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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감사용 (2disc)
김종현 감독, 이범수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생각보다 재미없는 영화였다
평론도 좋고 책이 워낙 유명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다소 실망스럽다
너무 밋밋하고 배우들 연기도 너무 무난해서 진짜 평범 그 자체다
엔터 시네마에서 봤는데 우리까지 포함해서 열 명도 안 됐다
내 옆 자리에 혼자 영화 보러 온 사람이 있었는데 이런 사람에게 딱 어울리는 극장이다
그런데 왜 혼자 보러 왔을까?
이런 영화는 집에서 컴퓨터로 다운받아 보거나 비디오로 봐도 충분한데 말이다
혼자 이런 영화 보려고 시내까지 나오면 우울해지지 않을까?
혹시 공짜표가 딱 한 장 생겨서 온 건가?
아니면 시간 때우기?
어쩜 그렇게 연기를 무난하게 하는지...
못한다기 보다는 참 무난하고 평범하게 한다
다른 배우는 신인이니까 그렇다 쳐도 김수미는 연기 경력이 벌써 몇 십 년일텐데 참 연기를 펑범하게 한다
고두심이나 윤여정 같은 배우를 보면 진짜 감탄할 정도로 리얼하게 하는데, 김수미는 정말 평범하다
아마 그래서 역할을 많이 못 맡을 것이다
김범수도 정말 무난 그 자체다
얘는 아무리 봐도 스타로 성공하기 글렀다
일단 생긴 게 너무 평범하고 연기도 너무너무 평범하다
얘 짝으로 나온 여자애도 진짜 무난 그 자체다
정말 말 그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얘기다
대신 공유는 참 멋졌다
별 대사도 없는데 생긴 걸로 관심을 끈다
내가 보기에 공유가 훨씬 더 클 것 같다
이혁재야 원래 코메디언이니까 이 정도면 많이 발전한 걸 테고
감사용을 갈구는 "양승관" 으로 나온 배우가 좀 낫다
캐릭터가 멋있어서 그런가?
솔직히 멋있다기 보다는 좀 싸가지가 없다
그래도 잘난 놈이 형편없는 팀에 있으면서 겪어야 하는 울분을 비교적 잘 그린다
자기는 올스타전까지 나가는 실력파인데 같은 팀 놈들이 패배주의에 젖어 형편없는 경기를 하면 얼마나 화가 날까?
감사용의 형으로 나온 배우도 리얼리티가 있다
약간 모자라 보이면서도 후까시를 세우며 동생을 격려하는 무능한 형의 모습을 잘 그린다
그렇지만 택시 사고 내면서 동생 응원하는 장면은 진짜 오버다
딱 한 장면은 기억에 많이 남았다
맨날 패전처리 전문 투수로 나서면서 괴로워 하던 감사용이 감독에게 (장항선도 연기를 잘 하는 배우라 생각했는데 시나리오가 워낙 형편없어서 그런가? 진짜 별 볼 일 없더라) 선발로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감독은 콧방귀도 안 뀌고 너한테 주어진 일이나 잘 하라고 한다
그게 프로라면서 감사용을 비참하게 만든다
사실 프로가 그런 거 아닌가?
실력만큼 대우 받는 거, 그게 프로니까 선발 나갈 실력 안 되면 자존심 상해도 패전 전문으로 나가야지, 어쩌겠어
너무 자존심이 상하고 비참해진 감사용은 쓰레기 처리장으로 가 방망이를 휘두르며 눈물을 흘린다
그 모습은 가슴이 좀 아팠다
나는 아직껏 그 정도로 괴로워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회에 나온지 얼마 안 되서 그런가?
그 정도로 힘들고 비참하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적은 아직 없었다
나는 아직 인생의 쓴맛을 맛보지 못한 것 같다
그런 경험을 겪고 나면, 또 잘 이겨내면 정말 강해질 것 같다
근육을 키울 때도 고통을 이기면서 근육이 파열된 후 다시 생성될 때 훨씬 커진다고 한다
그렇지만 파열만 되고 다시 안 생기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까 이기지 못한 고난은 미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
나이가 들면 그래서 안정을 추구하나 보다
박철순의 20승 재물이 된 경기는 정말 오버였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한 거라 역시 감사용의 패배로 끝났다
만약 가상의 이야기였다면 당연히 극적으로 이겼겠지
그러나 현실은 소설보다 언제나 냉정하고 잔인하다
1승도 못 해 본 감사용이 어느 날 선발로 나서 한국 최고의 투수를 상대로 어떻게 1승을 올리겠는가?
대신 패배 장면 후 바로 삼미 팀이 열심히 런닝하는 장면으로 바뀌면서 이들의 승승장구를 전하는 자막은 괜찮았다
산뜻한 구성이라고 할까?
결국 감사용은 그렇게 소원하던 1승을 올렸고 삼미도 그 해 패넌트 레이스에서 4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여자 주인공과의 과장된 로맨스가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
이제 정말 영웅 대신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보다
옛날 같으면 당연히 박철순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20승을 극적으로 그릴텐데, 1승도 못 올린 감사용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다니 참 세상 많이 변했다
그래서 영화 보는 게 더 편하다
노태우가 주장하는 바로 그 보통 사람의 시대가 된 걸까?
아니면 다들 너무 똑똑해져 더 이상 잘난 놈들 얘기를 듣고 싶지 않은 걸까?
가히 주체성과 자의식의 시대라 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