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제국과 고려 - 쿠빌라이 정권의 탄생과 고려의 정치적 위상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모노그래프 47
김호동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20 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인데 내용은 아주 알차다.

일목요연하게 쿠빌라이가 대원제국을 건설하는 과정과, 부마국이라는 지위가 갖는 의미를 쉽게 설명해 준다.

 

일반적인 인식

1) 쿠빌라이는 중국적 자원을 바탕으로 유목주의적인 아릭 부케를 물리쳤다.

즉 정주파와 유목파의 대결에서 승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쿠빌라이가 중국적 자원을 많이 가지고 있긴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초원 전사 집단의 대결이었음을 밝힌다.

그렇다면 쿠빌라이는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 원인을 차가타이 울루스를 계승한 알구의 반란으로 본다.

알구는 아릭 부케가 세운 제후인데 왜 그는 자신의 후원자를 배신했을까?

또 주치가를 계승한 베르케는 아릭 부케를 지지했는데 이를 막은 것이 중도적 입장을 취했던 훌라구의 방향 선회였다.

이들은 처음에는 쿠빌라이를 지지하지 않았으나 그가 칸국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자, 대칸의 종주권을 주장하는 아릭 부케에게 등을 돌렸다고 본다.

쿠빌라이와 아릭 부케는 세력이 비등한 상황이고, 오히려 아릭 부케 쪽에 좀더 정통성이 있었는데 쿠빌라이가 외교적 전략을 통해 내부의 이반을 도모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쿠빌라이가 몽골 울루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보다 좀더 제후들의 자치권을 인정하는 입장이었고 결과적으로는 그의 사후 제국이 분열되는 쪽으로 변해갔다고 본다.

 

2) 쿠빌라이와 아릭 부케가 대결하는 가운데 고려는 쿠빌라이를 선택했기 때문에 자국의 풍습이 보존되고 부마국이 되는 특혜를 입었다는 입장.

이런 관점은 다른 책에서도 많이 봤다.

뭉케 사후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려가 쿠빌라이에게 귀부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고려가 능동적으로 쿠빌라이에게 신속했다기 보다, 당시 세자 일행의 중국 여정이 개평으로 상륙하고 있던 쿠빌라이 일행과 비슷했고 쿠빌라이가 중국쪽을 장악하고 있었던 만큼 고려는 중국측 인사들의 조언을 참조했을 것이며, 무엇보다 아릭 부케와의 일전을 앞둔 상황에서 쿠빌라이가 고려의 자발적 귀부를 강조하는 것이 명분을 얻는데 유리했기에 쿠빌라이 스스로 그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본다.

고려의 능동적인 선택이라기 보다는 당시 고려가 처한 상황에 의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또 몽고는 기본적으로 본국의 풍습을 유지하는 쪽이었기 때문에 '不改土風'이 반드시 고려만의 특혜라고 볼 수도 없다.

부마국으로 삼은 것은 원종이 임연에 의해 폐립되는 사건이 벌어지자 30년 항쟁을 벌인 전적에 혹시라도 남송과 연합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해져 좀더 고려를 확실히 묶어 두기 위한 정책이었다고 본다.

이 부마국이라는 지위는 쿠빌라이 생전에는 본국의 자치를 인정하는 속국의 입장이 강했으나 사후 몽골 제국이 분열하면서 속령의 성격이 강조되어 정동행성 등을 통한 내정간섭이 심해졌다고 본다.

부마국이 특별한 우대였는지 심화된 간섭이었는지는 시대에 따라 다른 셈이다.

어찌 됐든 고려는 세조구제, 즉 쿠빌라이가 고려의 자치를 특별히 인정했다는 점을 내세워 간섭을 피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였고 이것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은, 비록 쿠빌라이 사후 몽골 울루스가 붕괴되긴 했으나 느슨한 통합체의 이상을 후계자들도 견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통했다고 본다.

또 몽골은 기본적으로 부계혈통이 황금씨족의 기준이었기 때문에 사위는 큰 의미를 주지 못한다고 본다.

 

보통 한국 저자의 책은 고려 입장에 중점을 두어 서술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몽골의 입장에서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무척 신선했다.

또 정주민 대 유목민의 대결이라는 도식적인 설명을 넘어서 꼼꼼하게 당시 상황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것도 인상적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넷 2015-04-2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은 분량의 작은 책입니다만, 대단히 만족스럽게 읽었던 책입니다. 올해안에는 다시 읽게 될 것 같아요.

marine 2015-04-20 10:2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밀도있게 읽었던 책이에요.
전공하신 학자분은 다르구나 느꼈던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