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사로잡은 공룡 : 디스커버리 콜렉션 - 다우리 다큐멘터리 파격할인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3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으로 본 다큐멘터리 DVD
지역 코드가 달라서 보느라 엄청 고생했다
코드 프리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았는데 이게 15분 간격으로 꺼지는 바람에 15분마다 다시 DVD를 돌리는 등 힘들게 본 영화다
전체적인 평은 not so bad 정도?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인지 아주 썩 훌륭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어린 시절 봐서 그런지 "쥬라기 공원" 의 티라노사우르스가 훨씬 더 무섭고 생생하다

 
(갑자기 생각난 일화 한 가지
중학교 때 과학 선생님 말씀이, 쥬라기 공원은 영화의 고유명사기 때문에 쥐라기 시대와 구분해서 써야 한다고 했다
즉 쥬라기와 쥐라기 시대는 다르다는 얘기다
쳇, 나중에 찾아 봤더니 둘 다 영어 스펠링은 똑같았다
선생님, 스펠링 좀 찾아 보실 일이지...)

 

3D 입체 영상에 하도 익숙해져서인가?
신기하기 보다는, 아쉬운 점이 먼저 눈에 띈다
대체적으로 좋긴 한데, 공룡들이 땅을 밟는 장면에서 현실감이 좀 떨어진다
공룡이 땅에 떠 있는 느낌이랄까?
합성한 티가 확 난다
그 외에 전체적인 영상은 괜찮은 편이다
혹시 "쥬라기 파크"의 무시무시함을 기대한 사람은 실망할 수 있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면...

 

1. 대체 이 놈들은 왜 그렇게 몸집이 커졌을까?
가장 큰 공룡 중 하나였던 아파토사우르스는 체중이 무려 27톤이었고 몸 길이가 15미터였다고 한다
15미터면 5층 아파트 높이가 아닌가?
중생대 시대는 계절 변화가 없고 마냥 따뜻한 천국 같은 기후라서 계속 커지는 쪽으로 진화한 건가?
그런데 재밌는 건, 백악기로 갈수록 기온이 하강해서 티라노사우르스 같은 종류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생물 시간에 배웠던 진화의 원리대로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덩치가 커지는 것이다
북극곰처럼 말이다
그런데 목은 또 왜 그렇게 길었을까?
거대한 몸집과 긴 목, 딱 네스호의 괴물 모양새다
정말 공룡만의 독특한 형상이 아닐 수 없다

 

2. 렙터가 진화한 게 바로 새라고 한다
그러니까 렙터는 공룡과 새의 중간 단계쯤 되는 존재로, 이 영화에서는 아예 렙터에게 깃털까지 만들어 줬다
나는 혹시 렙터가 뛰다가 갑자기 하늘로 날아 버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 하면서 기다렸는데 싱겁게도 그냥 뛰기만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진화가 계속 돼 왔다면 인간은 어떻게 진화할까?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는다고 하니 설마 ET처럼 머리 크고 손가락만 긴 생물체로 변하진 않을 것 같은데 자못 궁금해진다

 

3. 공룡의 멸종 원인은 이제 소행성 충돌설로 가닥이 잡힌 것 같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말도 아예 빼 버리고 단언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걸 보니 말이다
백악기 말기 쯤 에베레스트 산만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해 유카탄 반도에 199km에 이르는 거대한 분화구를 만들었다
이 때 생긴 먼지구름이 대기권을 덮으면서 태양이 비치지 않았고 지구는 급격한 기온 하강에 처한다
잎사귀 식물의 90%, 동물의 70%가 멸종했다고 하니 참으로 어마어마한 대재앙이 아닐 수 없다
"딥 임펙트" 가 바로 이런 소행성 충돌을 그린 영화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유타 지역의 공룡들을 조사한 결과 쥐라기 때는 30여 종이 살았는데 백악기로 넘어가면서 20여 종으로 줄었고 급기야 소행성 충돌 직전에는 대여섯 종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미 공룡들은 대재앙이 있기 전에도 계속 사라져 가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긴 아무리 행성이 충돌했다고 해도 어느날 갑자기 날 잡아서 한 마리도 남김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기후가 서서히 변하면서 점점 수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행성 충돌을 기점으로 완전히 씨가 말랐버렸을 것이다
그렇지만 악어나 도마뱀도 공룡의 후손이고 무엇보다 하늘을 나는 새들이 공룡 그 자체라고 하니, 지구의 지배자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 건 아닌 셈이다
다만 모습을 약간 바꿔서 존재할 뿐 ^^

 

4. 코뿔소처럼 이마에 뿔이 달렸고 목 주위에 장식물을 두른 유명한 트리세라톱스나 등에 가시 장식이 달린 스테고사우르스는 그 장식물이 왜 필요했을까?
트리세라톱스야 뿔과 함께 몸집을 크게 보여 적에게 위협을 주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럼 스테고사우르스 등에 달린 가시장식은 어디다 쓰려고 달려 있었을까?
놀랍게도 그런 장식물들은 마치 숫공작이 암공작에게 구애를 할 때 활짝 펼쳐 보이는 꼬리장식처럼 구애의 도구로 쓰였다고 한다
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수십톤씩 하는 어마어마한 이 괴물들도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예쁜(?) 장식물을 달고 있었다니...
정말 자연의 신비는 놀랍다

 

5. 사람들에게 가장 관심있는 공룡, 티라노사우르스
이 놈은 백악기에 나타난, 그러니까 거의 마지막 종류의 공룡이었다고 한다
중생대 때 북미 대륙이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바다가 흘러들어가 해양성 기후를 보였는데, 이게 점점 사라지면서 대륙성 기후로 바뀌게 된다
그러자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가 닥치자, 이 추위를 이기기 위해 티라노사우르스 같은 육식공룡들은 몸집을 키우는 쪽으로 진화하는데, 가장 큰 놈이 바로 티라노사우르스 렉스라고 한다
(갑자기 티라노의 발톱이 생각난다)
T-rex라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는 이 공룡은, 놀랍게도 사자들과 비슷한 사냥 방식을 가졌다
몸집이 가벼운 암사자들이 사냥감을 추격하면, 기다리던 숫사자가 한 방에 사냥감을 넉다운 시킨다
마찬가지로 티라노사우르스들도 무리지어 공격을 하는데 이 때 몰이꾼이 되는 것은 암컷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운 어린 공룡이다
어린 티렉스 여럿이서 사냥감을 한 곳으로 몰아 세우면, 반대편에서 기다리고 있던 어른 공룡이 일격을 가한다
영화에서 총알도 뚫지 못한다는 식으로 묘사된 이 무시무시한 약탈자도 사실은 혼자 사냥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자와는 달리 암컷 대신 어린 공룡이 몰이꾼 노릇을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몸무게는 6톤에 이르지만 한 번 달리면 시속 50km/h는 냈다고 하니, 정말 굉장한 공룡이 아닐 수 없다
영화에서 실감나게 묘사된 것처럼 한 번 사냥을 시작하면 아마 지축이 울렸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괜찮은 다큐멘터리였다
그렇지만 역시 제대로 된 지식을 쌓으려면 이런 영상물은 한계가 있다
잠깐잠깐 스치고 지나가는 영상들을 머리에 집어 넣는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영상 매체가 책의 심각한 위협자로 등장했지만, 아직은 깊이 면에서 책을 따라올 수 없음을 새삼 느꼈다
공룡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볼만한 dvd다
dvd의 가장 큰 장점인 서플면이 좀 약하긴 하지만 우리가 걷고 있는 이 땅에 어떤 생물체들이 살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90여분 동안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
자, 이제 dvd를 끄고 공룡에 관한 책을 읽으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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