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힐 - [초특가판]
존 어빈 감독, 캔디 클라크 외 출연 / (주)다우리 엔터테인먼트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제목 때문에 궁금했던 영화다
1987년작이니까 벌써 20년 전 영화
까마득하다
베트남 전쟁 영화인데 집중해서 보지는 못했다

몇가지 느낀 점들

 

1.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군인에게 온 애인의 편지
너에게 더 이상 편지하지 않겠다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도덕 한 거라고 비난한다...
전쟁이 옳다는 건 아니지만, 전선에서 생과 사를 넘나드는 군인에게, 과연 부도덕하다는 표현을, 그것도 전쟁터에서 수십만리 떨어져 있는 미국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일까?
평화 시위는 좋지만, 또 그 대의명분에는 대찬성이지만 공격해야 할 대상을 잘 가려서 해야 한다
전선에 끌려 온 군인들도 대부분이 징병된 사람들이다
왜 남의 나라 땅에서 피 흘리고 죽어야 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부도덕이나 비난 같은 건 정치인들에게 해야지 않을까?

 

2. 군인들이 어느 정도 폭력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해된다

바로 옆에서 동료가 죽어가는데 태연하게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강심장이 얼마나 될까?
총알이 쏟아지는 전장터를 돌격이라는 말 한마디에 무조건 뛰어 나가야 하는 군대라는 곳에 있다 보면, 또 그 곳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느 정도는 감수성이 무뎌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산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전쟁영화를 보면서 확실히 느낀다
사실 군대에서 담배 지급하는 것도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영화 보면서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하게 됐다
성욕은 어쩔 수 없이 금지한다지만 (일본군 같은 개념없는 군대는 위안부라는 끔찍한 제도도 만들어냈지만) 스트레스를 발산시키고 긴장을 누그러뜨릴 무언가가 꼭 필요할 것이다
목에 걸린 군번줄이 소용없는 상황, 즉 목이 완전히 떨어져 나가 버렸기 때문에 신분을 알기 위해서는 발에다가 그것도 양쪽발에 신분증을 착용시켜야 한다는 울부짖음이 너무나 비참하고 사실적으로 와 닿았다

 

3. 흑백간의 갈등

한국은 비교적 단일민족의 틀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인종 갈등은 꽤 낯설다
영화는 흑인들이 최전선에 배치되고 후방에 갈 수 없음을 몇 차례 드러낸다
미국 영화를 보면 흑인 여검사가 자주 등장하길래 똑똑한 흑인들이 법조계로 많이 진출하나 보다 생각한 적이 있는데, 사실은 인종차별에 대한 시비가 붙지 않도록 일부러 설정하는 것으로써 흑인 검사는 드물고 더구나 흑인 여검사는 매우 드물다는 평론이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영화의 공정함을 위해 의례껏 한 두 장면은 꼭 흑백갈등 문제를 집어 넣는 느낌이 든다

 

4. 유머라는 방어 기제

학교 다닐 때 성숙한 방어기제로써 유머, 승화, 이타주의 등이 있다고 배웠다
왜 유머가 성숙한 방어기제인지 약간 의아했는데 영화에서 잘 보여준다
이제 막 입대한 신병이 처참하게 죽자 그를 후방에 남겨 두지 못한 군의관이 자책감 때문에 괴로워 하다가 상사와 시비가 붙는다
군의관은 흑인이고 상사는 백인이라 자칫 흑백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러자 다른 흑인 병사가 군의관의 어깨를 툭 치면서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하면서 리듬을 실어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군의관도 진정이 되면서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곧 부대원들이 다같이 그 소절을 흥얼거린다
폭발 직전에 한 마디 유머가 take it easy를 만든 것이다

 

5.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막 부대에 온 신임 중위의 대사였다

이 곳을 떠나면 다시는 오지 않겠다
깨끗한 화장실, 뜨거운 샤워, 핏자, 겨자 친 핫도그...
너무나 그립다...
일상에서 당연히 누리던 것들이 전쟁터에서는 사치가 되버린 현실이 얼마나 막막하고 답답했을까?
특히 깨끗한 화장실이 그립다는 말에서 다시금 전쟁이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짓밟는지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포로학대나 점령지의 강간 등 끔찍한 범죄도 평범한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전쟁이라는 무자비한 상황에 책임이 있을 것이다

 

전쟁 영웅 따위는 보여 주지 않는다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있는 그래도 병사의 입장에서 그려낸 영화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길은 평화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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