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
앨런 피즈 외 지음, 이종인 옮김 / 가야넷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2탄인 "거짓말을 하는 남자, 눈물을 흘리는 여자"를 인상깊게 읽은 터라 1권에 대한 기대도 컸다


결과는 작가의 의견에 상당 부분 동의할 수 없었다


저자가 주장하는 남녀의 차이는 물론 인정한다


그렇지만 전체적인 내용이나 풍기는 냄새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


2편을 읽지 않았다면 자칫 저자를 오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쩌면 1편에 대한 반발심을 무마시키기 위해 2편은 좀 더 부드럽게 간 건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본인이 반페미니즘으로 몰릴까 봐 상당히 신경을 쓴다


말끝마다 과학적인 분석임을 강조하고, 욕 먹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지만 용기를 낸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밝히고 있다


서구에서는 페미니즘이 확실히 대세이긴 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조심할 이유가 없을테니까


 


사실 남녀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는 생각도 요즘 들어 하고 있다


그건 남녀의 차이에 국한된 게 아니라, 빈부 격차라든가 민주주의, 권력 등등 여러 불합리한 사회 제도들에 대해 보다 현실적인 눈을 가지려고 애쓰고 있다


말하자면 100% 완벽한 도덕과 이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그나마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게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페미니즘 역시 투사 같던 과거 이미지와는 달리 남녀의 생체적인 차이는 인정하면서 사회적인 차별을 없애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장하는 논지는 상당히 불편하다


저자는 자꾸 직업에 있어 여성성과 남성성을 강조하는데 과연 그 이유 때문에 현재와 같은 직업 구조가 형성됐을까?


여자는 남을 보살피는 것과 언어적인 측면에 능하기 때문에 간호사와 교사 같은 직업을 선호하고, 남자는 공간적이고 성취적인 것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엔지니어나 비행기 조종사가 된다고 한다


정치인 중에 남자가 많은 것도 다 정치가 남성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시 되는 것은 자신의 특성 보다는 경제적 수입과 사회적 지위 등이다


본인의 재능대로 직업을 갖는 사람은 기껏해애 연예인이나 예술하는 사람 정도일 것이다


여자들이 사회적으로 덜 대우받는 직업을 택하는 이유가 정말 여성성 때문일까?


남자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받기 때문이 아닐까?


 


직업 자체가 정형화된 여성성과 남성성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남녀에 상관없이 보다 나은 수입과 명예, 혹은 지위를 보장하는 직업을 택한다


성별에 적합한 직업을 택하라는 논리는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더구나 갈수록 유니섹스화 되가는 21세기에는 말이다


남녀의 차이를 개인의 일상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는 것은 좋지만, 사회적으로 확장시킬 때는 보다 조심스런 태도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오해를 살 소지가 다분하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남녀의 차이만큼, 인종간의 차이도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당위도 현실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식으로 비약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