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다가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가을의 전설"이라는 영화를 볼 때였다
거기에 삼 형제가 나온다
둘째가 브래드 피트인데 막내 동생의 약혼녀인 줄리아 오몬드가 그를 사랑한다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러 온 날 자신을 마중나온 약혼자의 형을 본 순간 사랑에 빠진 그녀에게 완전히 감정 이입이 되어 몹시 울었다
약혼자가 전쟁에 나가 죽은 뒤 그녀는 브래드 피트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게 왠 일인가?
정작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은 약혼자의 큰 형이었다
브래드 피트와 잠깐 사랑을 나누지만 방랑벽이 있는 그는 고향을 떠나 몇 년간 돌아 오지 않고, 결국 기다리다 지친 그녀는 큰 형과 결혼을 한다
(우리 상식 같으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동생의 약혼녀와 결혼을 하는 형이라...)
도시에 나가 국회의원이 된 형의 아내로써 부유하게 살던 그녀의 삶은 브래드 피트가 돌아온 후 엉망이 되고 만다
브래드 피트는 형의 아내가 된 그녀를 깨끗이 잊고, 자신을 사모하던 인디언의 딸과 결혼해 아이를 낳고 잘 산다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 봐야 하는 여자는 그만 너무 괴로운 나머지 자살을 하고 만다
그녀가 권총을 입에 물고 죽을 때 극장에서 펑펑 울고 말았다
사랑하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가정을 이뤄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바라보는 여자의 심정은 얼마나 참담하고 괴로웠을까?
브래드 피트의 아내가 정적들에 의해 살해당한 뒤, 복수를 하다 감옥에 갇히자 그녀는 브래트 피트에게 면회를 가 고백을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당신의 아내가 죽기만을 기도했다고, 당신의 아내가 서 있는 자리에 내가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고, 결국 당신의 아내는 내가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그 고백을 한 뒤 줄리아 오몬드는 집으로 돌아와 자살을 하고 만다
사랑하는 남자를 가질 수도 없고, 포기할 수도 없어 결국은 죽음으로써 사랑을 끝내는 그녀의 고통이 제 마음에 그대로 전해져 오는 것 같아 큰 소리로 울고 말았다
그렇게 몰입해서 본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사랑이란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그렇게 절대적인 감정이라고 믿게 했던 영화다
사랑 때문에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그런 격렬한 감정은 영화나 소설 속의 허구로만 존재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