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예찬 - 다비드 르 브르통 산문집 예찬 시리즈
다비드 르브르통 지음, 김화영 옮김 / 현대문학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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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음이 꽤 빠른 편이다

보폭도 크고 뛰듯이 걷는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보조를 맞추기 힘든 편이다

내가 잘 하는 것은 걷기와 오래 달리기

단거리는 못하지만, 오래 달리기는 비교적 잘 하는 편이다

민첩성 보다는 지구력이 낫다고 할까...

 

언제부터인가 걷기가 좋아졌다

"당신의 차와 이혼하라"는 책도 있던데, 자동차로부터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동이 부족하다고 피트니스 클럽에 가서 트레드밀을 뛰느니, 차라리 자동차를 버리고 걸어가는게 현명한 생각이 아닌가 싶다

운동을 하기 위해 차를 타고 피트니스 클럽으로 간다...

왠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든다

 

걷기와 더불어 트래킹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으면서 책을 읽는다...

가장 좋은 독서법이란 생각이 든다

 

"걷기 예찬"은 상당히 현학적인 책이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이양하의 "신록 예찬"을 읽는 기분이다

걷기의 미학에 대한 온갖 사변적 생각을 늘어 놓아, 사색적이란 느낌은 들지만 실제적이지는 않다

그렇지만  웰빙 열풍을 타고 걷기가 왜 몸에 좋은가를 역설하는 상업주의 냄새가 물씬나는 책들 보다는 훨씬 낫다

저자는 프랑스의 사회학과 교수라고 하는데, 직업에 딱 맞는 감상들을 풀어 놓는다

"이미지와 환상"에서 부어스틴은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여행 풍조를 한탄하는데, "걷기 예찬"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여행이 자주 등장한다

두 발로 걷는 것, 자동차를 버리고 자연과 호흡하면서 주위를 둘러 보는 것이 진짜 여행이라고 묘사한다

문득 한비야가 쓴 기행문이 생각난다

그녀 역시 세계 여행을 하면서 절대 자동차는 안 타겠다고 결심했는데, 그 때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관광으로서의 여행도 좋아하지만, 시간만 허락한다면 두 발로 걷는 여행을 하고 싶다

 

책은 전체적으로 지루하다

인문학자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사변적인 생각들이 많아 크게 공감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걷기의 아름다움에 대한 묘사가 많아 자동차를 버리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생긴다

특히 파리라는 아름다운 도시를 거니는 행복함이 기억에 남는다

확실히 차를 타고 휙 지나가면 그 곳에 대한 감상은 표면적이기 마련이다

배낭 여행 갔을 때도 참 열심히 걸어다녔는데, 유럽 도시들은 크기가 작아 굳이 차를 탈 필요가 없었다

파리나 런던 모두 관광지가 한데 모여 있어 어지간한 거리는 두 발로 열심히 걸었던 생각이 난다

걷기 힘든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싶다

우리나라는 자전거 타기에 상당히 위험한데, 자전거야 말로 환경 정책에도 부합하고 건강에도 좋은 최고의 교통 수단이 될 듯 하다

 

물질의 풍요 속에 허우적거리며 절제하기 위해 애를 써야 하는 현대인들이 몸에 관심을 돌리는 건 당연한 현상 같다

우리는 너무 편한 세상에 살기 때문에, 적게 먹기 위해 애를 써야 하고 일부러 운동을 해서 몸을 피곤하게 만들어야 한다

풍요가 주는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시간이 허락한다면 고풍스런 도시들, 혹은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을 오랫동안 걷고 싶다

꼭 좋은 책도 손에 쥐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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