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의 비밀 어찰, 정조가 그의 시대를 말하다
박철상 지음 / 푸른역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정조가 심환지에게 보낸 비밀편지가 발견됐다고 해서 화제가 됐던 게 얼마 전이었던 것 같은데 벌써 2년의 시간이 흘렀나 보다.

편지 전문을 번역한 책을 읽어 보긴 했으나 한문에 무지해서 사실 크게 와 닿지는 않았는데 이처럼 297통의 편지를 분석한 책이 나와 반갑다.

여러 명의 학자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어찰의 의의와 성격을 분석한 책이라 흥미롭고 이해하기도 쉽다.

제일 통쾌했던 부분은, 역시 이덕일이나 이이화 등의 정조 독살설을 일축한 글이었다.

이인화씨야 소설가이므로 <영원한 제국> 같은 책은 그저 흥미 위주의 소설로 생각하면 그만이지만, 이덕일씨의 책은 역사학자라는 사람이 쓴 대중역사서이다 보니 당연히 암살설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으로 이덕일씨 책을 읽은 게 벌써 십 여 년이 훌쩍 지난 것 같은데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게, 이런 독살설은 음모론이다 이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논리 전개가 억지스럽고 한쪽으로만 해석하는 게 불만스러웠지만 딱히 반론을 펼 형편이 못 돼 다른 학자들의 생각은 어떤지 관련 책을 자주 읽게 됐다.

그러던 차에 박현모씨의 <정치가 정조> 를 읽으면서 정조는 과로사 했을 것이다는 결론을 보고 나 역시 동의했다.

그런데 대중매체를 보면 정조는 노론 벽파와 대립각을 세우다가 심환지와 정순왕후로 대표되는 이 세력에 의해 독살됐다는 주장이 대세가 됐다.

다행히 <이산>에서는 그런 음모론을 직접 제기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다가 정조 어찰집이 발견됐으니 얼마나 반갑던지!

이제는 학계에서도 확실히 이런 음모론에 반론을 제기하게 된 것 같다.

노골적으로 실명을 들어 비판하는 모양새가 약간은 아쉽기도 했지만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확실히 정조는 열정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군주였던 것 같다.

활쏘기 등의 무예연마에도 힘썼을 뿐 아니라 어머니와 외가 친척들에게도 수백통의 편지를 보내는 다정다감한 성격이기도 하고 신하들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 막후 정치를 주도한 노련한 정치가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알면 알수록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전제군주제이다 보니 왕 개인의 국정 장악력이나 도덕적 품성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밖에 없다.

훗날 안동 김씨 등의 세도가에 주도권을 뺏겨 버린 순조나 헌종 등의 치세는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일 공감했던 말이, 노론 벽파에 의해 정권이 장악되어 정조 사후 백 여 년이 정체되었다는 시각은 그야말로 식민사관이라는 점이다.

이덕일씨 등은 강단 사학을 식민 사관에 물들었다고 비판하는데 반대로 정조 사후 조선이 주자학과 세도 정치에 찌들어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도 식민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었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역설이 발생한다.

근대화에 성공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지만 19세기 조선 사회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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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 2012-05-1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본의 조작된 역사로 인해 조선이 음모,당쟁,반목과 같은 어두운 이미지로 된 것이 안타깝습니다. 세계적으로 500년을 버틴 나라가 몇 돼나요? 그 만큼 훌륭한 제도와 문화를 가졌다고 봅니다. 님 같으신 분들이 이 역사를 바로 세워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언제 연락하시면 소주 한잔 올리겠습니다. 늘보 임성택

가넷 2013-02-20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이화가 아니라 이인화인 것 같네요. 읽다가 이상함을 느꼈더니 다시 보니 오타가 있었네요. ㅋ

marine 2013-03-05 18: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리뷰 다시 보기가 귀찮았는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