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의 제국
그렉 크리처 지음, 노혜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4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이 점점 더 뚱뚱해지는 이유는 패스트 푸드점의 판매 전략 때문이라는 분석은 이미 수많은 책에서 다뤄졌다
맥도널드로 대표되는 패스트 푸드점은 비만에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세트 메뉴나 라지 사이즈의 개발로 가격을 올리면서 칼로리도 엄청나게 늘리고 있다
솔직히 1인분 양으로 너무 큰데도 패스트 푸드점은 계속 큰 사이즈만 내 놓는다
T.G.I.F.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1인분 양으로는 지나치게 많다
그런데도 한꺼번에 많은 양을 주면서 값도 올린다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가격을 내리면 좋을텐데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덕분에 우리는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면서 점점 더 뚱뚱해진다
패밀리 레스토랑이 칼로리 공개를 안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
제정신 박힌 사람이면 그 엄청난 칼로리의 음식들을 아무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겠는가?
한 끼 식사에 천 칼로리가 넘을 정도라면 말 다했지, 뭐
그래도 패스트 푸드점은 가격이라도 싸고 칼로리도 패밀리 레스토랑 보다는 더 낮다
물론 패스트 푸드점처럼 자주 가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 놈의 패밀리 레스토랑은 값도 무지하게 비싸지, 칼로리도 엄청나게 높지, 1인분 양도 지나치게 많지, 좋은 게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 마케팅 때문에 왠지 거길 가야 세련되고 신세대 문화에 동참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켜 비싼 돈 주고 뚱뚱해지려고 기꺼이 간다
패밀리 레스토랑이야 말로 타도의 대상이다

요즘은 돈을 벌어서인지 패스트 푸드점에 갈 일이 별로 없다
그런데 미국인들은 직장에서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맥도널드를 많이 찾는 것 같다
하긴 그 사람들이야 고기가 주식이니까 간단히 해결하는 좋은 식당일 것이다
우리처럼 우르르 몰려가서 같이 밥 먹는 게 아니니까 혼자 편하게 회사 근처 맥도널드 가서 싸게 한 끼 때울 것이다
그래서 다들 맥도널드의 폐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힌다
맥도널드 세트 메뉴를 먹으면 기본적으로 5천원은 넘으니까 절대 싼 건 아니다
그런 허접한 음식을 먹으려고 5천원을 지불하느니, 차라리 한식을 제대로 먹는 게 낫다
이건 우리나라 현실이고 미국은 5천원 가지고 한 끼 식사하기가 힘들 것이다
미국에서는 맥도널드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싼 식당이란 얘기다
마치 우리나라의 백반집처럼 말이다

아직도 굶어 죽는 아프리카 난민들이 넘쳐 나지만, 왠만큼 사는 나라에서는 칼로리 과잉이 심각한 문제다
생산력 향상으로 더 이상 못 먹어 죽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값싼 군것질거리가 얼마나 많은가?
저자의 지적처럼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회 복지를 받는 대신, 싸구려 먹거리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기분이 우울할 때 먹는 것과 텔레비젼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그게 제일 돈이 적게 들고 간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인은 하루 평균 4시간 동안 TV를 시청한다고 한다
5시에 퇴근해서 집에 가면 7시부터 11시까지 줄곧 TV를 시청한다는 소리니, 운동할 시간이 없는 건 너무 당연하다
비디오 게임, 인터넷, TV 등이 더해져 우리는 소파에서 꼼짝달싹도 안 한다
싸구려 군것질거리들로 입을 만족시키면서 우리의 신체는 휴식이랍시고 그걸 즐기고 있다
다른 여가 활동은 돈이 많이 드니 시도할 엄두가 안 날 것이다
당장 운동 하나만 하려고 해도 돈이 든다
이러니 흑인이나 멕시칸들의 비만이 심각할 수 밖에

못 사는 동네는 공원 하나 제대로 없다
그러니 운동할 공간이 없는 셈이다
치안도 형편없어 어두워지면 나가지도 못한다
어디서 운동을 하겠는가?
잘 사는 동네는 치안도 확실하고 공원 조성도 잘 되어 있다
백인일수록 날씬하고 유색 인종일수록 뚱뚱한 건 필연적인 결과다
더구나 백인 중산층들은 시간이 나면 돈을 들여 스포츠 활동을 즐긴다
또 그들은 칼로리가 높은 싸구려 음식 대신 영양이 풍부하지만 칼로리는 낮은 좋은 식품들을 섭취한다
비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다르다
못사는 사람들은 먹는 게 남는 거라고, 마음껏 멋기라도 해야 한다면서 비만 자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잘사는 사람들은 뚱뚱한 것은 곧 자기 관리의 실패라고 보기 때문에 날씬해질 것을 서로 격려한다
인식부터 다른 셈이다

HFCS, 이른바 액상과당은 설탕보다 칼로리가 월등히 높고 팜유 역시 콩기름 보다 훨씬 높다
그렇지만 값이 싸기 때문에 (설탕은 3세계 국가 보호 차원에서 높은 가격에 묶여 있고 싸구려 팜유는 말레이사아와의 무역을 위해 많이 수입했다) 식료품 가격을 내리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다량 유통됐다
더구나 이들은 맛이 더 강하다
훨씬 바삭바삭 튀겨지고 단맛도 강하다
식료품 회사들은 앞다투어 이것들로 바꾸었다
칼로리가 올라간 건 당연하다
정부가 비만을 유도한 셈이다

코카 콜라나 맥도널드의 광고 작전도 대단히 공격적이다
그들은 학교에 광고판을 세우고 배달하는 대신 엄청난 기부금을 제공한다
돈이 없어 체육 시간까지 없애는 마당에 억 단위의 기부금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학교 급식을 직접 하는 대신 맥도널드나 핏자헛 등에서 직접 배달을 한다고 하니, 칼로리가 얼마나 올라갈지 알 만 하다
이런 이미지 광고는 소비자들도 현혹시킨다
이런 음식들을 먹어야 유행에 뒤지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이미지 광고를 한다
패스트 푸드이 폐해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소비자라면 이 대열에 합류해야 할 당위성을 느낄 것이다
말하자면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다

비만인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혹은 반짝하는 아이디어로 돈을 벌어 보려는) 잘못된 다이어트 책들도 문제다
다이어트가 돈이 되니까 여기저기서 그럴듯한 방법론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을 현혹하는 것이다
진실은 하나, 적게 먹고 땀이 날 정도의 강도로 한 시간 이상 운동하는 수 밖에 없다
운동으로 일주일에 2500 칼로리를 소비해야 심장병 발생 위험도 줄어든다고 한다
2500칼로리면 적어도 하루에 400칼로리는 소모해야 한다는 얘긴데, 이게 만만치 않을 것이다
걷기로는 힘들 것이고 조깅 정도의 강도로 뛰어야 한다
결국 노력을 해야 이 풍요의 시대에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나이 들어서 살 찌는 건 괜찮다고 하는 얘기도 다 신화에 불과하다
나이와 상관없이 비만은 위험하다
왜 기독교에서 탐식과 게으름을 7대 악의 하나로 꼽았는지 알 것 같다
탐식은 절제하지 못하는 인간의 특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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