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필요없는 교육 문음문고 이시대의 교육 12
제임스 툴리 지음, 손준종 옮김 / 문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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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처음에 국가가 필요없는 교육이라길래, 국가의 통제에서 벗어난 모던 스쿨 같은 걸 말하는 줄 알았다
즉 사회주의적인 교육 이념인 줄 알았는데, 왠걸 이건 시장 경제에 교육을 맡기라는 완전히 자유주의적인, 정반대의 이야기다
제목을 좀 다른 쪽으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원제가 Education without State니까 제대로 번역하긴 했는데, 어쨌든 제목에서 연상된 것과 내용은 전혀 다르다

학교를 완전히 시장 경제에 맡겨야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 본 일이 없다
교육이라면 그야말로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대표적인 국가의 의무 아닌가?
그런데 학교를 시장에 맡겨 돈 내는 만큼 교육받을 수 있게 한다면 빈곤층의 교육은 어찌 할 것이며, 상류층은 계속 질 좋은 교육을 받아 신분제를 고착시키지 않겠는가?
그런데 저자는 이것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본다
시장이 도입되더라도 평등이나 형평성에 크게 저해되지 않으며 국가가 학교를 떠맡은다고 해서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가 돌아가리라는 실제적인 증거를 대 보라고 한다
사실 엄밀히 말해서 막연히 평등한 교육이 실시되리라 생각할 뿐이지, 따지고 들자면 문제투성인 게 오늘날 교육의 현실이다
공교육의 붕괴를 얘기하는 현 시점에서 시장 경제에 의한 학교 교육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시장 경제의 효율성에 주목한다
국가가 모든 학교를 맡고 있기 때문에 현 사회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과거의 타성에 젖어 오히려 국민들은 형편없는 교육 서비스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낡은 학교, 수업보다 더 중시되는 수많은 잡무들, (엄마가 선생님이기 때문에 공무가 얼마나 많은지는 잘 알고 있다) 승진에 대한 부담이 적은 대신 똑같은 수업으로 일관하는 교사들, 학교 폭력, 공부 잘 하는 학생만 우대하는 분위기, 대입 학원으로 전락해 버린 고등학교 교육들, 이제는 입시 준비마저 제대로 하지 못해 학원에 맡겨 버리는 무기력함, 촌지 문화, 폐쇄되어 가는 농촌이나 낙도의 분교들, 강남 8학군의 치솟는 땅값....
문제를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원래 공기업이라는 게 효율성이나 경제성 보다는 형평성 등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기 마련이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거리이고, 교사들 역시 다른 직종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늦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는 국가가 학교 교육을 통제하기 때문에 소비자인 학생들이 더 좋은 시스템에서 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낡아 빠졌고, 우수한 학생들도 짜여진 프로그램에 무조건 따라가야 하기 때문에 몇년 안에 끝낼 수업을 일정 기간 동안 반복한다
반대로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 역시 이해하든 못하든 무조건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끌려 가야 하고 결국 아무 것도 얻지 못한 채 졸업하고 만다
그들은 사회에 나와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교육을 받거나, 사회의 부적응자가 되어 폭력 집단을 형성하거나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오늘날 학교 폭력도 어찌 보면 일방적인 학습 프로그램을 강요하기 때문에 거기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이 엉뚱한 길로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또한 평생교육을 중시한다
의무교육을 끝내는 것으로만 국가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교육이 필요하고 이것을 시장에서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으로 보자면 국가가 구성원들의 교육을 죽을 때까지 책임져 줄 수는 없다
사실 의무 교육만으로도 허덕이는 게 오늘날의 현실 아닌가?
프랑스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은 대학 등록금까지도 국가에서 부담해 주므로 우리처럼 소 팔아서 대학 보냈다는 슬픈 사연이 없다
그러므로 국가에게 평생 교육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도저히 실현 불가능한 얘기다
의무교육이 끝이 아니고, 교육이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평생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면 어차피 국가에서 계속 부담할 수는 없으므로 처음부터 시장에 맡기라는 저자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다소 극단적인 주장이긴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교육을 위한 평생개인기금(LIFE)를 제안한다
학생 1인당 쓸 돈과 기업의 기부금, 개인의 후원금 등을 모아 개인 기금을 조성한 뒤 그 한도 내에서는 본인이 평생 교육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에서 실시하는 바우처와 비슷한 개념인데 학교에 한 번 제출하면 끝이 아니라 평생 자신의 필요에 따라 운용할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공부 잘 하는 영희는 학교 수업 진도를 빨리 따라 잡아 남보다 먼저 끝내고 일찍 대학에 진학한다
영희는 남보다 학교를 덜 다녔으므로 남는 기금을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취미 생활을 위해 음악이나 미술을 배우는 등등 원하는 학습 과정에 쓸 수 있다
반대로 철수는 공부를 못해서 수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철수는 일찍 학교를 끝마치고 사회에 나와 다른 곳에서 직업 교육을 받는다
역시 그는 남는 기금을 본인이 원하는 용도로 재취업 하는데 쓸 수 있다
미국에는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지식을 얻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대안 학교가 많은데 저자는 시장경제가 활성화 될 경우 이런 곳이 늘어나리라 기대한다
학교는 학생들의 개인기금을 바탕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효율성이 떨어지는 곳은 당연히 폐쇄하게 되고 보다 경쟁력 있는 교육을 펼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당연히 예산도 절약해야 하므로 강당 등을 기업에 세미나 장소로 빌려 줄 수도 있다
교사 인력도 줄여야 하므로 자격증 있는 교사 외에도 지역 사회 인력을 활용해 교육을 실시 할 것이며, 지역 사회의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것이다
자연히 예산은 줄고 교육의 질은 높아지지 않겠냐는 얘기다
어떤 곳은 대학 진학을 전문으로 특화될 것이고, 어떤 곳은 직업 교육을 전문으로 실시할 것이다
그래서 모든 학교가 대학 진학률을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지는 대신, 취업률 몇 % 이상을 보장한다는 홍보 문구가 등장할 것이고, 각 학교는 수요자들의 요구에 맞게 자연스럽게 특성있눈 학교로 변모할 것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꿈같은 얘기 같기도 하다
저자는 모든 것을 너무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역자의 비판처럼 시장이 학교 교육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고 상당 부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선언적 문구가 많다
그래서 학술서라기 보다는 팸플릿에 가깝다고 정의했다
이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기 보다는, 국가가 거의 모든 부분을 감당하는 현 공교육의 문제점을 환기시키는 역할로만 제한한다면 이 책의 가치는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평생교육으로의 교육 연한 확대라든가, 대안학교의 활성화, 수요자 중심의 특화된 학교, 천편일률적인 프로그램 대신 수요자(즉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키는 여러 가지의 학습 프로그램 등등 생각해 볼 대안들이 많다
발상의 전환이 있지 않으면 학교를 졸업하고도 얻은 게 아무 것도 없는, 사회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문제점은 계속될 것이다

번역서이고 저자가 영국인이라 우리 교육 실정에 안 맞는 부분도 많아 매끄럽게 읽히지는 않는다
또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을 제시하기 보다는 당위적인 얘기들이 많아 쉽게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교육이 학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게 아니라는 대명제를 깨닫게 해준다
시장 경제에 교육을 맡겨야 한다는 극히 자유주의적이고 우익적인 견해면서도 국가로부터 독립된 교육을 꿈꾸는 사회주의적이고 좌익적인 견해와도 일맥상통 하는 부분이 있다
결국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얘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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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5-01-12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부지런하시군요. ㅎㅎ. 벌써 다 읽으셨네요. 제목과 달리 시장에 맡겨야 된다는 것이 의외지만, 다양한 견해, 방법들이 괜찮은 것 같군요. 감샤!

marine 2005-01-12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번에 못 읽고 반납해서 다시 빌렸어요 새로운 관점으로 교육을 본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책은 판형이 작고 200페이지 밖에 안 되요 그런데 문장이 술술 읽기 편하게 번역되지는 않은 것 같네요 내용 자체도 좀 어렵구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었으면 더 편했을텐데 영국 얘기라서 좀 생소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