠다고 삶의 목적을 다졌습니다. 이는 마음속 존재인 사랑이가 알려준 것이며 자신이 적극적으로 깨달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주경진 님이 사랑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통해 스스로 발견해낸 성숙의 결과입니다. / 133p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별과 죽음 앞에서 우리가 어떠한 태도와 마음을 지녀야할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이 무한한 우주를 건너 우리가 만나 서로의 삶에 자국을 낸 순간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내내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슬픔과 애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분들에게 이 책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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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하다
김규범 지음 / 대한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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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이기적 평등을 추구함으로써 나만의 질서를 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중심을 나에게 맞추고 세상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일깨우는 고전문학의 힘!






  “아무것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얘기해야 알아듣겠소?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않아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브레이크를 버린 지 오랩니다. 나는 꽈당 부딪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거든요.”라고 서슴없이 말하는 이 노인의 언어에는 그 어떠한 체면도, 양식도 없다. 덕분에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흔들릴 때마다, ‘나’ 자신을 믿기보다 타인의 말에 의지하게 될 때마다 나는 조르바를 떠올리곤 한다. 자기 자신이 경험한 것만을 믿고, 오로지 현재에 집중하며, 무엇보다도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는 이 영혼에게서 내 안의 ‘자유 의지’를 일깨우곤 한다.



당신의 마음속에도 ‘조르바’ 같은 존재가 있지 않나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데미안과 돈키호테가, 또 누군가에게는 시지프가 조르바 같은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것’이라던 김규범 작가의 말처럼,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문학이야말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가장 훌륭한 길잡이가 아닐까 싶다. 『고독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하다』는 바로 이러한 고전문학 속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가장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하는 책이다. 삶의 중심을 나에게 맞추고,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으며, 진정으로 행복한 자아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이 책에 주목해보시길 바란다.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을 얻으며 오랜 시간 많은 독자에게 감동과 영감을 전한 책들입니다.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온전히 듣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야기인지, 작품을 집필한 작가의 이야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승전결의 구성에 원인, 과정, 결과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 9p








모든 인간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우리의 시선과 기준은 항상 타인을 향하고 있다. 좋은 학교, 좋은 집, 유명한 회사와 같이 세상이 말하는 ‘좋은 것’을 좇고, 타인의 생각이나 시선에 비추어 끊임없이 눈치를 보고 경쟁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우리는 늘 고통스러운 것이다. 책 『고독한 이기주의자는 행복하다』에서는 이러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이기적 평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얼핏 보면 ‘이기적’이라는 표현과 ‘평등’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지만, 이 책은 우리가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룰 때에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책에서는 문학과 역사, 철학을 아우르는 22편의 서양 고전문학 속에서 ‘이기적 평등’이라는 주요 메시지를 발견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통해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되 시선은 평등하게 바라보는 법을 배워본다. 또, 《돈키호테》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차라투스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같은 작품을 통해 세상엔 옳고 그름이란 분명한 기준은 없으며, 모든 인간은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기에 타인이 아닌 나만의 질서를 확립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싯다르타》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얻을 사례는 남을 따르는 것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성공한 이에게 조언을 들어도 그와 똑같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깨달은 것을 타인에게 가르쳐주어도 그가 나와 똑같이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기본으로, 진정 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이라 불리는 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그것을 가지거나 그렇게 된다며 내가 진정으로 만족할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합니다. / 34p


스카웃: 차라리 이럴 거면 저 그냥 학교 그만 다닐래요.

애티커스 핀치: 무엇보다도 간단한 요령 한 가지만 배운다면 모든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어. 누군가를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는 거야. 말하자면 그 사람의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이 되어 걸어다니는 거지. / 69p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는 그 과정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남들이 뭐라 하건, 다수가 뭐라 하건 내가 원하는 길이 최고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의 내적 갈등은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는 것, 구분으로 인해 발생한 대립, 대립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인해 생겨났습니다. 누가 뭐라 하건 자신의 선택을 믿고, 타인의 선택도 존중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혼란입니다. / 121p


나만의 질서라는 답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을 원한다면, 판단의 기준으로 ‘동심’을 제안합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으려 노력하고, 그것에 관한 판단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판단의 기준은 어릴 적의 내가 지금의 내 행동을 보고 부끄러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나에게만 특별히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그렇기에 모두의 의견이나 행동은 존중받아야 합니다. / 136p






  헤르만 헤세부터 카뮈, 밀란 쿤데라, 니체에 이르기까지, 고전 문학 속에서 삶의 지혜를 길어 올리는 김규범 작가의 내공이 미덥다. 인생이라는 난제 앞에서 막막해질 때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고전들을 한 권씩 탐독해보시길 추천드린다. (여담이지만 <사월이네 북리뷰> 구독자로서, 계속해서 좋은 책 소개해주시고 다양한 인사이트와 소중한 가르침을 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응원도 함께 보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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