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만들어진 신화
송호정 지음 / 산처럼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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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읽었던 책 같은데 문득 고조선사에 대한 궁금증, 특히 단군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학계 의견이 궁금해 읽게 됐다.
이 분은 고조선사의 전문가인 모양이다.

환단고기 등을 근거로 고조선이 무려 5000년 전에 한반도와 만주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다고 믿는 이른바 재야사학자들은 저자에 따르면 대종교라는 단군교의 신자와도 같다고 본다.

일단 환단고기나 규원사화 등의 책이 1920년대에 쓰여진, 사료로서의 가치가 전혀 없는 위서이기 때문에 이것을 기준으로 역사를 얘기할 수 없다고 본다.

(화랑세기도 그런 분류에 속하는지 궁금하다)

저자는 또, 비파형 동검이 나온 곳을 모두 고조선의 유적지로 단정지을 수 있느냐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다.

특정 유물이 나왔다고 해서 다 그 국가의 영토라고 단순 치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조선은 요동을 중심으로 존재했고 요령은 명백히 연의 땅이었다고 본다.

또 산동반도 등은 동호나 산융의 근거지였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조상이라 할 수 있는 예맥족과는 엄연히 다르고 본다.

동이족은 당시 만주와 산동 등에 퍼진 민족들을 총칭하는 단어이기 때문에 동이족을 한국인의 조상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우도 같은 의미로, 존재하지도 않은 신화 속의 인물을 두고 한국인이네 중국인이네 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매우 합리적이고 지극히 학자적인 견해라 읽으면서 속이 시원했다.

또한 우리나라가 고대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넓은 영토를 소유한 대제국이었다고 믿는 것은 일종의 파시즘이라고까지 주장한다.

고구려, 발해 등을 모두 중국의 변방 정권으로 본 중국의 동북공정과 다를 게 없는 논리다.

고구려사나 발해사를 동북아시아사라는 큰 틀에서 보자는 주장은 일견 의미있게 들린다.

<역사스페셜>의 고조선 편은 나도 보면서 의구심이 많이 들었는데 저자가 이런 어설픈 민족주의에 학자로서의 전문성을 내세워 반박해 주니 속이 다 시원했다.

재야사학이든 민족주의든 뭐가 됐든지 학문적 태도를 견지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주장이 옳아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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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3-09-0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의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를 사두고 읽으려는데 잘 안되네요. 조만간 다시 읽을 준비를 해야겠어요. 100쪽 읽다가 보니까, 너무 지리멸렬한 느낌이 들어서(솔직히 고대사 관련 책을 읽으면 유물유적 이야기가 많아서..- -;) 잠시 책장을 덮어뒀거든요.

marine 2013-09-06 11:39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책 읽으려고 빌렸는데 생각보다 두꺼워 망설이고 있어요. <단군, 만들어진 신화>는 아마도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들을 모은 것 같아 약간은 중구난방식이지만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