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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미국을 뒤흔든 세계 교육 강국 탐사 프로젝트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흥미진진하게 읽은 책.
제목을 좀 더 임팩트 있는 걸로 바꿨으면 훨씬 잘 팔릴 것 같다.
내용이 참 좋다.
분석적이고 무엇보다 근거가 명확해 좋다.
최근 들어 선망이 되고 있는 핀란드식 교육의 강점과 내용을 분석하고 미국 교육과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짚어내고 있다.
(며칠 연수 갔다 와서 핀란드 교육 탐방이라고 버젓하게 출판되는 책들과는 수준이 다르다)
오바마가 한국 교육을 칭찬했다고 해서 이슈가 됐는데 저자는 실제 한국 고등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학생을 통해 한국식 교육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 끔찍한 사교육 시장의 현실을 분명하게 보여 준다.
보통 외국인의 시각은 피상적이기 마련인데 실제 몇 개월 동안 학교를 다닌 학생의 인터뷰와 교육 전문가로서의 저자의 분석력이 더해져 굉장히 상세하고 적나라하게 그려진 느낌이다.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도 다시 학원으로 공부를 하러 가는 이 어처구니 없는 대한민국의 고등학생들.
그렇다면 이러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학에 가서도 계속 지속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단지 명문대에 합격하기 위해, 경쟁을 위한 공부에 수백 만 학생들이 3년의 시간을 비정상적으로 보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국가적인 낭비인지.
그리고 너무나 비인간적이다.
본격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외국인이니 당연한 거지만) 저자는 한국 기업들이 명문대생만 뽑는 관행을 뒤엎어야 제로섬 게임이 끝나지 않겠냐고 한다.
매우 일리있는 지적 같다.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카스트와도 같은 학벌이 모든 평가의 기준이 되는 이상, 학원 강사가 400만 달러를 벌고 (정말 놀랍다! 저자는 프로 운동선수와 같다고 했을 정도다) 사교육비 때문에 출산률이 떨어지는 이런 기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에 비춰 보면 고등학교 때는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했고, 고3 때는 일요일에도 나와서 6시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선택 사항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다 그렇게 했다.
덕분에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수는 없었지만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점에서 나는 너무나 거부감을 느꼈고 제대로 공부를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러다 대학에 갔고 대학 수업 역시 타과에 비해 빡빡한 편이었지만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시험이 자주 있었고 유급 제도가 있었기 때문에 방과 후에는 당연히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다.
학과 공부가 어려웠던 터라 강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스터디도 하고 공부도 꽤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스스로" 공부를 하고, 수업 시간에 배운 것만 가지고도 이미 충분했기 때문에 "과외" 나 "학원"은 필요가 없었다.
고등학생들도 학교에서 충분히 훌륭한 수업을 듣고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공부를 할 수는 없을까?
오히려 학원이나 과외는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받아야 하는 게 아닐까?
왜 훌륭한 수업을 학교가 아닌 학원이나 과외 같은 사교육에서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저자는 교사의 질을 높이는 것이 가장 우선인데, 한국의 초등 교사들은 세계적인 수준인데 반해 중고교 교사들은 기준이 낮다고 지적했다.
교대와 사대 입학 컷트라인을 생각해 보면 될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사대 졸업생 외에도 일정 자격을 갖추면 교사 자격증이 나오는 부분을 감안한다면 일리가 있다고 본다.
저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보는 핀란드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교사의 질에 있다고 했다.
들어가기 어렵고 임용되는 기준도 매우 높을 뿐더러 높은 임금을 받기 때문에 우수한 학생들이 교사직을 지원하고 사회적 명망도 높다고 한다.
저자는 핀란드 교사가 의사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고 했다.
이런 높은 질의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하므로 자율권도 상당 부분 크고, 학업 수준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많다고 한다.
잘 하는 학생을 위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기준치에 모자란 학생을 위한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평등"의 관점으로 봤다.
미국 학생들은 칭찬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혹시 실망하고 자존감이 낮아질까 봐 기준치에 미달돼도 잘 할 수 있다고 항상 격려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칭찬과 격려는 과거에 미국 학교의 매우 큰 장점으로 보도됐던 걸 기억하는데 무조건적인 칭찬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모양이다.
또 학교의 존재 목적이 학습이 아닌, 스포츠에 있다는 점이 참 특이하다.
사립학교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공립학교들이 스포츠가 학습보다 우선시 돼고 운동 코치들이 수학 등의 교과목을 같이 가르친다고 한다.
공부만 하는 한국에 비해 (예체능 수업도 고 3 때는 자습 시간으로 보냈다) 미국 학교는 체육 활동에 너무 투자하니 문제인 모양이다.
참 특이한 현상 같긴 하다.
또 주마다 교육 정책이 달라서 일관된 정책을 시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어느 나라든 특수한 문제점들이 있나 보다.
저자의 표현대로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 있는 나라라도 다들 불만들이 있기 마련이니 오히려 완벽한 정책은 없다는 점에서 약간은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아직 미취학이긴 하지만 딸이 둘이나 있다 보니 교육 문제는 참으로 걱정스럽고 관심이 많은 부분이라 격하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지 좀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