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 서울편 1 - 만천명월 주인옹은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9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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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믿고 보는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번 일본 여행 때도 큰 도움이 됐고 최근작인 서울 궁궐 편도 역시나 만족도가 높다.

나같은 평범한 독자 수준에서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동궐도를 늘 대충 봐서 어디가 어딘지 항상 헷갈리고, 특히 후원의 정자는 쉽게 눈에 안 들어왔는데 찬찬히 본문과 지도를 맞춰 보면서 읽어 나가니 이제는 확실히 감이 잡힌다.

창덕궁 후원 설명이 어찌나 맛깔스러운지 당장이라도 가 보고 싶다.

이번 교토 여행도 교수님의 답사기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인상깊게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독자로써 늘 감사드린다.

아쉬운 점은 동궐도의 전체 부분과 해설하는 부분을 매칭시켜 보여 주면 좀더 이해하기 쉬웠을 것 같다.

본격적인 관광책은 아니니 어쩔 수 없겠지만 구글 검색으로 지도 찾아 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아무래도 동궐도를 구입해서 같이 봐야 할 것 같다.


1) 세종은 정말 다방면에 천재적인 군주였던 모양이다.

세종 대왕의 업적 중에 아악 정비가 나오길래, 그냥 했나 보다 싶었는데 책을 읽어 보니 놀라울 따름이다.

루이 14세는 스스로 발레도 췄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유학자였던 세종이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다니, 이런 분이 왕조 국가의 수장이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러시아를 건설한 표트르 대제와 비슷한 위상이라고 해야 하나 싶다.

종묘제례 과정이 자세히 나오는데, 이를 보면 유학이 단순한 국가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서양으로 치면 기독교와 비슷한 위치가 아니었을까 싶다.

일상생활의 의례를 규정하는 내용이 워낙 많아 종교가 아닌 마치 단순한 철학 같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조상신을 섬기는 종교가 아니었을까?

2) 조선 궁궐의 미학을 설명하면서 삼국사기의 <백제본기>에 나왔다는 "儉而不陋 華而不侈"를 매우 강조한다.

사실 그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오사카 도자미술관에 가서 한중일 세 도자기를 보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중국와 일본 도자기에 비해, 혹은 고려 청자에 비해 확실히 조선 백자는 좋게 말해 순박하고 얌전하지 화려한 매력이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주로 우리 백자만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셋을 동등하게 비교해 놓으니 확실히 차이가 난다.

이런 검소함을 사대부들이 추구했던 것 같다.

유교, 특히 성리학 혹은 주자학과 상업은, 특히나 21세기의 자본주의와는 도저히 함께 갈 수가 없는 사상임을 새삼 느꼈다.

3) 승화루 서목에 따르면 3천여 점의 서첩과 화첩 등이 있었다고 하는데, 조선 왕실이 망하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한다.

보관되어 있었다면 최고의 왕실 수장품으로 격조높은 작품들이었을텐데 정말 아쉽다.

그런 걸 보면 8세기 무렵의 왕실 수장품이 여전히 전해져 내려오는 일본의 정창원은 정말 놀랍다.

읽다 보니 사도세자에 관한 부분이 위키백과에 있는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

위키백과 내용을 요약해서 쓴 것 같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이 너무 잘 되니 출처 표기에 매우 민감해야 할 듯 하다.


<인상깊은 구절>

지금 천석정에는 霽月光風樓라는 편액이 걸려 있는데 이는 조선시대 문인들이 사랑하던 문구다. 송대의 문인 황정견이 유학자 주돈이의 고상한 인격을 칭송하며 그의 마음이 '화창한 바람, 비갠 달과 같다'고 한 데서 유래한 것이다.

311p

육당 최남선이 <심춘순례>에서 선암사 강선루에 올라 정자에 걸린 다섯 편의 시를 한 번 소리 내어 읽어보고는 두 번 읽고 싶은 시는 없다고 한 대목에 주눅이 들었다. 나는 '소리 내서 읽을 수 있는 시가 하나도 없구나'라고 해야 할 판이다. 이런 한이 있어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한문 강독 모임 세 곳에 참석하며 공부하고 있지만 마냥 어려운 것이 한문이다. 

(저자가 문화재청장 시절에 펴낸 책이 <궁궐의 현판과 주련>이라고 한다. 이럴 수가! 답사기 책도 좋지만 이 책도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감사한 마음이 마냥 샘솟는다)


<오류>

38p

사도세자, 효명세자처럼 나중에 왕으로 추존된 분이 열 분이나 되기 때문이다.

->왕으로 추존된 분은 덕종, 원종, 진종, 장조, 문조 등 다섯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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