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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서영심 옮김 / 민중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실은 "데미안" 을 오랫동안 못 읽었다
처음 읽어 보려고 시도했을 때 생각보다 지루하고 재미없어서 손을 놓은 뒤 읽고 싶은 욕구가 안 생겼다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쉽게 접근을 못했다
더구나 헤르만 헤세의 다른 책 "수레바퀴 밑에서" 가 워낙 재미없었기 때문에 (그래도 이 소설 읽으면서 나도 비슷한 내용으로 소설을 썼다 물론 쓰다 말았지만) "데미안" 에 대한 편견이 컸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항상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데미안" 을 집어들 때는 나름대로 사뭇 비장하기까지 했다
막스 데미안은 자의식이 강한 매력적인 남자로 그려진다
자아 정체성이 분명한 사람이라고 할까?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바로 그 사람인지도 모른다
현명하다거나 똑똑하다는 식의 이상적인 인물이 아니다
착하고 나쁘고를 떠나서 주변 환경에 영향받지 않고 오직 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주체적인 인물이다
책을 계속 읽다 보니 한쪽으로 경도된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꿈꿔 온 바로 그 사람이다
데미안처럼 완전히 나 자신의 머리로만 사고하고 나 자신의 의지로만 행동할 수 있을까?
타인의 감정에 영향받지 않고 주변 환경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그런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의 내면은 얼마나 단단할까?
싱클레어는 사춘기에 방황을 한다
어린 시절은 가족으로 대표되는 밝은 세계에서만 살았지만, 자의식이 생기면서 그는 어두운 세계를 기웃거리며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런데도 부모나 교사는 그에게 전혀 도움을 주지 않고 오히려 그의 방황을 무의미한 일탈로 보고 하루라도 빨리 밝은 세계로 복귀하라고 다그친다
왜 어른들은 아이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일까?
이미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그런 방황들이 무의미 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내가 보기에는 어른과 아이 사이에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가 아무리 자식을 사랑해도 그 아이를 진정으로 이해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꼭 부모 자식 사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친구간에도 그렇고 부부 사이도 그렇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이해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데미안이 말하는 아프락사스에 대해 생각해 봤다
신이면서도 악마적인 속성을 가진 존재
신이라고 하면 밝은 세계를 대표하고 정의감과 선의 상징적인 존재다
그런데 신이 악마적 속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게 가능할까?
그렇지만 신이 선한 존재라면 세상의 악은 설명할 길이 없다
신이 세상을 지배한다면서 왜 악한 무리는 살려 둔단 말인가?
나 여호와는 질투하는 신이다는 말이 생각난다
아프락사스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서는 모르겠지만, 신이 절대적인 선한 존재는 아니라는 건 분명히 알 것 같다
카인의 표적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카인이 원래는 뛰어난 사람이었고 그에게 복종해야 하는 사람들이 (즉 아벨의 족속들) 카인을 질투한 나머지 나쁜 사람이라는 전설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카인의 표적을 받은 사람은 사람들의 질투를 받지만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능력을 가진 뛰어난 존재다
데미안은 싱클레어나 자기가 바로 카인의 표적을 받은 사람이라고 한다
카인의 표적은 자아 주체성이 확실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으며 자기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말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