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 지구에서 가장 특이한 종족
디트리히 슈바니츠 지음, 인성기 옮김 / 들녘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정말 힘들게 읽은 책이다

독일어 책들은 대체적으로 지루하다

왠지 감성이 다르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쉽게 몰입이 안 된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다가, 희곡 등이 추가되서 읽기 더 힘들었다

어지간해서는 책을 가운데 놓지 않는 약간은 강박적인 성격 때문에 간신히 읽은 책이다

 

요즘 유행하는 주제인 본성과 양육 중, 본성 쪽을 신뢰하는 나로서는 남녀간의 일반적인 차이도 슬슬 인정해 가고 있다

소위 남자다움이라는 것은 우리 문화에만 있는 특수한 것이 아니라, 전 세계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자주 접한다

다만 우리 문화가 가부장제의 영향으로 유달리 그 차이를 강조한다는 생각이 든다

독이 남자들 역시 한국의 남자들처럼 내면적 세계 보다는 외면적 세계를 더 중요시 한다

저자는 재밌는 예를 드는데, 동창회에서 남자들이 수십년 전의 장난꺼리나 선생님 얘기를 떠드는 이유는 자기 속마음을 얘기하기 싫어서라고 한다

여자들이 감정의 교류를 중시하는 반면, 남자들은 외부적 성취를 더 우선시 한다

남자가 여자의 감성에 귀기울이고 동감하는 때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애쓸 때 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정말 남녀는 아주 다른 족속이 아닐까?

 

남자가 사회성을 중시하고 여자가 친밀함을 우선시 한다는 주장은 너무나 오래 통용된 것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오히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지배 이념이었던 까닭에 남녀평등주의자들의 공격을 받는 형편이다

확실히 최근까지 여성은 사회적 성취로부터 소외되어 가정을 활동 무대로 삼았다

진화적 관점에서 본다면 여자가 사회적 성취 보다는 개인간의 친밀함을 중요시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 이상 여성들이 가정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확실히 우리 사회는 패러다임의 거대한 전환을 겪고 있다

보다 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의 자연스럽 결합도 가능해질 것이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실용 지침서 보다는 수준이 높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의 분리라는 근본적인 맥락에서는 같다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로 이제는 남성학이 연구된다고 하는데,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볼만한 문제다

남성들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도를 시작한 걸 보면, 이제 그들도 사회의 절대 강자는 아닌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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