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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노 - 지금은 사라진 고대 유목국가 이야기
사와다 이사오 지음, 김숙경 옮김 / 아이필드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늘 모호했던 흉노에 대한 쉽고 재밌는, 그러나 내용도 알찬 개관서.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가 늘 신간에 밀렸는데 도서관에서 다른 책 고르다가 눈이 가서 빌려 왔는데 정말 유익한 독서였다.
흉노란 대체 어떤 종족인가, 그들은 약탈자인가, 어디로 사라졌을까, 게르만 대이동을 불러 일으킨 훈족이 이들의 후예라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통해 동유럽까지 갔을까 항상 궁금했지만 시원한 답을 못 찾았는데 어느 정도 개념이 잡힌다.
제일 놀랐던 것은 흉노와 훈족이 반드시 동일 민족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에 쫓겨 흉노가 몽골 평원을 버리고 유라시아 대륙을 넘어와 동유럽을 침입하는 바람에 게르만족이 서로마로 밀고 들어와 결국 로마가 망하게 됐다는 것은 너무나 유명한 역사적 사건이 아닌가.
그러나 저자는 이것이 가설에 지나지 않고 단지 흉노와 훈이라는 어원적 유사성에 기초한 상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고고학적 증거나 사료가 부족하다고 한다.
또 저자는 민족이라는 개념이 근대 이후에 형성된 것이므로 민족을 반드시 인종으로 국한지어 생각할 필교가 없고, 유목 민족이라는 것이 정주민처럼 한 곳에 정착하여 오래 세거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많은 이합집산을 거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리있는 주장 같다.
민족은 불변이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근대적인 발상일 수도 있으니까.
주기적인 중국 침입은 식량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오히려 가축과 노동력 징발을 위해서였다는 것도 신선했다.
흉노는 정착민이 아니기 때문에 수공업에 종사하기 힘들었고 이들은 대부분 중국 변방에서 납치한 농민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순수 유목민일 경우 금속을 제련하고 공예품을 만드는 일 등은 교역이 아니고서는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저자는 노인울라 고분 등을 근거로 자체 내에서도 약간의 수공업 집단이 있었을 것이나 그것도 중국인의 후예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 약탈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곡물보다 가축이었다고 한다.
당시 가축의 교배율은 높지 않았기 때문에 (대략 10%에 불과했다고 함) 생산력을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가축을 공급해 줘야 하므로 이것을 중국 변방 약탈을 통해 해결했다고 본다.
노예로 잡혀온 중국인들은 수공업과 일부 지역에서 농민으로 종사했다.
유목민이라고 하면 늘 막연한 생각이 들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지적대로 5호 16국 시대의 국가 개념은 확실히 아니었구나 싶다.
마지막에 부록으로 실린 사마천의 편지는 정말 가슴 절절하고 그가 훌륭한 문학가였음을 보여준다.
번역도 정말 매끄럽게 잘 되어 있다.
궁형이 당시에 얼마나 치욕적이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결하지 않고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구구절절하게 풀어낸다.
정말 제목 그대로 피로 쓴 사기 같다.
사마천은 사기를 남겨 자신의 명예를 지켰고 이를 보면, 인간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 자존감 등을 표현하기 위해 문자를 발명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번역이 아주 매끄럽고 역주도 훌륭하다.
기본적으로 책 내용도 좋은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