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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이분법 - 당비생각 01
권용립 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2월
평점 :
품절
이분법적 논리라면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다
대표적인 게 요즘 떠오르고 있는 친미와 반미라 할 수 있다
여러 명의 저자가 함께 쓴 이 책에서 특히 친미와 반미에 대한 분석이 돋보이는데, 미국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고 명확한 태도로 밝히고 있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미국이 곧 세계고, 미국화 되는 것이 곧 세계화라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라는 나라는 친미라는 말 자체가 어색할 정도로 우리에게는 공기와 같은 존재였다
미국에 대한 강자 콤플렉스의 반작용으로 요즘 외치고 있는 반미는, 정확히 말하면 외교적 자주권의 요구라고 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논리다
미국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대등한 관계를 요구한다고 할까?
그런데도 기득권층은 반미=친북으로 이해하고 주한미군 철수에 따른 파장을 미리 걱정한다
저자의 말대로 반미, 혹은 친미를 외치기 전에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보다 주체적인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세계라는 등식부터 깨야 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컴플렉스를 느끼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면서 3세계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근거없는 우월 의식을 갖는 우리의 이중 구조를 저자는 비판한다
의사 파업에 대한 예도 나온다
왕조 시대와 식민지 시대, 독재 정권을 거치면서 국가 권력이란 저항해야 할 억압의 체제라고 인식해 왔다
사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에 대항하는 시위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부터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민주화된 정부가 들어서고, 전문가 집단이 파업하면서 가치의 혼란이 온다
민주화 세례를 받은 일부 의사 계층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항한다는 의미에서, 파업 자체를 민주화 항쟁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했다는 지적을 한다
이 책의 주제가 흑백 논리의 타파인 만큼, 그들의 파업 역시 지하철 노조의 파업과 큰 의미에서 다를 게 없다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물론 대체가 어렵기 때문에 더 많은 도덕적 비난을 감수했지만 말이다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국가와 개인의 대립, 혹은 공익과 사익의 추구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이분법이 위험한 까닭은 그 안에 폭력성을 내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간파한다
친미와 반미, 공익과 사익, 통일과 반통일, 남성과 여성 등 수많은 주제들이 극단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첨예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균형잡힌 시각으로 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바다
그렇지만 흑백논리와 양비론은 명백히 다른다
강준만이 지적한 것처럼 양비론은 더 나쁜 쪽이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내세우는 전략에 불과하다
흑백논리의 타파가 열린 사고를 의미한다면, 양비론은 물타기 전략일 뿐이다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여러 주제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원한다면, 혹은 그동안의 흑백 논리에 지친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다만 누가 옳다는 결론은 없다
책 제목처럼 그저 우리 안의 이분법을 지적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한 후 자신만의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