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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권의 일천 년 - 상.주시대, 중국의 문명 2 ㅣ 중국의 문명 2
인성핑 지음, 김양수 옮김 / 시공사 / 2003년 10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서 발견한 책.
읽을 책도 많은데 그냥 지나칠 수가 없을 만큼 제목이 매혹적이었다.
상과 서주 시대의 신권 정치에 관한 책이라니, 얼마나 멋진 주제인지!
200 페이지가 안 되는 작은 분량이고 유물 사진이 많아 마치 그림책을 보듯 재밌게 읽었다.
내용은 작지만 고고학적 발굴을 토대로 한 것이라 신뢰할 수 있는 높은 수준이었다.
요즘은 정말 책도 시각적 즐거움을 염두에 두고 만드는구나 싶다.
고고학은 문헌학과는 좀 다른, 인문학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자연과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과거사에 대한 접근법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고고학 증거로 본 공자 시대> 라는 책에서 한 번 놀라긴 했는데 요즘 고대사 트렌드는 문헌학 보다는 오히려 발굴을 통한 고고학이 기본이 되는 것 같다.
전에 읽은 책보다는 분량도 매우 작고 사진이 많아 훨씬 쉽게 읽었고 비슷한 내용을 두 번 읽으니 이해도 빨랐다.
은나라는 기원전 16세기 무렵 세워진 나라인데 오늘날 개념의 통일 국가는 아니었고 하남성 일대에 세력을 갖고 주변 민족에게 영향력을 끼친 일종의 신권 정치를 하는 군사적 집단이었던 것 같다.
스파르타와 같은 노예제 사회라고 해야 할까?
수백 명씩 순장을 하는 고분이 발견되는 걸 보면 권력이 얼마나 강했는지 실감이 난다.
이덕일씨 책에서 은나라가 곧 동이족이라고 한민족의 조상이다는 주장을 본 적이 있는데, 중국에서 발간된 이 책으로는 오히려 은나라는 동이족을 제압하면서 성장한 것으로 되어 있다.
고대의 민족을 따지는 것이야말로 오늘날의 관점으로 과거를 보는 매우 어리석은 행위임을 깨달았다.
특히 은나라 무정의 부인인 부호의 무덤에서 청동 도끼 등과 같은 수많은 군사 지휘 유물들이 발견되어 여자도 대장군으로 전투를 지휘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확실히 고대는 전쟁이 일상화된 무력 사회였던 것 같다.
은나라를 멸망시키고 세워진 서주야 말로 예악과 사회제도를 완성시킨 진정한 국가라 할 수 있겠다.
무덤에 부장하는 청동기의 숫자까지 지정할 정도의 세밀한 규정과 차별은, 왜 후대인들이 서주 시대를 돌아가야 할 유토피아로 보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통일이 되어 북한 지역 발굴이 활발해지면 고조선의 왕경이나 고분 등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역사적 실체로서의 고조선이 되는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