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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스토리 - 뇌는 어떻게 감정과 의식을 만들어낼까?
수전 그린필드 지음, 정병선 옮김,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년 8월
평점 :
품절
컬러 사진도 많고 편집 상태도 우수하다
독자가 보기 편하게 잘 구성한 것 같다
전체적인 내용도 크게 어렵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마음을 확 빼앗는 흡인력은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중립적인 집필 태도 때문인 것 같다
뇌과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단정적인 말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아무래도 저자는 조심스런 태도를 취한다
감동적으로 읽은 "빈 서판" 을 쓴 스티븐 핑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 반가웠다
위대한 언어학자 노암 촘스키의 이름을 따서 언어 연구하는 침팬지에게 님 촘스키라는 이름을 붙여 줬다는 대목에서는 새삼 촘스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느낄 수 있었다
신경과학이란 참 흥미진진한 학문이다
배우는 건 많은데 정작 환자에게 해줄 것은 없다는 말처럼, 인간의 뇌라는 가장 신비로운 부분에 대해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분야다
프로작처럼 획기적인 치료법이 개발된다면, 인류의 삶의 질은 월등하게 향샹될 것 같다
당장 치매로 고통받는 노인과 그 가족들이 혜택을 볼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온전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간의 존엄성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신경학자들이 좀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실제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노화와 더불어 뇌에 대한 연구가 나날이 활성화 되고 있으니, 내가 노인이 됐을 무렵에는 의학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의 뇌가 실은 일반인의 뇌와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은 여러 차례 들었다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인류 최고의 천재라는 이 과학자의 뇌는, 결정적인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기껏해야 뇌의 뉴런 연결이 많다는 정도인데, 이견이 많기 때문에 100%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한다
저자는 뇌의 신비를 특정 영역에 국한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판한다
그 대답이 옳은 것 같다
뇌는 특정 부분에 특정 기능이 할당된 단순한 평면도가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돌아가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유기체다
그러므로 당연히 살아 있는 아인슈타인의 뇌와 죽어 있는 뇌는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질로 존재하지 않는 전기적 결합이나 활동들이 죽은 후에까지 보존될 리가 없지 않은가?
뇌는 전기로도 신호를 전달하지만 다시 화학적 물질로 바꾸어 전달하며, 호르몬을 통해 신체를 조절하기도 한다
너무나 복잡하고 유기적인 관계로 얽혀 있는 뇌를 한 가지 논리로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뇌란 노화와 더불어 인체가 갖는 가장 신비롭고 정교한 매커니즘일 것 같다
과거에는 인간의 마음이 심장에 있다고 생각했다
긴장을 하거나 기쁨을 느끼면 심장이 두근거리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곳이 심장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정신 활동이 뇌에서 일어나며, 단순히 지적 활동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뇌의 작용이라고 생각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참으로 놀랍다
지금도 생각은 머릿속에서 일어나지만, 마음은 가슴에 있다고 믿는데 말이다
저자의 지적처럼 지적 활동보다 더 신비로운 것은 마음의 작용인지도 모른다
감정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인공 지능을 만든다면 감정까지 느끼게 할 수 있는가?
인공 지능은 자신이 누구이고 정체성을 인지하는 의식 수준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
뇌에 관한 의문점은 아직도 끝이 없다
정신병이 약물로 조절된다는 생각도 획기적인 발상 같다
특히 우울증을 치료하는 프로작의 발명은 현대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프로작이라는 단어가 일상 생활에서 쉽게 등장한다
우울증은 간단히 말해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생기는 감정인데, 프로작은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이, 재활용을 위해 분비된 세로포 다시 uptake 되는 것을 막는다고 한다
뉴런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 주변에 계속 머물게 하는 약이다
이것은 세로토닌의 수치를 늘려 주는 치료제가 아니기 때문에 증상을 없앨 수만 있다고 한다
감정 상태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감정을 발생시키는 뇌과학이 좀 더 발전한다면 불쾌한 기분을 없애는 수준까지 갈 수 있을까?
파킨슨 병은 알려진대로 도파민이 부족해서 생긴 병이다
도파민은 운동 신경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물질이므로 이게 부족하면 운동실조와 기억력 감퇴에 시달린다
권투 선수 알리가 대표적이다
도파민이 많아서 생긴 병은 정신분열증이다
뇌를 각성시키는 이 물질이 너무 많이 분비되면 뇌는 환청이나 환각 같은 혼란 상태를 겪게 된다
파킨슨 병의 치료제로 L-dopa를 복용하게 되면, 부작용으로 환청 등이 들린다고 한다
치매의 대표적 종류인 알츠하이머 병은 아세틸콜린이 부족해서 생긴다
현재로서는 아세틸콜린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방법 밖에 없다고 한다
일단 치매에 걸리면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고 가족들 역시 심한 고통을 겪기 때문에 빠른 해결책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저자에 따르면 파킨슨 병과 알츠하이머 병, 헌팅턴 병 등은 모두 단일 질환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전달 물질을 보충하는 식으로는 완치가 어렵다고 한다
뇌란 참으로 복잡다단한 유기체인 셈이다
뇌에 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편집 상태가 아주 좋기 때문에 읽기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