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199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에 "과학 콘서트"를 읽은 적이 있다

쉬운 과학 교양 도서를 읽고 싶어 선택한 책인데, "느낌표 선정도서"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무척 재밌고 유익했다

그래서 저자의 또다른 책을 집어 들게 됐다

21세기는 과학의 시대인데, 그 시대 정신에 대해 무지하다는 게 한심해서 과학 에세이를 많이 읽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의외로 대중을 위해 쉽게 써진 책을 발견하기 힘들다

앞으로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와서 기본적인 과학 지식을 쌓고, 더 나아가 과학의 정신을 충분히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

 

솔직히 평하자면, "과학 콘서트"에 비해 좀 떨어진다

1999년에 쓴 책이니까 벌써 5년 전이고, 현재는 고려대 교수지만 당시는 박사 과정에 있었으니 약간의 수준 차이는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무척 재밌고 흥미로운 책이다

특히 영화에서 소재를 얻었기 때문에 독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아마겟돈"의 비현실성은 다른 칼럼에서도 자주 지적되는데, 굴착기 기사를 우주로 보낸다는 설정 자체가 어이없다

굴착기 기사를 우주로 보내느니, 우주 비행사에게 굴착기 기술을 가르치는 게 낫다는 저자의 일갈이 통쾌하다

영화 속에는 수많은 오류가 보이는데, 근본적으로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들이 과학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본적인 과학 인식이 있으면 피할 수 있는 일인데, 과학의 원리에 대해 너무 모른 상태에서 상상력을 펴기 때문에 많은 오류가 생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아웃 브레이크"는 과학적인 면에서 아주 훌륭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에볼라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했는데 가히 에이즈에 걸맞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다행히 공기 중으로 전파되지 않아 심하게 유행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제인 구달과 다이언 포시, 비루테 갈디카스 등의 유인원 연구 이야기는 무척 감명 깊다

제인 구달은 침팬지 박사로 널리 알려졌는데, 그녀가 겨우 고등학교 졸업생이었다는 (나중에 캠브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지만) 사실은 미처 몰랐다

다이언 포시는 어린이 행동 치료사였는데 고릴라를 연구하러 아프리카로 떠난다

그러나 불행히도 밀렵꾼들과 싸우다가 살해당한다

비루테 갈디카스는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오랑우탄을 연구하는데, 그녀 역시 남편이 아들의 유모와 결혼하는 불행을 겪는다

이 세 학자들의 특징은 대학 교수 같은 지식인이 아니지만 직접 밀림에 들어가 수십년 동안 연구를 했고, 개인적으로는 불행했지만 그들이 연구하는 유인원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밀렵을 막기 위해 애썼다는 점이다

 

동물이 사람의 언어를 따라하지는 못해도 수화로 얘기할 수는 있다고 한다

"침팬지 폴리틱스"에서도 본 내용인데, 침팬지들도 수화를 배울 수 있다

그러나 가장 영리한 침팬지였던 "타잔"의 주인공 치타 역시 언어를 정말로 이해했다기 보다는 사람들이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흉내내는 것에 불과했다고 하니, 언어는 확실히 인간의 고유한 특성 중 하나인 모양이다

 

그 외에도 타임머신을 타고 절대 과거로 갈 수 없는 이유나, 사이버 보그가 인간의 똑같은 복제품이 될 수 없는 이유, 홍채 인식 시스템 등 다양하고 흥미있는 주제들이 쉽게 기술됐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과학 에세이들을 많이 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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