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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탄생의 비밀 - 갑골문 청동문 죽간으로 밝혀낸
김경일 지음 / 바다출판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신간 나왔을 때 도서관에 신청해서 본 책인데 반납 기한에 걸려 끝부분을 못 읽었던 터라 이번에 재독했다.
처음 읽을 때는 갑골문 위주 설명이 나와 조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새로 읽으니 생각보다 평이하고 주제가 명확한 편이라 몇 시간 만에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의문인 점은, 공자가 논어에서 말한 仁이라는 개념은 공자가 살았다는 춘추 시대 말기에는 전혀 보이지 않고, 전국 시대 후기에나 죽간 등에 등장하는데, 이 때의 인은 논언에 나오는 도덕적 함양과는 다른, 종법이 무너진 시대를 아우르는 일종의 통치 기술로 본다고 했다.
저자는 논어가 정말로 공자의 언행을 기록한 것인지 (즉 후대의 편집인지) 아니면 사기에 기록된 공자의 출생 시기가 다른 게 아닌지 의문을 표했으나 자세히 논증하지 않았다.
<고고학 증거로 본 공자 시대>라는 책을 보면, 공자는 주공이 주례의 근본을 완성했다고 믿어 그 기원이 매우 오래됐다고 했으나, 분묘 등에서 발굴된 여러 증거들로 보면, 주례는 공자가 살았던 시기에 완성된 당시로서는 매우 최근의 격식이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문헌과 고고학의 불일치가 종종 보이는데, 저자가 설명하는 유교의 핵심 개념인 인과 예 역시 공자가 살았던 선진 시대 나타난 것이 아니라 한나라 무렵으로 보고 있다.
그 증거로 갑골문과 청동문을 들고 있다.
유교의 조상신 숭배가 어떻게 자연현상을 숭배하는 다신주의에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은 무리가 없는 설명으로 보여 많이 공감했다.
상나라의 지배자들은 토지와 강, 산 등 자연신을 밀어내고 상제까지 배제한 후 혈통으로 이어지는 조상들을 최고의 신으로 숭배했고 이런 개념을 주나라에서 차용해 종법 질서를 만들어 냈다고 본다.
제례는 단순히 조상을 기리는 행위가 아니라,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을 숭배하는 일종의 예배 행위로 보인다.
로마 교황청에서 제사를 우상숭배로 금지했던 까닭을 알 것 같다.
심지어 儒家 역시 제사를 지내던 무당에서 비롯된 것으로, 기우제를 지냈던 집단이 상나라 멸망 후 민간으로 퍼진 것으로 이해한다.
개인의 수양을 논하는 학문이라고 알고 있던 유학이, 본래는 매우 종교적인 색채를 띄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재밌게 읽은 책이고 기본적으로 한자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어야 깊이있는 이해가 가능할 것 같아 다시 한 번 한자 공부에 대한 열의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