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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만이 무기다 - 읽기에서 시작하는 어른들의 공부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7년 9월
평점 :
일본 서적 특유의 오타쿠적인 조잡함이 언뜻 비치면서도 전체적인 내용은 많이 공감하면서 읽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저자는 진정한 지성인이 되기 위해, 나 자신을 인격적으로 성숙시키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했지만 나는 독서의 효용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편이고, 오히려 호기심이라는 강렬한 욕구 때문에 취미로서 책을 읽는다.
저자는 가능하면 나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책을 읽으라 하고, 진정한 지성인이 되기 위해 감각적 즐거움만 추구하는 쓸데없는 취미를 버리라고 했지만, 나는 독서 역시 강렬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다만 알고자 하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책을 읽다 보면 인식의 지평선이 넓어지면서 보다 삶이 풍부해진다는 느낌은 확실히 있다.
독서론이라는 일종의 실용서 같으면서도 마음의 불안을 떨쳐 버리고 현재의 일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많은 위안이 됐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flow" 상태를 추구하라는 뜻 같다.
플로우에 도달할 때 바로 그 순간이 행복이라고 느끼게 된다.
유용했던 조언들
1) 책을 읽으면서 밑줄 긋지 말고 한 챕터를 다 읽은 후 돌아와서 중심 문장에 밑줄을 그어라.
2) 배경 지식을 찾아보면서 읽어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한다. 구글 지도와 위키 백과, 구글 이미지, 어학사전은 독서의 필요도구다. 그렇지만 자칫 독서의 흐름을 방해할 수 있으니 조절을 잘해야 한다.)
3) 시간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생산적인 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4) 나만의 문장으로 고쳐 써라. (이 부분이 참 어렵다. 어찌 보면 단순한 읽기에 그치지 않고 한 편의 리뷰를 써서 나의 논점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읽기보다 훨씬 능동적인 과정이라 에너지 소모가 많아 건너 뛰게 된다)
<인상깊은 구절>
47p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것은 온갖 일에 대해 '일일이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일일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일이 벌어지거나 뭔가를 보았을 때 일일이 이러쿵저러쿵 마음속으로 감상을 말하거나 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푸념도 일일이 생각하는 것에 포함된다. 타인에 대한 소문도 그렇다. 기분이나 신체의 사소한 불편함을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도 그렇다. 그중에서도 걱정하는 게 가장 독성이 강하다. ... 좋지 않은 상상을 하며 불안해하거나 실망한다. 그 불안이나 실망을 위무하거나 얼버무리려는 데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그사이 눈앞에 맞닥뜨린 문제는 딴전이 되고 만다. 이런 버릇은 심한 낭비벽과 같으니 버려야 한다. 이런 나쁜 습관을 버리면 생활이 달라진다. 책임감을 가지고 꼭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다른 일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채 그냥 인정하는 태도로 변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기분도 흐트러지지 않고 하루를 개운하게 보낼 수 있다.
51p
어떤 유형이라도 절박한 고민을 품고 있으면 긴장을 풀고 생각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차분히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축복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혹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 문제를 자신의 마음 바깥에 둘 수 있을 만큼 담대한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유리하다.
79p
그들이 정말로 종교적이라면 자신들의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말도 안 되는 억지 행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굳건한 신앙이 있다면 자신들의 믿음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그들은 이교도가 자신들이 숭상하는 무함마드의 캐리커처를 그렸다는 이유만으로 가혹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119p
이 세상에서 고급스러운 것, 즉 질이 좋고 아름다운 것은 단연코 값이 비싸다. 단 하나의 예외적인 상품을 제외하고 말이다. 그 예외가 바로 책이다.
131p
쇼펜하우어는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지적했다. "독서할 때는 생각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거의 없다. 스스로 사색하는 일을 그만두고 독서로 옮겨 갔을 때 안도의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독서에 전념하는 한, 사실 우리의 머리는 타인의 사상이 뛰노는 운동장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거의 통째로 하루를 다독에 허비하는 부지런한 사람은 서서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어 간다." (나 같이 남독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문구 같다. 책을 읽어서 지식을 받아들이는 것과, 스스로 그것을 정리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데 후자가 에너지 소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쓰기 대신 읽기만 한다.)
138p
인간의 마음이 지닌 다채로움과 변용의 불가사의함을 응시하기 위해서는 심리학 공부를 하는 것보다 세계문학을 읽는 편이 훨씬 더 유익하지 않을까.
150p
이때의 환경이란 특수한 장소나 어떤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물리적 환경을 뜻하지 않는다. 그 장소에 있으면 자신의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몰두할 수 있는 상태가 되어야 하므로 환경이라고는 해도 물리적 상태가 아닌 자신의 내적 환경을 가리키는 것일 게다. 물리적인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 상태가 그러한 장소를 만든다고 유추할 수 있다. 즉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일 때 자신이 있는 곳이 서재가 된다는 말이다. ... 자신의 마음이 맑고 조용할 때만 모든 생산이 가능하다.
156p
시간을 지배하지 않을 때 지루함이나 시간의 소모를 느낀다.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자신의 의식 상태와 관련있다. 여기서 말하는 내용의 핵심은 '집중'이다. ... 매번 사소한 일에 감정을 함부로 소모했다가 흐트러진 그 감정을 어떻게든 가라앉히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일단 눈앞의 일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160p
소위 말하는 걱정이라는 것도 사실과 유리된 망상에 불과하다. ... 많은 사람의 하루 시간이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 이런 망상으로 채워져 있다. 그래서 그 망상을 버리면 그만큼의 시간이 생기고, 그 시간을 본래의 일을 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만약 꼭 생각해야 하는 일이 있거나 혹은 대처해야 하는 고민이 있다면 종이에 글과 그림으로 적어 보는 게 가장 이성적이다. 또 그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대처 방법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225p
체력이 있어도 극심한 슬픔, 초조, 불안, 공포가 마음속에 있으면 독학은 어렵다. 하지만 그런 것도 인생이므로 피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도망치지 말고 맞서 하나하나씩 자신의 힘과 인내로 극복해 가야 한다. 즉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강인하지 않으면 독학은 어렵다.
230p
"동물은 우리보다 훨씬 현실 세계를 사는 것에만 만족한다. 동물은 우리 인간과 비교해 보면 어떤 의미에서 정말 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 즉 편안하고 불투명하지 않은 현실을 향유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동물은 육체를 얻은 현실이다. 그 명확한 정서의 안정은 사고와 불안에 의해 누차 동요하고, 불만을 쉬이 품는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드는 데 일조한다."
즉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은 귀여움으로 인간을 치유하는 게 아니라 오직 현재를 살아가는 만족을 구현함으로써 인간에게 치유와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을 뒤집어 보면 대다수의 인간은 현재를 충분히 살고 있지 못하며, 상상과 기대, 후회에 사로잡혀 고통받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