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의 길 야만의 길, 발칸 동유럽 역사기행 - 낭만과 야만이 교차하는 그곳, 화해와 공존을 깨닫다
이종헌 지음 / 소울메이트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앞서 읽은 <발칸유럽 역사산책>은 내가 관심있어 하는 중세와 근대사 위주였던 반면, 이번 책은 유고 연방 해체 당시의 현대사적 관점으로 각국을 소개한다.

두 책을 같이 읽으니 서로 보완이 된다.

세르비아 하면 막연히 인종청소라는 끔찍한 단어만 떠올랐는데 왜 주변 국가들과 대립하게 됐는지 코소보 사태나 나토 개입은 어떤 환경에서 비롯됐는지 약간이라도 이해하게 됐다.

꽃보다 누나, 시리즈에서 소개된 두브로브니크에 대해 자세히 나오는데 나는 플리트비체 호수가 끌린다.

계단식 폭포와 수많은 호수공원이 나무 데크로 연결되어 무척이나 아름답다.

너무 먼 곳처럼 느껴지지만 이런 절경은 한 번 가서 보고 싶어진다.

과거 역사적 상처에 대한 기억이 집단화 되어 증오로 발전하고 인종청소 같은 범죄가 조장된다고 하는데, 일본에 대한 오늘날 한국인의 태도는 어떤지 묻고 싶다.

우리는 일방적인 피해자니 전쟁을 일으키는 민족과는 다른 차원으로 생각해야 할까? 

외국인이 한국에 대한 글을 쓴다면 과거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이웃나라 일본에 관용과 용서를 베풀어야 한다고 쓰진 않을까?


<인상깊은 구절>

163p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독립한 이유는 '같은 민족은 한 국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민족주의 이념의 결과다. 민족이 분단된 나라는 통일을 꿈꾸며, 다른 민족이 한 국가 안에 있으면 독립을 추구한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과의 민족통일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1민족 1국가'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 ... 중국 정부는 위구르 지역을 독립시킬 경우 티베트 등 다른 소수민족의 독립을 부추겨 구소련처럼 해체 위기를 맞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164p

탈 냉전기에 진보세력에 의해 확대된 후 한국의 민족주의는 반미운동과 통일운동의 논리로 작용했고, 주변국의 민족주의 경향에 대한 반발과 경제성장에 대한 자부심으로 민족주의 성향이 높아졌다. 민족주의는 영토분쟁과 밀접하다. 영토분쟁 자체가 갖는 문제의 심각성에 더해 민족주의가 개입하면 그 문제는 타협이 불가능하게 된다. 

267p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60년 전에 끝난 일이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후세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현재진행형이다. 

274p

이 같은 상징조직과 개인 우상화는 그가 말살의 대상으로 본 사회주의 국가 독재자들이 계승했다. 특히 북한은 히틀러 집권 당시의 독일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동상과 우상화 조형물을 전국 곳곳에 세우고 김씨 왕조의 우월성을 알리기 위한 거대한 선전문구를 바위에다 조각하고 있다.

355p

폴란드의 공산독재를 무너뜨리고 결국 소련의 붕괴까지 불러온 자유노조운동은 정치적 동기가 이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불만에서 시작되었다. ...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에너지가격 상승과 원자재 부족이 사회주의의 특징적인 비효율성과 맞물리면서 폴란드 경제는 심각한 어려움에 처했다. ... 사회주의 정부가 인플레이션을 잡는 유일한 방법은 시중에 숨겨진 돈을 쓸모없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예고 없이 화폐를 교환하는 고육책을 쓰는 것이다. ... 그들이 처음에 원했던 것은 민주화가 아니라 빵이었다. 수십 년째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명심해야 할 사실이다.

492p

발칸에서의 비극은 '집단적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상처에 대한 '기억'이 종교와 민족이라는 기재로 '집단화'되고, 그 '집단적 기억'이 정치적 수요에 의해 '집단적 증오'로 발전되고, 그것이 교육의 메커니즘을 통해 확대,재생산되어 20세기 최악의 야만이 발생한 것이다. 자기 종교나 자기 민족의 위대함을 역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웃의 종교와 민족에 대한 편견과 적대감을 부추김으로써 '인종청소'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조장된 것이다. 그 해답은 '화해와 공존'이다. 


<오류>

150p

수도 오슬로 시내 중심에 노르웨이를 점령했던 스웨덴의 왕 '카를 요한'의 청동 기마상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로 말하면 일본 '천황'의 동상이 광화문 광장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노르웨이 역사를 자세히는 모르지만, 당시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독립된 두 개의 국가가 한 군주를 모시는 동군연합으로 칼 14세 요한이 두 나라의 왕위를 겸했다. 일본이 조선을 점령했던 식민지와는 다른 개념이다.

191p

크로아티아의 영토 맨 끝자락, 정교의 나라 숙적 세르비아와 맞붙은 곳에 두브로브니크가 있다.

->크로아티아와 붙어 있는 나라는 세르비아에서 분리된 몬테네그로다. 이 책이 2012년에 출간됐는데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2006년에 분리됐다. 저자가 훨씬 전에 써 놓은 원고를 수정없이 실은 것일까? 아니면 분리는 됐어도 몬테네그로는 세르비아와 같은 민족이다는 의미로 쓴 것일까?

256p

아브라함이 유일신이라는 신앙을 세상에 소개하고, 그것을 따르는 유목부족들을 이끌고 팔레스타인 땅에 정착했다. 그런데 이 지역을 점령한 로마 사람들이 그들을 싫어했다. 기독교로 개종을 거부하자 죽임을 당하고 노예로 끌려갔다.

->로마인들이 팔레스타인을 점령했을 때는 기독교 역시 로마에 박해를 당할 때였다. 기독교로 개종을 거부해서 죽임을 당한 게 아니라 독립을 꾀했기 때문에 완전히 멸망하게 된다. 4세기 말 테오도시우스에 의해 기독교가 국교화 된 것은 서로마가 거의 멸망하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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