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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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겉멋이 없다고 해야 할까? 노란색의 따뜻한 표지만큼이나 잔잔하고 질박한 감상이 마음에 든다 서양 명화들을 감각적으로, 시대사적으로, 혹은 학술적으로 유려하게 설명한 책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투박하지만 진정성이 숨어 있는 듯한 이런 서술 형식도 새롭게 다가온다

정치범으로 20여년의 세월 동안 한국의 감옥에 갇힌 두 형들에 얽힌 슬픈 가족사가 간간히 여행기 안에 녹아 있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감옥에 갇혀서 책으로만 명화를 접하는 형을 대신해 직접 눈으로 보고 감상문을 쓰는 저자의 안타까운, 그렇지만 지나친 감상주의로 흐르지 않고 일견 산뜻한 면도 있는, 읽기 편한 문체다 서양 명화의 소개라기 보다는 그림을 통한 사색이 주를 이룬다 최영미나 한젬마의 그림 읽기 보다는 훨씬 수준있다

문득 저자처럼 두어 달 씩 미술관 순례를 해도 괜찮은 직업을 가졌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소망이 생긴다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욕구를 줄인다 할지라도 몇 달씩의 휴가를 낼 처지가 못 돼는 나같은 평범한 소시민들은 남의 기행기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할 수 밖에. 안타깝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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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4-12-31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저두요. 전 요즘 회사 때려치고 빠리에서 어케 먹고 살 방법 없나 궁리중이에요.

-_-a 이 책 딸기님이 추천해주셔서 샀는데, 찾아봐야겠어요.

marine 2005-01-01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불어는 절대 못 하니까 아쉬운 대로 런던 같은데 살면 좋겠어요 책은 200페이지 밖에 안 되서 읽기 편할 거예요 덜 유명한 그림도 가끔 나와서 새로워요 하이드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