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끓는 사랑 - 세계문화예술기행 3
김혜순 지음 / 학고재 / 199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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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기행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중간 정도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말하자면 변방 국가다
그래서 서유럽 여행할 때 여기 가려면 한 달은 잡아야 한다
내가 스페인에 가고 싶은 이유가 바로 프라도 미술관이듯, 이 책의 저자도 스페인이 배출한 위대한 예술가들을 보기 위해 먼 이국 땅으로 날아 갔다
역시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은 인류의 영원한 유산인 문화임이 틀림없다

스페인은 이슬람의 지배를 받은 독특한 유럽 국가다
지도책을 열심히 봐야 할 것 같은데, 이베리아 반도가 아프리카와 가깝고 중동과도 지리적으로 연결되어 있나 보다
그래서 7세기 이후 이슬람이 팽창하면서 스페인까지 진격했고 수백년 동안 이슬람 지배권 하에 있었다
16세기에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나도 왕에 의해 통일됐다
국토 회복 운동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스페인도 이민족의 지배를 수 백년 동안 받은 셈인데 어떻게 르네상스 시대 때 그 많은 식민지를 거느릴 수 있었을까?
유럽 역사는 흥망성쇠가 잦아 동양사 보다 훨씬 흥미롭다
그 역동적 에너지가 그들의 발전을 이루었는지도 모른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이슬람 서원들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살아 있는 생명체나 사물을 조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아라베스크라는 기하학 무늬가 발달했다고 한다
저자의 해설에 따르면 추상형이기 때문에 시대가 달라져도 촌스럽지 않고 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는 충동이 생긴다
유럽의 동양적 풍경이라...
이슬람이 우리가 생각하는 동양과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동서 문명이 하나로 잘 어울어져 멋진 풍경을 연출할 것 같다

더 관심 있었던 것은 가우디의 건축물이다
가우디가 유명한 건 알았지만 막상 그의 건축물을 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쩜 그렇게 형형색색의 칼라풀한 페인트칠을 했을까?
또 건축물에 자유로운 곡선을 동원할 생각을 했을까?
원형이 아니라 완전히 파도치는 곡선 모형이다
그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발상이 놀라울 뿐이다<BR>건축도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또 자유로운 생각의 표현일 수 있음을 느꼈다
가우디에 관한 관심이 증폭된다
꼭 직접 가서 보고 싶다

스페인 하면 뭐니뭐니 해도 프라도 미술관이다
다들 마드리드 가면 여기부터 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유럽이 우리를 끄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놀라운 미술관들 덕택인 것 같다
서양사가 곧 세계사가 되버린 현대에 와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인류의 위대한 유산을 감상하는데 동서 구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프라도 미술관의 백미는 고야와 벨레스케스다
사실 고야의 그림이 왜 훌륭한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고흐 같은 정열적인 인상파 그림이나 미켈란젤로 같은 정교한 르네상스 그림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석하기 어려운 피카소나 대충 그린 듯한 고야의 그림은 솔직히 감동이 별로다
그렇지만 두 화가 모두 미술사에 워낙 중요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라 관심이 간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침범한 후 시민 병사들을 사격하는 그림은 아주 유명하다
자주 봐서 그런지, 아니면 워낙 훌륭한 평가를 받아서 그런지 내 눈에도 인상적으로 보이긴 한다
그래도 역시 친숙한 그림은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이다
이것은 화가들이 꼽은 최고의 그림이라고 한다
나 같이 평범한 독자는 일단 평론가들이 좋다고 하면 좋게 인식하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이 나에게도 특별해 보인다<BR>워낙 자주 언급되는 그림이라 직접 보면 가슴이 떨릴 것 같다
언젠가는 꼭 가서 직접 보고야 말리니!!

스페인 하면 생각나는 게 플라맹고와 투우, 그리고 집시다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투우는 금지됐고 전체적으로 사라져 가는 추세라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하다 1995년도에 쓰여진 기행문인데 왜 그 유명한 투우를 안 봤을까? 저자가 동물학대라고 싫어하나?)
플라맹고와 집시는 스페인 전역에 퍼진 것 같다
어딜 가나 집시가 등장한다
그들은 대체적으로 가난하고 도둑질 하거나 동정해서 먹고 산다
또 열정적으로 플라맹고를 춘다
캐스터네츠를 치는 경우는 드물고 박수를 치면서 신들린 듯 춤을 춘다고 하다
너무 더우니까 주로 시원한 동굴에서 관람을 한다
동굴 속에 앉아 신들린 듯 격정적인 춤을 보는 즐거움!!
얼마나 신비롭고 환상적일까? 우리도 이런 전통이 잘 계승됐으면 좋겠다

집시들이 가엾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유태인들은 미국에서 상류층을 형성하고 돈도 많고 기어이 나라까지 건설했는데, 이 가엾은 민족은 왜 소매치기로 전락한 걸까?
민족이란 이처럼 섞이기 어려운 독특한 집단일까? 원래 집시라는 것이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특성이 있나?
하여간 우리처럼 한 곳에 정착해 무려 5000년을 살아 온 사람들에게 이런 유랑 민족은 특이하게 보인다
저자는 집시들을 몹시 경계하는데, 이것도 결국 민족차별이라는 편견에 싸인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현실을 어쩌란 말인가!!

스페인 사람들은 엄청나게 먹어댄다고 한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는 워낙 더운 나라라 많이 먹고 푹 쉬는 게 체질화 됐다
특히 스페인의 시에스타는 유명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상점이 문을 닫아 버리는 것이다
더위를 피해 휴식을 취하고 오후 일을 위해 원기를 충전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더운 것 같기는 한데, 우리처럼 부지런한 민족에게는 낯선 관습 같다
그래서 성당도 몇 백년 걸쳐 짓는 걸까?
저자는 스페인 사람들의 엄청난 식성과 불룩 나온 배에 깜짝 놀랜다
그러고 보면 동양인들은 다들 날씬하다
나도 유럽 가서 깜짝 놀랬다
진짜 비만이란 바로 저런 거구나, 고개가 다 끄덕여질 정도였으니까

야간 열차에서 고생한 얘기는 내 얘기 같아 웃음이 나왔다
3주간 유럽 여행하면서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잠자는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대체 나는 무슨 베짱으로 야간 열차를 많이 끼워 넣던지!!
그 놈의 열차 예약하느라 관광 포기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여행은 잘 먹고 잘 자야 한다
야간 열차, 생각하기도 싫다
그나마 이 사람들은 침대칸에서라도 잤다
우린 여섯 명이 들어간 그 좁은 객실에서 앉아서 밤을 보내야 했다
정말 끔찍하다
그렇게 고생하고 나면 다음 날 여행은 포기해야 한다
베네치아에 가서도 두깔레 궁전에 누워 잠만 잤고, 뮌헨 가서는 아예 호텔에서 나오지도 않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유럽을 왜 갔나 몰라

물론 그 때 추억은 내 삶에서 가장 멋진 것이다
말로만 듣던 유럽을 직접 내 눈으로 체험했을 때, 역시 보는 것과 듣는 것은 확연히 다름을 느꼈다
문화적 쇼크라고 할까?
어쩜 그렇게 도시들이 문화적이고 아기자기 한지...
문화 콘텐츠가 참 풍부한 아름다운 도시라는 이미지가 남는다
어떤 도시를 가든 책에서 볼듯한 고딕 양식들의 건물들이 서 있고 그 넓은 분수대와 광장들, 또 공원, 박물관이나 미술관!!
특히 파리나 런던은 루브르와 내셔널 갤러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낄 정도였다
적어도 파리에 살면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혜택을 알고 있을까?

여행을 떠나고 싶다
무엇보다 나에게 감동을 주는 그림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저자처럼 딸을 데리고 충분한 일정을 가지고 그것도 공짜로 하는 그런 여행, 정말 부럽다
물론 그녀에게는 책을 써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겠지만 그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즐겁게 할 수 있다
나도 아이를 갖게 되면 어렸을 때부터 꼭 해외 여행을 데리고 다니겠다
성장에 가장 큰 자극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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