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분투기
정은숙 지음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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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보여 주는 신선함과는 달리, 책 내용은 그저 그랬다
알라딘의 여러 독자들에게 회자되는 책이라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책 만드는 것에 대한 심정 토로를 기대했는데, 편집의 과정에 대해 보여 주는 소개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좋은 책과 나쁜 책에 대해 예를 들어 가며 설명하면 좋았으련만, 아무래도 타 출판사의 책을 가지고 실명 비판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실은 마음산책이라는 출판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잘 와닿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나온 책에 관한 책이라면 표정훈의 책이 가장 나와 잘 맞는다

안의 편집은 무척 신선하고 발랄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한 겉표지 디자인은 다소 실망스럽다
"편집자 분투기" 라는 이 멋진 제목을 좀 더 돋보이게 할 수는 없었을까?
산만하고 엉성해 보이는 겉표지가, 만약 서점에서 이 책을 발견했더라면 손이 안 갔을 것 같다
그렇지만 각 장을 편집과 관계된 사진으로 나누는 아이디어는 신선했다
각 장의 제목을 보라색으로 한 것도 지루하지 않아서 좋았다

어린 시절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막연히 책 만드는 일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문예지 기자나 출판사에서 일하면 좋을 것 같았다
요즘은 북세션 기자로 일하고 싶다는 충동도 든다
신문들이 책 소개에 많은 공간을 할애해 주기 때문에 출판 전문 기자로 일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소개하는 일로 먹고 살 수 있다니,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
물론 유력 일간지의 기자는 진입 장벽이 아주 높지만 말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종종 출판 관련 일을 꿈꾸었다
그런데 정작 출판사에 근무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실은 밥벌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돈 되는 책만 읽게 된다고 한다
나처럼 아무 이해 관계도 없이 그저 재미로 책을 보는 사람은 아무 책이나 기분 내키는 대로 읽으면 되지만, 책 만드는 일로 밥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돈이 되는 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즉 아무 책이나 좋다고 만들 수도 없고, 밥벌이와 상관없는 책만 붙잡고 늘어질 여유도 없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김훈의 "밥벌이의 지겨움" 이 떠오른다
책을 직접 만들지 않고 그에 관한 글을 쓰는 표정훈 역시 직업의 애환에 대해 털어 놓으니, 밥 벌어 먹기 쉬운 직업이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직업을 갖고 책은 취미로만 읽을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책 만드는 일은 스트레스 강도가 아주 높은 직업일 것 같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을 것이다
더구나 요즘처럼 책을 안 읽는 시대에, 종이책의 멸망이 예언되는 시대에, 독자의 입맛에 맞는 책을 만들어 판다는 행위는 보통 일이 아님이 분명하다
아침형 인간이 뜨면 저녁형 인간, 아침형 인간을 넘어서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걸 보고, 참 저런 책을 만들고 싶을까, 한심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녀의 책을 읽고 보면, 출판 불황 시대에 그나마라도 독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출판사에서 잘 안 팔리지만 꼭 필요한 책을 베짱좋게 만들 수 있는 출판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물론 독자들의 수준높은 선택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프랑스 같은 경우는 인터넷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이 모두 도서 정가제를 실시한다고 한다
안 팔리지만 가치있는 책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상당하다고 한다
무이자로 빌려 주기도 하고, 번역료를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도서관에만 집중하는 대신, 좋은 출판사를 찾아내 그 상황에 맞는 개별 투자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면서도, 도서관에 대한 지원도 부족하다는 누군가의 비판이 생각난다
미국 같은 경우 수많은 공공 도서관에서 출판된 책의 상당 부분을 구입함으로써 출판사의 수지 타산을 맞춰 준다고 한다
꼭 필요하지만 많이 안 팔리는 책에 대해, 정부가 도서 구입비로 좀 더 높은 예산을 책정해 주면 좋을 것 같다
그래야 안 팔리지만 꼭 출판해야 하는 책들이 경쟁력을 얻지 않겠는가?
도서 정가제에 대한 문제는 뭐라고 표현하기가 참 어렵다
독자 입장에서야 싸게 파는 인터넷 서점이 좋지만, 동네 서점이 사라져 간다는 안타까움도 크다
다양한 형태의 서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동네 서점이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좋은 작가와 교섭하려면, 일단 그의 전작들을 꼼꼼히 읽고 작가와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라는 저자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겠지만,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잘 이해해 주는 출판사도 작가에게는 퍽 중요할 것 같다
편집자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고 그것에 대해 감동할 줄 안다면, 작가 역시 믿고 맡기겠다는 안도감이 생길 것 같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이야 그저 출판만 해 준다면 감지덕지겠으나,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면 어떤 출판사에서 출판하느냐도 꽤나 중요한 일일 것 같다
또 자신이 잘 아는 분야의 책을 출판하게 된다는 말도 실감이 난다
출판사의 성격에 따라 선택된 주제에 관한 책을 출판하겠지만, 그 속에서도 실은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 쪽으로 기울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는 즐겨 읽는 책들을 다시 한 번 붙잡아 보라고 한다
또 자기 취향과 맞는 출판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편집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어쩌면 홍보일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면, 너무나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전달되기 힘들 때가 많다
편집자는 저자의 좋은 책을 독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중계해 주는 매개자다
요즘처럼 광고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살면, 무엇보다 매스 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
아직까지 TV 광고를 하지는 않지만, 가능하면 언론에 많이 노출될수록 독자의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은 문화 산업이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신문의 서평도 중요할 것이고, 인터넷 서점의 독자 리뷰도 중요한 몫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알바 리뷰까지 성행하는 현실은 참 안타깝다
결국 책의 가치를 출판사 스스로 훼손하는 꼴이 아닌가?
독자와 출판사의 쌍방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 구입 가능한 독자층을 좀 더 정확하고 좁게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 같다
일본 같은 경우는 소수의 열혈 독자들을 위한 맞춤 출판이 활발해서 작은 규모의 출판사도 많이 운영된다고 들었다
특히 오타쿠 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책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베스트셀러만 살아 남는 부익부 빈익빈이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조금씩 꾸준히 팔리는 체제가 됐으면 좋겠다

편집의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쉬운 점은 편집자의 일상을 보는 재미가 없었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북디자인에 관한 얘기도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출판에 관한 또다른 역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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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ngkiller 2005-04-01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참 많이 읽으시네요.^^ 리뷰 하나하나 꼼꼼히 읽고 댓글을 달아드리고 싶은데 내용들이 워낙에 방대해 도저히 엄두가 안나네요.ㅎㅎ

RAJAH 2005-04-20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에 마침표가 없네요. ㅋㅋ 독특한 스탈이신 것 같아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필터 2005-09-0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가어코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어느때는 이런 책이 왜 이렇게 인기가도를 달려야 하나 싶은 책도 많지요. 과연 왜 그래야 하는지...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는 책 같거든요....나나님~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