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일어나 두 시간 만에 읽어 버린 책이다
300 쪽 정도 되는데 워낙 평이한 내용이라 딱 두 시간 걸렸다
솔직히 너무 평범해서 돈 주고 사서 읽기는 아깝다
그냥 가벼운 스케치 같다
혼자 수첩에 메모하는 수준?
읽기는 편하다
그녀는 한비야와 비교되는 모양인데, 자신도 인정했지만 한 수 아래다
단순히 한비야 보다 늦게 시작해서가 아니라, 글 쓰는 수준이 낮다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것 같다
아니면 필력이 아주 딸린다거나
그렇지만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요즘 내가 관심 갖는 게 바로 트래킹인데, 이 책은 그 트래킹에 관한 보고서다
흙길을 밟으며 자연 속을 걸을 수 있는 기쁨!!
그것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다
나도 요즘 부쩍 걷기에 흥미를 느끼는데 솔직히 도심을 떠날 용기는 없다
일단 한 번도 떠나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고, 막상 떠나려고 해도 심리적 저항감이 크다
혼자 길을 걷다 지치면 내 삶마저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괜히 사서 고생한다는 자괴감에 빠지지는 않을까?
뭐든 처음이 어려운 법이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 속담일 것이다
일단 저지르고 봐야 하는데, 아직은 자신이 없다
제일 두려운 것은 내가 왜 걷고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일 것 같다
기분이 좋을 때야 상관없지만 문득문득 외로움이 밀려 올 때, 내가 왜 이 곳을 걷는지 의미가 모호해지면 삶에 대한 회의가 밀려 올 것 같다
이번에 아빠, 엄마와 가족 여행을 떠나면서 만약 여기에 혼자 왔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벗이 옆에 있다는 것은 때로 불편하긴 하지만, 위안을 줄 때가 더 많다
금산사 계곡에 앉아 발을 담그고 책 읽는 상상을 했다
그렇지만 마음이 충만해지지는 않았다
자꾸 외롭고 쓸쓸할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나는 아직도 홀로 설 준비가 안 된 것일까?
그녀에게 제일 부러웠던 것은 터키 대사관에 다녀서 한 달씩이나 휴가를 낼 수 있었던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휴가 제도는 정말 환상적이다
한 달 씩 유급 휴가를 주다니, 참 대단하다
무급이라도 좋으니까 쉴 시간만 주면 좋겠다
(솔직히 무급이라면 생각을 많이 해 볼 것 같기는 하다)
한 달이나 휴가가 주어지면 학생들의 방학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해외로 떠나는 건 당연한 수순 같다
그래도 외국 여행은 혼자서 잘 할 자신이 있다
일단 이국적인 풍경 때문에라도 외로울 틈이 없고, 무엇보다 유럽은 미술관이 많으니까 절대 지겹지 않을 것 같다
이것도 내 환상인지 모르지만 말이다
그녀는 여행 작가라는 직업을 획득한 것 같다
오마이 뉴스에 여행기를 연재하면서 그 돈으로 여행을 한다
또 이 책 역시 꽤 많이 팔렸고 앞으로도 여행기를 계속 낼 것이므로 여행이 밥벌이 수단이 될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이런 위치를 획득하는 건 아니다
여행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 대부분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는 시간과 경비를 쪼개고 쪼개 여행을 한다
즉 길바닥에 돈과 시간을 뿌리는 셈이다
그러므로 여행에서 많은 것을 기대한다
늘 그렇지만 관광이나 여행이 생각만큼 큰 깨달음을 주는 건 아니다
드 보통은 여행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얼마나 비현실적인지를 "여행의 기술" 에서 보여 준다
(정말 드 보통다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나는 해외 여행, 그것도 가능하면 유럽 여행을 하고 싶다
현재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그림이기 때문에, 미술관을 맘껏 보고 싶다
런던이나 파리는 얼마나 문화의 도시인가!!
서양 문화에 대한 내 흥미를 충족시키고 싶다
아빠가 늘 말하는 그 인문학적인 여행을 원한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유럽은 너무 멀리 있고 나는 늘 바쁘다
그래서 대신 우리나라 여행을 해 보면 어떨까 싶다
차로 왔다 갔다 하는 것 보다는, 기왕이면 직접 걸어서 가고 싶다
그게 또 여행의 진정한 재미이기도 하다
걷기 여행을 하면 제일 좋은 건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 역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면서 밥 두 그릇은 기본으로 해치운다
사실 요즘처럼 먹을 게 넘쳐 나는 시대에, 먹지 못하는 고통은 생각보다 크다
돈이 없어서 못 먹는 게 아니라 더 큰 이익을 위해, 즉 몸매를 위해 식욕을 억제해야 하는 슬픔을 안 겪어 본 사람은 모른다
나 역시 식탐이 강한 편인데 요즘은 대단히 억제하고 있다
먹고 싶은 걸 억지로 참는 건 아니고 나름대로 생활 원칙을 세워 음식을 가려 먹긴 하지만, 어쨌든 아빠 말마따나 먹는 재미가 없으면 인생의 낙도 반은 사라지는 것이다
요즘처럼 음식이 흔하고 또 맛있는 미각의 시대에 식욕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자동차를 버리고 열심히 걷는 수 밖에 없다
칼로리 소비를 하지 않으면 입은 만족하더라도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그녀가 남도를 걸으면서 싼값에 훌륭한 백반을 배부르게 먹는 장면을 읽으면서 카타르시스까지 느꼈다
남도 백반이 얼마나 풍성하고 맛있는가!!
그 반찬과 밥을 안 남기고 싹쓰리 해도 충분히 열량을 소모할 수 있는 그녀가 부럽다
살이 하나도 안 빠졌다고 엄살을 피우지만, 그 정도로 먹고 안 찌는 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요즘 나 같은 경우는 거의 절식에 가까울 정도로 식욕을 억제해도 충분히 배고프지 않고 살 만큼 현대인들의 칼로리 소비는 매우 낮다
그런데 배가 터지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면 이 보다 더 행복한 일이 있겠는가^^
시골 인심에 대한 그녀의 예찬은 상투적이고 표면적이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다
내가 지금 이 곳에서 일하지 않는다면, 즉 시골 사람들과 더불어 살지 않는다면 나 역시 전형적인 생각에 갇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그들이 시골 인심이라고 말하는 부분들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오는 낯설음이 호감으로 표현되는 것일 뿐이다
인간의 본성은 엇비슷하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그 표현형이 다를 뿐, 결국 본질은 다 거기서 거기다
시골이라고 뭔가 다르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웃기는 발상이다
길에서 잠깐 만나는 서울 여행자에게는 더없이 후덕한 천사로 보이겠지만, 매일 부대끼며 살다 보면 그들 역시 도시에서 만날 수 있는 전형적인 인간 군상에 불과하다
그녀가 소개하는 트래킹 코스들을 꼭 한 번 답사해 보고 싶다
책으로 읽는 것과 실제 경험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일 것이다
일단 시도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생각이 바뀔 것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꼭 한 번 해 보고 싶다
책과 함께 여행을 내 인생의 모토로 삼은 이상, 이제 정말 떠나 보고 싶다
흙길을 따라 걸으면서 풍경 좋은 곳에서 잠시 다리를 쉬고 맛있는 도시락을 먹고 책을 읽는 소박한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성공한 인생 아닐까?
그런 동반자를 만나고 싶다
나만큼 책을 좋아하고 걷기를 즐기며 단순한 삶을 추구하는 그런 남자를 만나고 싶다
물론 그런 성향의 남자라면 사회적 성공도 포기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부와 소박한 삶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결국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것만이 해결책 같다
나는 내 길을 찾기 위해 열심히 책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