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이야기
앤드류 로빈슨 지음, 박재욱 옮김 / 사계절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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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무슨 얘기인지 잘 모르겠다

문자 자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보다는, 문자가 주는 의미나 역할에 대한 논쟁이 더 나을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잘 아는 한글에 대한 이야기라든가...

지난 번 알파벳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느낀 거지만, 문자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읽는 게 참 힘들다

한글을 읽는다고 해서 책 자체를 읽을 수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는 말은,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그래도 읽고 난 후 느낀 점을 쓰자면, 일단 이집트의 상형문자가 단순히 표의문자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집트 문자하면 사물의 모양을 그려 낸 상형문자로만 알고 있는데, 이와 같은 신화가 이집트 문자의 해독을 늦췄다고 한다

이집트 문자는 표의문자이면서, 표음문자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독수리 모양의 문자는 독수리나 왕의 권위 등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MN의 이중음가를 갖기도 한다

뜻과 음을 동시에 표현한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고대 이집트어는 모음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은 추측하기 힘들다고 한다

다만 콥트어와 문자가 적힌 주변 관계를 고려하여 추측할 뿐이라고 한다

 

문자가 반드시 실용성에만 기초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일본과 중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오쩌둥은 훌륭한 서예가였으나 한자가 중국 인민의 발전을 더디게 한다는 이유로 로마자 사용을 주장했다

알파벳이 중국에서 쓰이지 않는 이유는 외국인이 먼저 발명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했다

일본 역시 그들의 언어를 로마자로 표현하는 게 쉽지만 복잡한 한자어를 버리지 않는다

이것은 미국인이 알파벳을 버리고 아랍 문자를 채택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의 충격이라고 한다

또한 유태인들은 이스라엘을 세우면서 고대 언어인 히브리어를 국어로 채택했다

문자는 단순히 언어를 표기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문화라는 더 넓은 개념을 포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중국이나 일본에서 한자어로 인한 어려움은 상당히 큰 모양이다

특히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2만 개나 넘는 한자어를 입력하느라 애를 먹고 있다

중국은 알파벳과 한자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다시금 한글 창제의 위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저자는 남한이 지식인층의 반발로 인해 여전히 한자와 한글을 병용하고 있다고 쓴다

반면 북한은 한글 전용에 성공했는데, 그 때문에 남한은 더더욱 한글 전용을 거부했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저자는 우리나라의 한자 병용을 일본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는데 분명 그건 아니라고 본다

한자어를 많이 차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본처럼 한자 없이 표현이 불가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세종 대왕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했는가에 대한 감탄이 빠지지 않아 무척 뿌듯했다

 

그림과 사진이 많아 읽는데 지루하지는 않았지만, 이집트 문자나 마야 문자 등을 이해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좀 더 쉬운 책을 먼저 읽어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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