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 일과 삶의 균형 더블 라이프
데이빗 히넌 지음, 박현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04년 1월
평점 :
절판


더블 라이프라고 하길래 요즘 유행하는 투잡에 관한 건가 했다

주 5일제가 시행되면서 두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됐다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좀 우울한 생각이 들었다

여가 시간을 즐기고 일에 해방되어 보다 인간적인 삶을 살기 위해, 이를테면 삶의 질을 높히기 위해 점점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것인데 오히려 남은 시간이 인간을 더욱 일터로 몰아 넣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주 5일 근무가 없는 사람에게는 더 괴로운 일이 될 거라 하던데, 좀 다른 의미로서 동의하는 바다

아직도 충분한 여가를 즐기기에는 국민 소득이 낮은 모양이다

 

다행히 투잡에 관한 얘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일에서 해방되어 여가를 일처럼 집중적이고 전문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의 유쾌한 보고서다

대부분이 사회 저명 인사로 일반인들이 이루기 어려운 성공을 쌓은 사람들이지만, 주류 인사들과는 다르게 또 하나의 삶을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집중력에 있다고 하겠다

일도 열심히, 취미 생활도 열심히라고 할까?

프로처럼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계발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교훈을 제대로 실천하는 셈이다

 

"다른 것을 못하면서 비지니스를 잘 하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경영인들은 확실히 뭔가 다른 능력, 이를테면 놀라운 집중력과 열정이 있는 모양이다

처칠은 세계 2차 대전을 이끈 정치인이면서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정도의 작가였고 (정치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하지만 어쨌든 그는 꽤 많은 책들을 젊어서부터 출판했고, 베스트셀러 작가였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천국에 가면 100만년 동안은 그림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인 화가이기도 했다

평생 담배와 술을 달고 살았으면서도 90세까지 산 걸 보면 대단한 체력과 정신력을 가진 사람임은 분명하다

심지어 그는 비행 조종도 직접 했다고 한다

클린턴이 주한 미군을 방문해서 섹스폰을 연주하는 모습이나, 삼성 이건희 회장이 고등학교 때 레슬링 선수여서 한국 레슬링 협회 회장을 맡아 후원한다는 기사를 접하는 건 꽤 즐거운 일이다

 

제일 내 눈길을 끄는 사람은 테스 게리슨이라는 전직 외과 의사이자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중국인 3세인 그녀는 수련 시절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육아를 위해 가정으로 돌아온 후 글쓰기에 몰두해 유명한 작가가 됐다

외과 의사라는 전문성을 살려 그녀는 특히 의학 스릴러물에 능하다고 한다

의사 출신 작가라면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로빈 쿡 정도 밖에 몰랐는데, 그녀 역시 미국에서 알아주는 작가라고 한다

그녀가 소설들로 경제적 안정을 취하자 남편은 의사직을 그만두고 아내의 컴퓨터 조수로 전업한다!!

(그녀는 아직도 펜과 종이로 글을 쓰기 때문에 글을 컴퓨터로 옮겨 줄 사람이 필요하다)

남편의 일을 돕기 위해 아내가 자기 일을 포기하는 일은 흔하지만, 아내의 일을 위해 남편이 그녀의 어시스턴트가 되는 건 아직까지는 참 드물다

그래서 더 의미가 있지 않나 싶다

"가정을 위해서 일을 포기하는 것도 괜찮다, 다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할 경우에만 말이다"는 게리슨의 말은 그녀의 남편 역시 동의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장인 래리 스몰은 플라멩고 기타리스트가 꿈이었다

그러나 세계 10대 연주자들이 하나같이 스페인이고,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경우느 겨우 두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 래리는 전문 기타리스트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월가로 뛰어든다

경영에 놀라운 재능을 보인 그는 금융계에서 400백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관리인이 되지만, 아마존 문화에 대한 열정 때문에 박물관 이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여 연봉 33만 달러를 받는 박물관장으로 취임한다

"나는 지난 35년 동안 주중에만 일하고 주말에는 박물관을 찾았다 그런데 주말에만 할 수 있던 일을 주중에도 해 달라니,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는가!" 라는 그의 말에서 문화에 대한 그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또 그는 학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박물관일에 비전문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나는 박물관의 과학자나 학자들이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 역시 나만큼 플라멩고 기타를 잘 치지 못하고 아마존 문화에 대해 나만큼 잘 알지 못하며 조직 경영에 대해 나만큼 경험이 있지 않다 그들이 잘 하는 일을 나는 모르고, 그들 역시 내가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한다"고 명쾌하게 정의한다

즉 경영과 학문적 성과는 별개라는 얘기다

그는 박물관의 학문적 기능에 대해서는 전혀 개입하지 않은 채 경영에만 힘쓴다

경영의 핵심은 부자들로부터 기부금을 얼마나 모으냐다

래리는 박물관 개관 이래 최고 기부금 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면서 자신의 능력을 입증한다

미국 사람들은 확실히 스케일이 크다

경제 규모가 커서인지, 아니면 기부에 대한 인식이 발달했기 때문인지 어떤 미식 축구 구단주는 무려 8천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한다

(8천만 달러라면 무려 9백억원인데!!)

 

이 밖에도 여성 최초의 우주 비행사인 샐리 라이드라든가, (그녀는 대학의 테니스 대표 선수였는데 물리학 박사가 되어 NASA에 들어간다 우리 개념으로 보면 대학까지 스포츠를 전공한 사람이 어떻게 물리학 박사가 될 수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소니의 중역이면서 젊은 시절에는 성악가로 일하고 현재는 도쿄 필하모닉을 지휘하는 오가 노리오라든가 (그는 지금도 소니에서 일한다) 펜싱 올림픽 대표였다가 세계 은행 총재가 된 짐 울픈손 등 (국가대표 선수가 은퇴 후 변호사가 됐다는 것도 정말 놀랍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많다

그들의 특징인 본업도 충실히 하면서, 취미도 일처럼 열정적으로 말하자면 프로처럼 해냈다는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성공한 사람들의 업적을 얘기한 것이라면 사실 별 볼 일 없는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메세지는 성공이란 자기 스스로 정의하는 것으로서, 행복과 개인적 성취감을 얻기 위해 애쓰라고 말한다

경제적 안정을 위해 묻혀진 자신의 재능과 열정을 찾아내 그것도 즐기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더블 라이프야 말로 주 5일제 근무에 걸맞는 삶이 아닐까?

물론 기본적인 경제적 여유가 필수적으로 따라 와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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