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 하버드대 마틴 푸크너의 인류 문화 오디세이
마틴 푸크너 지음, 허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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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적이고 수준 높은 문화 역사서라니, 반갑다!

문화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본 인류의 역사!

 





  여기, 문화에 관한 아주 지적이며 수준 높은 통찰이 담긴 책이 있다. 하버드대 영문학과 비교문학 교수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업적을 쌓은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홈볼트상을 수상한 마틴 푸크너의 컬처, 문화로 쓴 세계사.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은 문화에 관한 두 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하나는 전통 문화의 우수성을 강조하며 문화를 민족 고유의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문화를 소유할 수 있다는 생각을 거부하는 관점이다. 문화를 한 공동체의 자산으로 여기기보다는, 시간과 장소라는 제약을 뛰어넘어 서로 다른 문화들이 만나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끼쳐왔다고 여기는 시각이다.

 



문화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문화는 접촉을 통해 결합되어 

광범위한 영향력을 끼치고, 깨진 전통을 조각조각 이어 붙여서 

혁신을 이끌어낸다. / 11p

 



  이 책은 문화를 소유할 수 있다는 주장을 경계하며 인간이 시대와 대륙을 초월하여 각기 다른 문화를 어떻게 빌려오고, 또 기존 문화와 혼합하여 마침내 문명을 성장시켰는지를 살펴본다. 쇼베동굴 같은 곳에 아주 오래전 인간이 남겨둔 흔적부터 이집트의 피라미드, 그리스의 극장, 불교와 기독교 사원, 샤를마뉴의 궁정 도서관, 파리의 살롱, K-POP에 이르기까지, 세계사를 뒤흔든 결정적인 장면을 통해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의미를 만들려는 인류의 열망과, 그들이 운명을 빚어내는 방식까지 치열하게 고민한 이 책은 그래서 무척 특별하다.

 



문화사가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문화가 그 잠재력을 모두 실현하려면 종종 오류와 몰이해, 파괴가 뒤따른다 해도 과거와 그리고 서로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문화, 서로의 문화와 절연한다는 것은 문화를 살아 있게 하는 산소를 제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26p








  저자의 안내에 따라 저장, 상실, 복원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문화사를 들여다보면 복잡해보였던 문화사가 명쾌해진다. 동굴은 어떻게 인간의 기억 장치이자 의미를 만드는 장소로 사용되었는가? 아소카는 어떻게 석주와 바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새겨 넣을 생각을 했을까? 이러한 질문들은 문화의 저장과 전파를 위해 인류가 다음과 같은 수단을 활용해 지식을 저장하고 다음 세대로 넘겨주려 했음을 엿보게 한다.

 



  한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화재로 불타서 수많은 그리스 문헌이 파괴되었고, 기독교 수도사들이 기독교 이전 시대의 문헌은 필사를 거부하는 바람에 수많은 작품이 사라짐으로써 문화는 상실과 파괴라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필사를 통해 지식을 보존하고 재생산하려 했던 움직임, 현장법사나 번역가와 같은 문화 매개자들을 통해 서로 다른 문화가 접목됨으로써 문화는 끊임없이 진보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인문학이라는 학문은 새롭게 복원된 과거를 되살리고자 하는 욕망에서 탄생했고, 실제로 그렇게 한 적도 여러 번 있다. 중국 학자 한유(768~824)는 유교의 좋은 본보기를 잃었다는 생각에 불교를 거부하고 유교 고전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했다. 그를 비롯한 학자들에게 옛 문헌을 되살린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비평과 해석, 교육을 확립한다는 뜻이었다. 근동에서는 철학자 이븐 시나(980~1037)가 그리스 철학을 포함한 이슬람 이전 시대의 문헌을 번역하고 해석하는 운동에 참여하여 이슬람 환경에서 다양한 지식 형태를 새롭게 종합했다. / 21p

 


현재 우리가 번역을 통해 다른 문화권의 문학을 일상적으로 즐기고 있다면 우리는 인류 역사에서 로마인들이 처음으로 했던 일을 하는 것이다. 번역은 로마인들의 놀라운 문화적 접목 실험의 일부였다. 그리스 문화에서 로마 문화로 자연스럽게 발전했다는 잘못된 생각이 퍼진 것은 이 실험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화적 접목이 잘 통했던 것이다.

접목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연극, 서사시, 조각, 회화 같은 문화재는 보통 그것을 만들어내는 문화와 함께 발전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한다. 식자율이 높아지자 구전 이야기 모음집이 등장했고, 구전 서사시는 텍스트로 변모해 후대 문학이 초기 텍스트를 참조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이를 구식으로, 이전 시대의 산물로 여기게 만들었다. / 116p

 







  저자는 문화culture’라는 말이 농업agriculture’에서 비롯된 이유는 과거의 문화는 새로운 문화가 자라나는 터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간과 먼 조상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문화를 계속해서 가꾸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만 정체성과 이해관계의 충돌, 상반된 신념,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유의미한 가치를 찾고 갈등을 벗어날 방법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상들이 만들어준 귀중한 문화를 잘 간직하되, 문화적 다양성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해야할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문화란 본래 어디서 나왔는지보다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저자의 메시지 역시 기억해야겠다.

 



우리는 문화를 평가할 때 독창성을, 언제 어디서 처음 발명되었는지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원조라는 주장은 종종 우월성과 소유라는 미심쩍은 주장을 뒷받침할 때 사용된다. 그런 주장은 편리하게도 모든 것이 어딘가에서 왔음을, 발굴되고 차용되고 옮겨지고 구매되고 도난당하고 기록되고 복사되고 종종 오해받는다는 사실을 잊는다. 무언가가 본래 어디서 나왔는지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이다. 문화는 거대한 재활용 프로젝트이며, 우리는 다음에 사용될 때를 기다리며 그 유적을 보존하는 매개자에 불과하다. 문화에 소유자는 없다. 우리는 다만 다음 세대에 문화를 물려줄 뿐이다. / 168p

 



  전 지구적 문화 유산으로서의 를 감각케하는 경이로운 책이다. 문화사에 관한 방대한 인사이트와 지적유희를 맛볼 수 있는 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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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필독 신문 -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읽어야 할 비문학 독해 이야기
이현옥.이현주 지음 / 체인지업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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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중등 필독서!

편향된 사고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하는 데 꼭 필요한 습관을 길러주는 책!






 그야말로 초미디어 시대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수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생각과 판단을 조정한다. 하지만 가짜와 허위 정보, 특정 정보만을 소비하는 필터 버블 현상이 늘어나면서 검색된 정보를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성인뿐만 아니라 보다 이른 시기에 미디어 노출이 잦은 어린이·청소년들에게도 정보를 검토하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비판적 사고. 비판적 사고란,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하며 개인적인 판단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능력이다.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주장이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논리적 구조 등을 검토하고,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평가하고 수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특히 정보가 갈수록 더 늘어나는 미래 사회일수록 주체적인 생각을 가진 독립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가 반드시 요구된다.

 



미래 시대를 살아가는 힘, 비판적 사고

 



  『중등 필독 신문은 청소년들에게 비판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집필된 책이다. 이 책은 사회의식과 가치관이 점차 뚜렷해지기 시작하는 중학 시기에 꼭 알아야 할 사회 이슈를 중점으로 다루고 있다. 범죄자 인권 보호는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노인 연령 상향에 대한 나의 생각은? 탄소 중립 실현이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의 소유자와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블라인드 인사 선발은 공정한가? 교육, 문화, 사회, 과학, 환경, 경제 등 여섯 가지 주제에 맞게 선별된 신문 기사를 읽고, 각각의 사안들에 대해 ?’라는 질문을 던지다 보면 어느 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올바르게 사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혹은 중학 과정과 고등 입학 전 꼭 필요한 활동이다. 이 활동을 통해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보와 판단으로 사회적 의식이 생길 것이다. 뉴스와 미디어가 어떤 사안을 어떻게 전해야 하며 그 뉴스를 받아들이는 개인의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미디어 소비를 어떻게 해야 하며 다양한 사안을 비판적 관점에서 평가하고 생각하는 힘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 6p

 


과학적인 사실과 근거를 바탕으로 비판하며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 자료를 기반으로 다양한 소스의 정보를 검토하며 사안을 분석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논리적 추론을 연습하게 된다. 생각을 논리적인 흐름에 따라 할 수 있고 정리도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향상된다. 이처럼 과학적 근거를 통한 생각의 과정은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핵심이 된다. / 29p

 







  이 책은 기사를 읽은 후 비판적 사고올바른 질문에 이를 수 있도록 친절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를 테면 셧다운제와 같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해당 제도가 생기게 된 원인과 폐지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것을 제안한다. 역사적인 사실과 과정을 통해서 문제를 규정하고 미래를 짐작해보는 것은 비판적 사고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상벌점제와 같은 문제 앞에서는,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조사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해서 주장을 펼쳐보면 어떤 의견에 더 힘이 실릴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안과 개선 방안에 대해 생각할 때는 나의 생각이 편향되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부분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종합적인 상황을 반영하여 접근하고 장기적인 영향이나 현지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대안을 찾아보자.

 



나의 진로 방향을 고민해보자. 나에게 대학은 어떤 의미인가? 내 꿈이 의사라면 대학 학위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라서 작품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면 굳이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된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훨씬 더 주제가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대학 학위의 필요성에 대해서 고민할 때 자신의 입장을 깊이 있게 생각해본다면 문제를 정리할 때 도움이 된다. 이처럼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실제적인 내 삶의 문제를 다룰 때도 유용하다. 실질적인 문제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 판단할 때 비판적 사고력과 더불어 생활의 결정력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 50p

 


비판적 사고력 UP!

1. 내가 주로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종류와 이유는 무엇인가?

2. 내가 주로 소비하는 영상의 특징을 살펴보고 어떤 욕구가 투영되어 있는지 정리해보자.

3. 내가 편향되어 있는 사고는 무엇이며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 61p

 


통계와 데이터를 활용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 통계와 데이터를 해석하면서 의사 결정을 하면 더 분명한 의견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소스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신뢰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는 핵심 과정이다. 데이터의 출처나 수집 방법, 샘플 크기 등을 확인하여 좀 더 정확한 데이터를 사용하면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데이터를 비교하고 대조하는 과정에서 어떤 패턴이나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근거에 기반한 의사 결정을 하고 문제 해결 과정에 적용하면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 130p

 


비판적 사고에서 중요한 것이 윤리성 유무이다.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찰과 해결은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통해 이뤄진다. 여러 가지 관점과 정보를 종합하여 윤리적으로 결정을 해보는 것은 비판적 사고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가치나 원칙 사이의 모순과 불일치를 판단하면서 좀 더 합당한 해결책을 찾아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관련된 사람들에게 어떤 책임을 요구하는지 생각하며 좀 더 성숙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이는 자신의 행동으로도 이어져 스스로 윤리적인 판단을 하는 데 기준이 되어 준다. / 161p

 







  문해력과 비판적 사고력 향상뿐만 아니라 디깅러, 퍼스널스타일, 뉴디맨드 전략, 인구 오너스 시대 등 중학생이 알아두면 좋은 사회 상식과 교양까지 익힐 수 있어 유용한 책이다. 어떠한 정보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정보를 읽는 법을 배워야 할 청소년들에게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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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그림 - 화가들의 도시, 파리 미술 산책
제라르 드니조 지음, 김두완 옮김 / 에이치비프레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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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예술 그 자체다!

위대한 화가들이 남긴 유산으로 파리를 여행하는 보물 같은 책!

 






  빈센트 반 고흐는 이렇게 말했다. “저 도시 옆에서는 모든 도시가 작아진다. 파리는 바다처럼 거대하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 되어준 도시, 거리 그 자체가 예술인 곳 파리! 고흐, 쇠라, 모네, 카유보트 등 18~20세기 회화를 빛낸 화가들 역시 이 아름다운 도시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파리는 그림은 이 끝없이 펼쳐진 영감과 예술의 도시를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퐁 뇌프, 센강, 에펠탑, 몽마르트르 등 위대한 화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파리의 매력에 금세 황홀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저곳이 오늘의 그림이다.” - 에밀 졸라

 



  책을 펼치자마자, 길게 쭉 뻗은 샹젤리제의 직선 도로가 한 눈에 보이는 그림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귀스트 카돌의 에투알 개선문에서 본 파리 풍경이다. 뇌이쉬르센의 입시세 납부소 건물 두 채를 시작점으로 그림 왼쪽에는 아직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몽마르트르 언덕이 보인다. 그림 오른쪽에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탑을 비롯해 여러 대형 건축물의 상부가 은근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드넓은 하늘 아래, 1843년의 근사한 파리의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작품이다. 이곳은 지금도 파리 여행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뷰포인트로 손꼽히곤 하는데, 카돌의 그림에 담긴 과거의 파리와 현재의 파리 사이에서 거대한 시간의 간격이 매만져지는 듯하다.

 



알프레드 시슬레(1839~1899)밤나무 오솔길은 이제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의 풍광이다. 가족과 함께 세브르에 정착한 이 예술가는 강줄기를 따라 높이 들어선 나뭇잎들의 반짝임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강의 완만한 곡선 안쪽에 자리 잡았다. 근경에서는 풀들이 잔잔히 떨고, 하늘에서는 구름이 바람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걷거나 사륜마차를 탄 산책자들은 이 여름날 아침의 평온함을 즐긴다. 덧없는 행복의 순간적인 정경, 우수가 진하게 배어 있는 이미지다. / 20p

 


센강에서 세관원루소가 독창성을 자랑한 반면, 귀스타브 카유보트(1848~1894)는 인상주의적 터치를 가미한 절묘한 사실주의를 선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절묘한 사실주의를 선보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선으로 펼쳐진 멋진 경치가 돋보이는 유럽교. 생라자르역으로 이어진 폭이 넓은 선로 위를 지나는 유럽교는 봄날의 오전 분위기에 젖어 있다. 화가가 작품 오른쪽 부분에 그늘을 만들어 왼쪽 부분의 빛을 더 부각한 덕분에 처음 이 작품을 보면 감상자의 시선이 더블린 광장을 둘러싼 오스만풍 건물 정면까지 깊숙이 들어간다. / 34p

 







  파리를 배경으로 한 그림들을 이렇게 엮어놓고 보니, 이 무렵의 파리가 보다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르누아르의 작품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에서 드러나는 자유분방함과 달리, 어린 고아들이 뛰노는 뒷거리의 풍경을 담은 뷔실리에의 메닐몽탕의 안뜰 내부에서는 파리 서민들의 쓸쓸하고도 담담한 일상이 엿보인다. 피사로의 그림 오후의 생토노레 거리, 비의 효과에서만 하더라도 마차가 다니고 은은한 시적 정취가 느껴지던 파리의 거리가, 30년 후 장·루이 르포르의 그림 속에서는 인파와 교통체증으로 복잡하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독창성이 돋보이는 귀스타브 루아조의 바스티유 광장7월 기념비 주변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는 교통수단과 행인들의 역동적인 광경을 담고 있다. 로마의 트라이아누스 원주에 착안한 7월 기념비는 프랑스 절대주의의 종언을 알린 18307월 혁명의 망자들에게 바쳐졌는데, 그 꼭대기에 있는 아름다운 조각상이 특히 눈에 띈다. 오귀스트 뒤몽이 만들고 자유의 화신이라 불리는 이 조각상은 마치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구름의 왕국으로 가려는 듯하다! 폴 고갱에게 따로 조언을 받기도 한 루아조는 이처럼 활력 넘치는 기법을 선보이며 당대의 거대한 흐름과 궤를 달리했다. / 72p

 


1884년 귀스타브 에펠이 에펠탑의 초안을 마련했을 때, 조르주 쇠라는 수도 변두리의 그랑자트섬에서 본 여름철 일요일의 한가로운 모습을 그림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랑드자트섬의 일요일 오후에는 반사광으로 반짝이는 센강의 눈부신 수면 위를 원색의 돛단배와 작은 보트가 떠다니고, 강가에는 확실한 특징이 있으면서도 비현실적으로 표현된 사람들이 드나든다. 이러한 비현실성은 여러 가지 기법적 요소에서 비롯되었다. 실루엣을 평평하게 하고 잘라 낸 불완전한 모사, 움직임의 부재하지만 앞에서 뒤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향하는-첫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이중 소실점의 배치가 가장 결정적이다. / 137p

 







  예술가들이 사랑한, 천의 얼굴을 가진 파리를 감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책이다. 파리를 배경으로 이처럼 다채로운 화풍을 즐기고, 거장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물 같은 책이다. 그림처럼 아름다운 파리의 정수를 느껴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책을 적극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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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해결사, 사이다 탐정 4 - 라이벌 콜라 탐정의 등장 사이다 탐정 시리즈 1
백명식 지음,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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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맛있는 과학 동화!

사이다 탐정과 콜라 탐정의 추리 대결을 통해서 배우는 기후 위기 이야기!





  헬스푸드시가 물에 잠겼다! 일 년 내내 기후 변화가 적어서 살기 좋았던 헬스푸드시에 몇 년 전부터 집중 호우가 자주 발생했다. 마카롱 시장은 배수 시설을 잘 갖추고 이에 대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고 큰 피해를 입었다. 대체 무슨 일 때문일까? 이때, 헬스푸드시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탐정 학교 1기 수석 졸업자인 사이다 탐정이 나선다. 하지만 그의 앞에 라이벌인 콜라 탐정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헬스푸드시 최고 탐정상’을 걸고 사건 해결을 위한 추리 대결을 시작하는데….




물바다가 된 헬스푸드시를 구하라!



  『기후 위기 해결사 사이다 탐정』 은 ‘기후 위기’를 주제로 한 초등학습만화다. 네 번째 책인 <라이벌 콜라 탐정의 등장> 편에서는 기후 위기가 초래한 집중 호우의 원인과 문제점을 알아보고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로 단시간에 급격히 내리는 폭우의 피해가 매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어린이들도 지구 환경을 돌보는 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한 점이 이 책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무엇보다 기후 위기와 관련된 사건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이다 탐정과 콜라 탐정의 추리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헬스푸드시를 위험에 빠트린 범인을 추리해 가는 동안, 곳곳에 수록된 퀴즈를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는 요소다. 여기에 3학년 동물의 생활, 5학년 생물과 환경, 날씨와 우리 생활 등 초등 교과와도 연계되어 있으니 학습만화의 매력을 두루 갖춘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엄마, 이 책 재미있어! 1권부터 다 읽어볼래.” 초등 3학년인 아들이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재미와 학습, 메시지까지 잘 갖춘 학습만화책이다. 초등저학년부터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과학학습만화를 찾으시는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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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스 -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경제학적 생존 전략 7가지
저스틴 길리스.핼 하비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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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시대, 지금 당장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행동의 레버를 당겨라!

전 지구인에게 당면한 환경이슈와 대안, 로드맵을 잘 정리한 책!





  “엄마, 지구가 왜 이래?” 

  다섯 살인 아이가 호기심어린 눈으로 책 표지를 가리킨다. 푸른 지구와 타들어가는 지구를 절묘하게 대비한 모습이 아이의 시선을 끈 모양이다. 어쩌면 ‘기후위기인간’이야말로 지금의 아이들 세대를 정의하는 가장 적확한 표현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폭을 섭씨 2도 이내로 유지해 온난화를 억제하자는 국제 협약에도 불구하고 인류는 이미 지구를 1도 이상 데웠고 오히려 이를 가속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빅 픽스』의 저자인 저스틴 길리스와 핼 하비는 지금이야말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점이며, 현재 절실히 필요한 것은 속도라고 강조한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가 막연한 낙관이 되지 않도록, 이 책은 가장 절실하고도 실용적인 접근법을 제안한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경제학적 생존 전략



  사실 건물이 국가의 가장 큰 이산화탄소 배출원 중 하나라는 점을 모르는 이들이 많다. 전기 대부분이 건물에 쓰일뿐더러 건물이 화석 연료를 직접 태우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가정이 기름이나 천연가스를 난방과 온수에 쓰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2050년 기후 목표의 달성은 대부분의 건물을 청정화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이며, 이를 촉구하는 새로운 건축 규정 역시 절실하다. 콘크리트의 핵심 성분이자 정부 주도의 기간산업에서 사용되는 시멘트 역시 온실가스의 엄청난 배출원이다. 책에 따르면 이 하나의 산업 공정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7퍼센트를 차지하며, 철과 강철 생산은 두 활동이 소비하는 전력까지 포함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라고 한다. 이 외에도 육류 소비, 노후된 건물과 도시 등 기후 위기를 초래하는 요소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기술들은 학습 곡선이라는 비탈길을 따라 죽 내려가는 양상을 보인다. 시장이 커질수록 점점 저렴해진다. 우유나 미용 서비스처럼 우리가 구매하는 것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가격이 대폭 하락하지 않는다. 사실 일상생활에 쓰는 것들은 대체로 가격이 떨어지기보다는 올라가는 쪽이다. 방금 언급한 기술들과 이제 막 창안되고 있는 새로운 기술 양쪽 모두에 적용되는, 특정 에너지 기술들의 이 특수한 경제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기후 변화의 피해로부터 세계를 구하는 열쇠다. / 27p


인구 급증은 엄청난 양의 비료만 새롭게 요구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 땅의 수요도 엄청나게 늘렸다. 전 세계 숲의 적어도 3분의 1에 해당하는 드넓은 초원과 습지도 파괴되어 농지로 변했다. 인류가 자연 경관에 가하는 이런 공격은 동식물을 멸종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었다. 지질학은 지구에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대량 멸종이 있었다고 말한다. 공룡을 없앤 대량 멸종도 그중 하나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을 일으키고 있다고 우려한다. / 225p







  그렇다면 화석 연료 연소를 줄이면서 현재 상황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전력망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까? 기후 위기를 촉진시키는 오래된 도시를 어떻게 재생시킬 수 있을까? 이상적인 건물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쓰면서 기후에 부담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책 『빅 픽스』는 이와 같은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고 기후 위기를 해결할 실효성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청정 전력, 청정 건축, 청정 연료, 청정 도시, 청정 지대, 청정 산업, 신기술을 통한 청정화의 도입 등 책에서 제시하는 일곱 가지 생존 전략들은 정부와 국가적인 차원 그리고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이런 결정은 기업과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해서 시민들은 가만히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심만이 기업과 정부의 행동력을 촉구할 수 있다. ‘기후 변화에 맞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기보다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일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던 톰 요크의 말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더해져야만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다.



“지구를 파괴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면, 

그 파괴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도 잘못된 일이다.”

 - 환경운동가 빌 매키벤 / 319p



  “엄마, 지구가 왜 이래?” 라던 아이의 물음에 어떠한 답을 해주는 어른이 될지는 지금, 바로 우리 손에 달렸다. 이 책을 읽고서 기후 위기 앞에서는 더 이상 자발적인 참여와 낙관에만 기대어선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엄격한 규제와 정책, 법규를 통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야말로 국가 과제의 최우선 순위가 되어야하고, 이에 대한 개개인의 관심이 진심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일러주는 이 책은 그래서 소중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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