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2 - 혼돈의 시대 [dts]
유위강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아무래도 이번 주는 "무간도"의 감동 속에서 헤어나기 어려울 듯 하다

홍콩 영화의 진수를 보는 느낌

주연, 조연 할 것 없이 어쩜 그렇게 뽀대나게 연기를 잘 하는지...

유덕화와 양조위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진관희와 여문락은 우리나라로 치면 원빈 정도 위치의 스타라고 하는데, 역시나 유덕화와는 또다른 신선한 매력을 준다

1편 볼 때 유덕화, 하나도 안 늙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진관희를 보니까 역시 그도 중년에 접어들었음을 느낄 정도로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발랄하고 톡톡 튀는 느낌의 두 젊은 배우들의 얼굴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역시 2편의 주인공은 황추생과 증지위라 할 수 있겠다

1편에서는 나쁜 놈으로 나온 증지위는 2편에서 조직의 보스를 배신하지 않는 의리있는 놈으로 나온다

또 황추생과도 친구 사이로 나온다

둘이 왜 등을 돌리고 서로를 죽이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내가 이해를 못한건가?)

큰 형님의 아내를 사랑하는 유건명, 불쌍하기도 하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조직의 최고 보스인 니쿤을 겁도 없이 암살하고 경찰 학교에 위장 잠입하면서 그의 불행이 시작된다

결국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지 않는 그녀를 유건명은 니쿤의 아들인 샤오에게 알리고, 그녀는 샤오 일파에 의해 건명이 보는 앞에서 죽는다

그런 걸 보면 3편에서 유건명이 한침을 죽이고, 경찰 내 위장 잠입한 모든 스파이들을 처단하며, 결국 사건의 전모를 밝힌 여명마저 죽이는 게 이해가 간다

유건명이 정말로 착한 심성을 가진 남자라면 비록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진 않았지만 끝까지 매리를 보호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매리는 남편 한침을 위해 조직의 보스인 니쿤을 유건명을 시켜 암살한다

그런데 의리 밖에 모르는 남편은 보스 자리를 니쿤의 아들인 샤오에게 양보하고 그 밑에서 충성을 다짐한다

샤오는 결국 한침을 버리고, 그녀가 범인임을 안 후 매리를 암살한다

이런 걸 보면 의리라는 게 별 소용 없는 게 아닌가 싶다

결국 힘 있을 때, 기회 있을 때 권력을 잡는 게 최고가 아닐까?

매리의 인생을 생각하면 더 불쌍하다

남편을 위해 보스를 죽일만큼 대단한 베짱을 지닌 그녀가, 남편을 위해 경찰인 황추생과 비밀리에 연합하고,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 줄 유건명의 사랑도 뿌리치고 남편이 있는 태국으로 떠날 때 허망하게 샤오의 총에 맞아 죽고 마는데, 정작 그 남편 한침은 태국에서 가정부와 눈이 맞아 아기까지 낳는다

영화에서는 한침이 아내를 무척 사랑하는 걸로 나오지만, 앞뒤 맥락으로 볼 때 한침은 이국 땅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있었던 셈이다

아내가 이렇게 처절하게 죽어가는데 어떻게 감히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고 아기까지 낳다니...

이런 놈을 사랑한다고 자기 인생을 바친 매리가 불쌍하다

차라리 유건명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제 2의 인생을 사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지만 사랑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그녀의 성격상 남편의 부하인 유건명과 다시 시작하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샤오 역을 맡은 오진우

쉽게 말하면 조폭인데도 인텔리 같은 냄새가 풍기고 점잖고 쉽게 흥분하지도 않는다

또 가족을 끔찍하게 위한다

결국 가족을 안전하게 도피시킨다고 하와이로 보내지만 한침의 부하들에 의해 가족이 인질로 잡히자 그 가족 때문에 한침을 쏘지도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진영인은 샤오의 이복 형제다

조직의 보스를 아버지로 둔 탓에 진영인은 명예로운 경찰의 길을 포기하고 비밀 수사관이 되어 조직 속에서 험난한 길을 걸어 간다

언제 발각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완전한 알리바이를 위해 감옥도 두 번이나 들어 가고 (아버지 장례식 때 교도소에 수감되어 가 보지도 못하고) 경찰에게 쫒기는 처지에 그나마 수시로 황국장을 만나 정보를 빼 내어 줘야 하는 불쌍한 남자, 진영인

1편에서 보면 진영인이 길가다 옛 여자와 그녀의 딸을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2편에서 젊은 시절 그 여자가 진영인의 아기를 네 번째 유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수 십 번 보석으로 그를 꺼내 주고 네 번씩이나 아기를 유산하는 과정에서 범죄 조직에서 나오지 못하는 남자를 결국 여자는 떠난다

그 장면을 보니 진영인의 삶이 무척이나 안타깝게 느껴졌다

스파이 노릇 때문에 경찰이라는 보장된 삶을 버리고 폭력 조직 속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그는 결국 사랑하는 여자도 떠나 보낸다

진영인이 죽지 않고 살아서 자신의 정신 치료를 하던 이박사(진혜림)와 맺어졌으면 조금이라도 보상이 될텐데...

샤오를 잡기 직전, 이복 형제인 그의 범죄 기록을 황국장에게 넘겨 준 진영인은 이제 이 생활을 청산하고 경찰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한다

누가 감옥에 가고 싶겠냐며 바다가 보이는 넓은 사무실을 달라고 한다

불쌍한 진영인, 그는 언젠가는 경찰로 복귀해 경찰 조직의 보스가 되는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배다른 형이긴 하나 가족이나 다름없는 그를 죽이는 것은 심적으로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착한 사람이 되어 조직 보스의 사생아라는 과거를 털어 버리겠다는 일념 하에 가족을 배신하는 진영인은 결국 경찰에게 이용만 당한 채 허망하게 삶을 마감하고 만다

2편을 보면서 황국장이 더욱 잔인하게 느껴졌다

폭력 조직을 소탕하고자 하는 그의 집념이 이해가 가긴 한데, (아마 동료의 죽음에 한이 맺힌 것 같다) 샤오가 죽으면서 이제 그만 진영인을 경찰로 복귀시켜도 됐지 않았을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계속 진영인을 스파이로 이용하는 그의 잔인한 태도가 자신도 폭력 조직에게 살해당하고 진영인 역시 허망한 죽음을 맞게 했다

사실은 경찰인데도 (말하자면 떳떳한 신분인데도) 폭력 조직에서 험한 인생을 사는 진영인, 거기다 툭하면 경찰의 감시를 받고 (3편에서 보안부 대장인 여명에게 경찰서에서 비참하게 맞는다) 감옥살이를 하고 조직에서도 끊임없이 의심을 받는다

그의 불안증은 유건명 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1편에서 보여 주는 진영인의 슬픈 미소는 자신의 비극적인 삶에 대한 자조였는지도 모르겠다

"무간도"의 전편을 통해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죽음을 맞는다

이토록 많은 인물들이, 더구나 핵심 인물들이 전부 죽음을 당하는 영화는 일찌기 없었다는 점에서 완벽한 비극이라 할 수 있겠다

끝없는 지옥을 뜻하는 영화 제목에 어울리게 모든 인물들은 자기 나름의 불행한 과거를 안으며 고통 속에 살아가고 결국 끔찍한 죽음으로써 삶을 마감한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불행한 두 스파이, 유건명과 진영인도 죽고 두 젊은이를 각각의 사지로 보내 상대편을 전복시키려고 했던 한침과 황국장도 죽고, 잔인하게 반대파를 숙청하던 조직의 보스 샤오도 죽고, 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려고 했던 양반장마저 다 죽는다

어쩜 이렇게도 완벽한 비극이 있을 수 있는지...

혼돈의 시대라는 부제가 잘 어울리는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