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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 부락에서 만주 국가로
유소맹 지음, 이훈 외 옮김 / 푸른역사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읽은 중국에서 발간된 책과는 매우 다른 수준높은 책.
제목 그대로 여진족이 씨족사회에서 어떻게 국가로 발전했는지를 밝히고 있다.
인용된 사료들이 많아 다소 지루하긴 하지만, 여진족 초기 사회를 분석하는데 부족함이 없고 무엇보다 재밌게 잘 읽힌다.
그동안 가십거리 같은 역사, 개인의 스토리텔링에 함몰된 역사책만 보다 깊이있게 사회를 분석하는 책을 보니 지적 즐거움이 생긴다.
청나라 건국 당시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해볼 만 하다.
저자는 중국 학자인데 조선왕조실록을 많이 인용한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만주에 할거한 여진족에 대한 정찰과 견제를 늦추지 않았던 모양이다.
미개하다고 생각해 오던 부락민들에게 왕이 절을 하고 항복했을 때 유학자들이 느꼈을 비분강개가 간접적으로 전해온다.
농업사회는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정주민이 되고 잉여생산물이 생기면서 계급과 국가가 만들어진다.
반면 수렵 채집 사회는 자연에서 생산물을 획득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동해야 하고 영속재산을 만들기기가 어려워진다.
부락의 추장 저택이라 해도 판자와 이엉으로 얽은 오두막에 불과했다는 사료를 보면 원시적인 민주적 공동체를 오래 유지했던 것 같다.
이들이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잉여생산물이 생겨야 하는데, 전쟁에서 획득한 포로를 이용해 농사를 짓고 무역을 통해 철기 농기구를 수입해 땅을 개간한다.
명과 조선의 무역이 여진족에게는 재산을 축적할 수 있는 루트였다.
역자가 밝힌 바대로 사유재산을 통해 계급이 생기고 국가가 성립한다는 관점이 유물론적 시각 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