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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전쟁 - 인체는 질병과 어떻게 싸우는가
매리언 켄들 지음, 이성호, 최돈찬 옮김 / 궁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학문적인 책이다
"인체는 질병과 어떻게 싸우는가?"라는 광고 문구를 보고, 소설 형식의 흥미로운 책일 거라 기대했는데 거의 면역학 교과서 수준이다
이 정도 책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면, 아마도 면역학 전공자가 아닐까 싶다
하긴 면역학 교과서도 소설처럼 흥미로운 면이 있다
생화학이나 면역학 등을 배울 때 그 씨스템들이 워낙 정교하여, 한 편의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이었다
저자의 주장처럼 유전자 연구가 더욱 발달하면, 질병 치료의 개념은 면역력을 키우는 쪽으로 갈지도 모른다
수많은 질병의 치료법이 수액 요법과 침상 안정인 걸 보면, 어지간한 병은 인체 내의 면역 시스템이 해결해 주는 듯 하다
그 면역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관한 내용은 아니다
흔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판된 건강서들을 보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등 학문적인 논증은 없고 충고 형식이 대부분인데, 이 책에서는 그런 충고를 찾기 힘들다
면역 시스템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질병의 침투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관하여 자세히 설명한다
그런 면에서는 정직한 교양 도서란 생각도 든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뇌와 면역계가 화학적으로 대화한다는 문장이었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을 유발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는 그 까닭을 학문적으로 논증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면역계에게 화학적 분비물을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사실 우리의 몸은 전기적 자극과 화학적 전달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인체가 유기적이라는 것은 바로 이런 전달 시스템을 말하는 건지도 모른다
화학물질에 의한 뉴런 사이의 신경 전달 과정을 "화학적 대화"라는 멋진 단어로 표현한 저자의 문학 적 재능도 상당해 보인다
저자는 흡연과 음주의 폐해에 대해 역설한다
위생 환경이 좋아지고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감염성 질환은 상당 부분 개선됐으나, 생활 습관에 의한 만성 질병이 늘어나는 추세다
담배의 해악이야 새삼 논증할 필요조차 없지만, 저자는 입증되지 않은 건강 학설에 대해 연구할 게 아니라, 확실하게 해롭다고 밝혀진 담배를 끊는 길이 건강의 최우선임을 강조한다
특히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기 때문에 더욱 상승 작용을 한다
저자는 고도로 정제된 영양제의 효능에 대해서도 반신반의 한다
식품을 통한 섭취가 아닌, 정제 형태의 영양제는 반드시 유익하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건강 식품을 찾아 해맬 게 아니라 적당한 운동과 금연, 절주, 편안한 마음가짐 등 생활 습관의 변화만이 건강을 보장한다고 한다
깊이 새겨 들을 말이다
현대는 과학의 시대다
사이비 과학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과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교양은 반드시 필요하다
인체의 신비가 어떻게 작동되는지, 과학적으로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읽기를 권한다
그렇지만 가벼운 독서를 원한다면 말리고 싶다
면역학을 전공 필수로 배운 사람이지만,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