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실수하기 쉬운 기본적인 주의사항을 한 번 더 확인하면 의료사고나 추락사고 등을 막을 수 있다는 내용.
정말 그럴까?
그러고 보면 병원에서도 기본적인 내용을 확인하는 서식지가 있긴 하다.
대충 형식적으로 할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 양식에 근거해 환자 상태를 기록하는 것 같긴 하다.
외과의인 저자 말대로 맥박, 체온, 혈압, 호흡수로 이루어진 vital sign 역시 체크 리스트의 형태인 걸 보면 말이다.
뒤로 갈수록 기본적인 체크 리스트가 얼마나 유용한지에 대한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지만 솔직히 지루했고, 그보다는 의료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21세기에도 왜 수많은 사고들이 생기고 환자들은 사망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앞부분이 훨씬 더 와 닿는다.
결국 인간의 한계라는 얘기인데, 어쩔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을 하더라도 전문적인 기술을 연마하고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실수를 줄이며 무엇보다 점검을 통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들을 방지하자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한다.
의료의 한계는 어찌보면, 저자의 말대로 페니실린의 효과에 대해 우리가 너무 과도한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현대의학이 엄청난 진보를 이룩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투성이고, 그나마 너무나 복잡한 의료기술들을 익히기 위해 수련기간은 계속해서 길어지고 특정 분야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 훈련하다 보니 자기 분야 외에는 잘 알지 못하는 단점도 생기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인상깊게 본 다른 내용으로는, 체크리스트가 한 팀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권한을 분산해 모두에게 일정부분 책임을 지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수술장에서는 집도의가 마치 연극 무대의 주인공처럼 짠 하고 등장해 모든 과정을 주도하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집도의의 권위가 너무 커 잘못된 상황을 발견해도 쉽게 지적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제안한 체크리스트에는 수술장에 들어온 의료인들이 서로 소개하는 항목이 있다.
어찌 보면 형식적인 것 같아도 이런 의식을 가지면 수술에 참여할 때 적극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수술 전에 체크리스트를 확인하여 빠진 부분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반드시 그것을 시행한 다음에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항목 중에는 환자의 필름이 걸려 있는지, 또 환자 이름과 일치하는지 등 당연해 보이는 절차들도 들어 있다.
이런 확인 절차가 강화되면 부위를 잘못 알고 수술하는, 가끔 뉴스에 보도되는 실수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체크리스트로 확인할 수 없는 복잡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자의 표현대로 의료 행위는 매우 복잡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변수들이 존재하고 프로토콜대로 시행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전문가 한 사람이 상황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대 의료는 너무나 복잡해졌기 때문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의견을 제시하고 가장 좋은 선택을 하라고 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 같기도 한데, 실제 생활에서 보면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판단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 쓰여진 책 중에 대한항공 여객기의 추락 사고 원인이, 한국의 수직적인 문화로 인해 부기장이 기장의 실수를 지적하지 못해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 있다.
병원에서 역시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러 분야 사람들이, 특히 위계질서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사람들이 의견 제시를 한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싶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함께 뭉친 한 팀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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