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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굉장히 재밌는 책이다
그림이 많아서 읽기도 쉽고 서양 고전 음악의 흐름을 잘 정리해 놨다
음악가들의 초상화가 많이 실려 보는 즐거움이 있다
오페라를 소개하는 책의 저자가, 그림에 관한 책이라면 그림을 보여 주며 설명이라도 할 수 있지만 음악은 들려 줄 수도 없고 안타깝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 책은 음악가의 초상화를 보여줌으로써 독자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더구나 경어체를 사용해 누구나 금방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내용도 정말 쉽다
클래식에 대한 내 지식이 짧아서 그런가?
나에게 딱 맞는 책이다
정명훈 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금난새 정도면 꽤나 성공한 지휘자다
대중적인 명성도 얻고 이런 책도 쓰는 걸 보면 말이다
그가 부러운 이유는 이런 성공 보다도 음악을 진짜로 즐긴다는 느낌 때문이다
간간히 삽입되는 음악에 관한 에피소드와 감상들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음악에 대해 이 정도의 애정과 느낌을 가질 수 있다면 유명한 음악가가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큰 불만은 없을 것 같다
뭔가를 진짜 좋아해서 하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랄까?
두 명씩 비교해서 설명하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바흐와 헨델은 이름만 알고 있었는데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반면 아주 다른 성격이었다고 한다
바흐를 음악의 아버지라고 하고, 헨델을 음악의 어머니라고 해서 바흐가 더 유명한 줄 알았더니만 의외로 바흐는 독일 시골 교회에 처박혀 당시에는 거의 무명이었다
반면에 헨델은 유럽을 종횡무진하며 나중에는 영국 국왕의 총애를 받는 당대 최고의 음악가였다
그나마 바흐가 작곡한 음악은 다 흩어져 후대에 멘델스존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면 영영 묻힐 뻔 했다고 하니, 당시 바흐의 위치를 알 만 하다
무려 20여명의 자식을 낳고 소박한 행복을 꿈꾸었던 바흐!!
그는 대위법 등 고전 음악의 형식미에 충실했고 경건한 신앙인이었던 만큼 대부분 신앙 고백 식의 음악을 작곡했다
첫부인과 사별하고 두 번째 부인과도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살았던 반면 헨델은 평생 독신이었다고 하니, 거의 모든 면에서 다 비교가 된다
음악을 비교해 가며 듣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슈베르트와 멘델스존도 큰 대비를 이룬다
슈베르트는 가난한 음악가였고 서른 한 살에 죽은 비극적인 삶을 산다
그는 알려진대로 가곡의 아버지다
멘델스존은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정도의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부유한 멘델스존은 음악 역시 고전미에 충실해서 아름답고 듣기 편하다
음악가들의 생애를 알고 나니 직접 듣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음악사 최고의 천재라면 당연히 모짜르트와 베토벤을 들 것이다
모짜르트는 워낙 어릴 때부터 유명했고 수많은 곡과 오페라를 남겼다
결국 천재들은 어려서부터 티가 나는 모양이다
노력해서 나중에 유명해진 사람은 역사에 길이 남기 힘든 것 같다
아홉살 때 교향곡을 작곡했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모짜르트는 모든 종류의 음악사에 안 나올 때가 없다
베토벤은 청력이 사라진 후에도 교향곡을 작곡한 대단한 인물이다
음악가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화가에게 눈이 안 보이는 것과 같은 형벌인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기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어떻게 감당했을지 참 대단하다
로시니는 매우 활달하고 경쾌한 작곡가였다
로시니라면 베르디와 함께 오페라로 유명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 잠깐 번 돈으로 평생 먹고 살았다고 하니, 참 속 편한 사람이다
더구나 늙그막에는 먹는 재미로 살았으면서도 장수한 복받은 음악가다
오페라 작곡할 시간이 6주가 주어지면 4주는 먹고 마시고 놀다가 5주째 급하게 작곡하고 나머지 한 주에 대충 노래를 붙이는 식으로 작업하고도 음악사에 길이 남은 걸 보면 진짜 행복하게 인생을 산 남자다
스승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평생 사모한 나머지 독신으로 살았던 브람스는 성격답게 고전주의 형식을 중시했고, 조르주 상드와 9년 씩이나 연애한 쇼팽은 피아노의 시인이었다
리스트는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닐 정도로 파리 음악계의 스타였는데 헝가리 출신인 줄은 몰랐다 (프란츠 카프카가 체코 사람인 걸 몰랐던 것처럼)
그래서 헝가리안 랩소디를 작곡했나 보다
리스트의 딸이 남편과 이혼하고 남편의 스승인 바그너와 결혼한 것도 재밌는 스캔들이다
바그너는 종합예술주의라고 해서 음악은 사상을 전달하는 수단이라고 여겼다
그가 시도한 악극도 음악 중심의 가극 오페라에 비해 극적인 요소를 중시했다
그러니 히틀러나 니체 등이 좋아할 수 밖에!!
바그너는 오페라로 더 유명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등 귀에 익은 오페라가 많다
드뷔시나 라벨이 인상파 음악가이고 프랑스 음악의 자존심을 높힌 사람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여기서부터 현대 음악가인가 본데 금난새의 설명은 여기까지다
음악가의 초상이 실렸는데 제일 멋진 건 슈베르트였다
다들 음악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자존심 세고 섬세하게 생겼다
아니면 브람스처럼 장중하고 거대하게 생겼거나
멘델스존은 유태인이었고 쇼팽의 아버지가 프랑스인이었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
소나타가 3형식으로 이뤄지고 현악 4중주가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로 된 것도 새삼 알게 됐다
역시 알고 나니까 더욱 흥미가 생긴다
금난새처럼 음악에 내 느낌을 부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는 재밌는 놀이가 될 것 같다
음악에 관한 책을 좀 더 읽어 봐야겠다
처음 접할 때는 어렵기만 하더니 자꾸 보니까 중요한 내용이 반복되서 그런지 이제야 감이 잡힌다
앤서니 라빈스의 말처럼 뇌에 새로운 신경 회로가 생기기 때문일까?
기왕이면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남자를 만나면 좋겠다
러시아 5인조처럼 아마추어 음악가라면 더 바랄 게 없고
가장 수준 높은 여가 활동은 직접 취미를 체험하는 것이라고 했다
음악을 듣기 보다는 직접 연주하고 그림을 감상하기 보다는 직접 그리며, 책을 읽기 보다는 직접 쓰는 시긍로 말이다
한차원 높히기 위해 일단 열심히 읽고 듣고 감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