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 세상을 보는 글들 4
애너 퀸들런 지음, 임옥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사람 마음을 확 끈다
독서가 어떻게 나의 인생을 바꾸었나?
나는 책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이런 책 에세이들이 너무 좋다
일종의 동지 의식이라고 할까?
그렇지만 외국 작가의 책은 아무래도 공감하는데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서재 결혼시키기" 에서도 느낀 바지만, 본문에 등장하는 책들을 읽기는 커녕 들어 본 적도 없는 게 대부분이라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책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재미가 덜 하다
"서재 결혼시키기" 에 등장하는 엄청난 양의 낯선 제목들에 기가 질려 책 읽는 재미가 반감될 정도였다
다행히 이 책은 분량이 짧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전 위주라 별다는 장애는 없었다
오히려 감동깊게 읽은 책에 대한 서평 보다는 책 자체에 대한 자신의 생각 위주로 기술하여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뜻밖에도 미국은 목적없는 독서에 대해 적대적이라고 한다
뉴욕 지하철을 타면 하나같이 책을 읽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현상이라며 서구에 비해 독서율이 저조하다는 비판은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만큼 미국은 우리보다 독서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용주의의 나라이기 때문인지, 미국인들은 아무런 목적없이 책 자체에 빠져드는 맹목적인 독서를 경계하고 오히려 그들을 몽상가로 여기고 사회적 접촉을 등한시 하며 고립 속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나 역시 이런 오해를 간혹 받는다
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실용적인 독서만을 의미있게 생각한다
실생활에 도움되는 책이 아니면 시간 낭비라는 식이다
그래서 그 많은 처세론과 자기 계발서들이 난무하는 것일까?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약간의 우월 의식을 갖게 마련이다
아무래도 책은 다른 취미보다는 더 고매하게 느껴진다
그만큼 정신적인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책은 인류 문화의 결정체인 만큼 책에 애정을 쏟는 사람은 자원 봉사로 여가 시간을 활용하는 사람처럼 뭔가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통신 매체들이 발달할수록 책에 대한 인식은 고루하고 현학적이며 쓸데없는 취미로 전락하고 있다
이제 맹목적인 독서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맹목적인 독서의 즐거움과 의의에 대해서 피력한다
책이 나 자신과의 대화라고 생각하면 어떤 책을 읽든 다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 에서 뿐만 아니라 "백경" 을 읽어도 경영에 대한 지식은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용적인 독서는 독서의 깊이와 폭을 줄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조화가 중요하겠지만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만을 중시하는 독서계의 풍토는 왠지 모를 아쉬움을 남긴다
(솔직히 요즘 난무하는 처세론이나 자기 계발서, 경영서, 돈 버는 비결 등등이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모르겠다)
책 읽는 것이 위로가 되고 나 자신과 만날 수 있는 길이 되고 세상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된다면 맹목적인 독서는 여전히 큰 가치를 지닐 것이다
적어도 TV 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는가?

미국에는 수많은 독서 클럽이 존재하는데 특히 여성들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아는 분이 미국에 갔는데 할머니들이 독서 클럽에 나와 열심히 책을 읽는다는 말을 전해 준 적이 있다
손자 키우기에 바쁜 우리나라 할머니들 보다 얼마나 풍요로운 노년인지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회가 육아 시설을 비롯한 제반 여건들을 먼저 갖춰야 할 것이다
저자는 종이책이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단언한다
잠들기 전에 머리맡에서 책을 읽기 위해 컴퓨터를 켜거나, 지하철에서 책을 읽기 위해 가방에서 컴퓨터를 꺼내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란 얘기다
비록 우리 다음 세대가 되면 어찌 변할지 모르는 일이지만 말이다
책의 내용 뿐 아니라 책 자체를 사랑하는 탐서주의자, 혹은 수집가들의 열정을 생각한다면 종이책의 종말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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